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긴급 특별 점검 실시하지만 관리 부실 책임 자유롭지 못해
제약업계, 이해 관계별 미묘한 견해 차이 속 업계 전반 확대 경계
작정하고 속이면 아무도 모른다?…공동생동 제한법 탄력 가능성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바이넥스로 촉발된 의약품 임의제조 이슈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긴급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업계도 자숙하는 분위기지만 좌불안석인 것은 매한가지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위·수탁과 제네릭 의약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던 정부와 업계가 이제 와서 당장 효력을 발휘할 뾰족한 묘수를 내놓을 리 만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제약업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다르고, 정부는 사후 관리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식약처, 위·수탁 제조소 30개소 긴급 특별 점검
의약품 제조소 전체 점검 확대 가능성 언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전국 위·수탁 제조소 30개소에 대해 긴급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넥스에 이어 비보존제약에서도 허가 또는 신고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수탁제조 포함) 확인에 따른 것이다.

단지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9월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비보존 헬스케어로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변경했고 내부 업무 확인 과정에서 의약품 제조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 식약처에 자진 신고한 사례다. 

점검 결과, 비보존제약은 판매용 4개 의약품과 타사로부터 위탁받아 수탁 제조한 5개 의약품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것이 드러났다.

식약처는 연달아 터진 제조 공정 임의변경 사례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30개소 점검 결과 등을 고려해 향후 의약품 제조소 전체에 대한 점검으로 확대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적 제도개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추진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즉 CMO 제약사는 물론 제네릭 허가·제조 시스템 전반에 대대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국내 제약사 A 관계자는 "식약처는 긴급 특별 점검 이후를 이미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풀지 못한 제네릭 난립 및 CMO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적극 추진할 새로운 기회로 봐도 될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식약처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인데, 반대로 CMO 제약사 및 제네릭 사후 관리의 부실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K-방역을 넘어 K-제네릭 세계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로 관리 능력 부실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며 "당장 확실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식약처도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 미묘한 견해 차이…공동생동 제한법 탄력 가능성 UP

제약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할 방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대적인 정부의 점검 및 규제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큰 틀에서 바이넥스 사태가 재발하면 안 된다는 업계 입장은 동일하지만, 이해관계 및 단체 특성 등에 따라 그 견해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데 있다.

우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인 바이넥스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며 범법행위가 확인될 시 일벌백계를 약속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이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와 규제당국의 엄정한 심사 등에 부응하기 위해 의약품 품질관리와 약사법을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의 예외적인 일탈과 범법행위가 제약 산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넥스가 일탈과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간주하고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다.

약계는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는 다수의 제약사와 CMO 회사를 싸잡아 모두 비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CMO 기업에서 제조공정 및 품질 관리는 경영의 핵심이자 의약품 생산 기업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라며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는 제약사 다수가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이는 결코 바이넥스 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중소제약사와 대형제약사의 시선에서도 온도 차이가 난다.

중소제약사 B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제약사(위탁사)는 수탁사의 GMP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며 "위탁사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싶어도 서류 중심으로 돼 있어 내부 고발이 없는 이상 일일이 공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즉, 위탁을 맡긴 중소제약사들도 선의의 피해자로 볼 수 있어 이번과 같은 비슷한 사례로 전체 제약업체를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 대형제약사 C 관계자는 "기존에 선투자가 많이 이뤄져서 GMP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면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이고 실적에 쫓기는 일부 회사들이 오히려 위축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의 발의한 '1+3 공동생동 제한' 법안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 공동생동 제한은 앞서 식약처가 추진한 바 있지만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제네릭 품질 향상 효과와 무관하다고 판단해 철회를 권고했고, 결국 식약처는 해당 정책의 추진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제약업계 D 관계자는 "이번 바이넥스 사태로 1+3 공동생동 제한 법안은 특별한 저항 없이 무사통과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며 "식약처, 관련 협회, 중소제약사, 대형제약사 등의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게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작정하고 속이면 별 수 없다?…보다 강력한 규제 필요

한편, 1+3 공동생동 제한 등 국회 논의와는 별개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A 관계자는 "식약처는 관리 부실 책임을 일정 부분 짊어지고 가야 할 텐데 향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력 많은 감시관을 대폭 충원하거나 제약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제조관리책임자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방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제약회사가 작정하고 속이면 식약처도, 위탁 제약사도 이상 여부를 알 수가 없다"며 "식약처와 제약업계 모두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불편할텐데 좀 더 확실하고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도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가 인보사, 발사르탄, 메디톡신 등의 잇따른 사태에서도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해 바이넥스와 비보존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약 관계자는 "식약처는 더 이상 제약사에서 인위적으로 자료를 조작했다는 핑계를 그만두고 GMP인증 취소와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