의협, 정부와 문제 문구 변경 협상 중…원안 유지 시 강경대응 검토
간협,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법제화 실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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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13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가운데, 입법예고안 원안이 유지될지, 의료계 의견이 반영돼 변경된 내용이 시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3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 전문간호사에 대한 업무 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및 지도하 처방에 따라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각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설정했다.

의료계는 복지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의사의 처방하에'라는 문구가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가능성이 높아 의료체계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에는 13개 전문간호사 업무 영역 중 지도 및 처방을 인정한 분야는 보건, 정신, 산업, 노인, 가정간호 등 5개 분야 업무 영역이 해당된다.

복지부는 지도 및 처방을 허용한 5개 분야에 대해 의사가 상주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의사가 상주하는 나머지 분야는 의사의 지도로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의협, 릴레이 1인시위·비판성명 통해 여론전 

그러나 이런 복지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시도의사회, 전문학회 및 전문과목의사회들이 지난 8월 30일부터 13일까지 릴레이 1인시위와 비판성명을 통해 입법예고안 철회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 각 직종이 면허의 범위와 각자의 영역 안에서 맡은 소임을 다할 때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며 "보건의료체계를 파괴하고 의료질서를 부정하는 잘못된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 현행 법령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법 개정이며, 복지부가 특정 직역의 면허범위를 임의로 확대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일반 주사제와 달리 마취제는 반드시 의사가 자리에 있어야 하며, 의사가 직접 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지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의사의 지시가 있어도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결정됐다며, 의사는 현장에 참여해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 마취제 투여를 위임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협 역시 이번 입법예고안이 의료법 위배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은 "간호사의 업무는 '진료의 보조'가 분명함에도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애매모호하게 변경해 현재의 무면허 의료인력이 팽배한 수련병원에서의 불법행위들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취 전문간호사, 응급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애매모호한 문구로 적시해 각 직역의 고유 업무 영역을 침범해 직역 간 전문성을 상실시키려는 시도는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 원안 고수 시 강경투쟁 경고

의협 등 시도의사회는 강경투쟁 가능성도 시시하고 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회장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를 비롯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의사면허 결격사유 강화법 등 의료계를 옥죄는 악법과 제도가 시행될 경우 상시 투쟁체를 구성해 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 집행부와 정부 및 국회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료계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의협은 13일 입법예고가 끝났지만 법제처 심사기간까지 최대한 정부와 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법제처 자구검토 후 시행까지 문제가 되는 개정안 문구 수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간호사 단독행위 가능성이 있는 부분 수정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은 의료체계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미래 의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입법예고안 원안대로 시행되지 않도록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등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입법예고안 원안대로 정부가 시행할 경우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견도 보였다. 

관계자는 "의협이 정부와 독소조항 삭제 및 변경을 위한 협상을 했지만, 정부가 원안대을 고수할 경우에는 강경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대처는 의료계 내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투쟁체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협, 조속한 추진 요구

복지부도 입법예고 기간 동안 수렴된 의료계의 의견을 고려할 방침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양정석 과장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지만 시행에 앞서 법제처 심사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며 "아직 정해진 방침은 없으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수렴된 의견을 최대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과 달리, 간호계는 조속한 추진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018년 3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모든 노력을 다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법제화를 실현하고, 간호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겠다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와 입법예고안 철회 및 수정을 위한 협상과 함께 간호계와도 입법예고안 조율을 의견 조율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간호계와 직접적인 입장 조율을 하고 있지 않지만, 직역 간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간호계와 필요하다면 소통하면서 명확하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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