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2005년 레바넥스 이후 신약…개발 단계부터 얀센과 수출 계약
2차 치료제로 투여한 환자 임상 데이터 기반 허가…폐암 환자 새 옵션 기대

유한양행 렉라자정 제품사진
유한양행 렉라자정 제품사진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유한양행의 약 16년만의 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 길에 빛을 비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렉라자는 개방형 혁신인 오픈이노베이션의 결실인데다가 개발 단계부터 얀센과 기술수출 계약을 하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의 청사진까지 마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국내 시장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 선전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지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

식약처는 지난 18일 유한양행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를 임상 3상시험 진행을 전제로 조건부 시판 허가했다.

이번 허가로 유한양행은 지난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16년여만에 국산신약 31호 타이틀을 얻게 됐고, 국내 신약으로는 2018년 7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2016년 5월 바이오벤처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네스코와 기술 계약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이룬 오픈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결실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역량과 국내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혁신 신약이자 개발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과 긍정적인 의학적 평가를 받아온 국산 신약이다"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 관련 개발 타임라인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 개발 타임라인.

폐암은 국내 사망률 1위인 암으로, 조직형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폐암의 85%가 비소세포폐암으로 알려졌다.

EGFR 돌연변이의 경우, 비소세포폐암 중 비편평상피세포 폐암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약 30~40%에서 진단된다.

렉라자는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다.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으며, 이번 허가로 EGFR TKI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실제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GFR 변이 양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요법으로 1~3세대 EGFR TKI를 투여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1·2세대 EGFR TKI를 사용한 다수의 환자가 내성을 획득해 불가피하게 질병이 진행된다는 한계가 존재하며 관련 내성 중 T790M 돌연변이로 인한 내성은 약 50~60%에서 발생한다.
 

LASER201 임상시험 관련 데이터 기반으로 허가

렉라자의 허가는 EGFR 변이 양성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LASER201(YH25448-201)' 임상시험 즉, 렉라자를 2차 치료제로 투여 받은 환자에서 도출된 데이터에 기반했다. 

LASER201(YH25448-201) 임상은 렉라자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항암 작용을 평가하기 위한 1/2상, 공개라벨, 다기관 임상시험이다.

전체 용량군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 162명에서 독립 중앙 검토와 시험자 평가에 따른 객관적반응률(ORR)은 59% 및 68%,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0.9개월 및 11.0개월을 나타냈다.

240mg 용량군에 배정된 환자 78명 중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 76명에 대한 독립 중앙 검토와 시험자 평가에 따른 객관적반응률은 58% 및 72%,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1.0개월 및 13.2개월이었다. 

전체 용량군(181명)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1·2등급의 경증이었고,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발진(29%), 가려움증(28%), 변비(22%) 순이다. 

이상반응으로 인해 용량을 낮춘 환자는 13%였으며, 5%가 이상반응으로 인해 투약을 중단했다. 

간질성 폐렴은 1%(2명)의 환자에서 보고됐고 1명은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보고됐다. 

심전도 QTc간격 연장은 전체 용량군에서 3%(6명), 240mg 용량군 5%(4명)에서 나타났으며 모두 1등급으로 경증이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좌심실 박출률의 감소(10%이상 감소, 절대값 50%미만인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로써 렉라자는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라고 전했다.
 

2018년 글로벌사 얀센과 기술 수출…해외 진출 기대주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성분인 레이저티닙에 대해 지난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1조 40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렉라자가 상업화 된다면 얀센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평가도 청신호를 밝히는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렉라자는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인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된 유효성 및 안전성을 인정받은 치료제"라며 "이번 허가가 EGFR T790M 변이 양성인 비소세포폐암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다국가 임상3상 1차 치료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폐암센터장)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을 통해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전세계 폐암환자의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제약업계도 태생부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개발된 렉라자가 해외에서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빛을 봐야 진정한 시장 개척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게 신약이 갖는 의미"라며 "렉라자는 개발 단계부터 해외 수출 길의 초석을 다졌으니 향후 국산 신약의 한계를 가늠하기 좋은 환경에 놓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이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어떤 경쟁 구도를 형성할지,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렉라자는 1일 1회 240mg(80mg, 3정) 경구제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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