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학회,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 30% 육박…내년이 최대 고비
공공어린이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제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필요
의대정원 증원 소청과 등 필수의료분야 활성화 효과 미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19일 제73차 추계학술대회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19일 제73차 추계학술대회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수련병원 70% 이상은 소청과 진료를 축소했으며, 최소인원으로 최소한의 진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련병원 중 30%는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 내년이 소청과 생존 여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9일 그랜드 워크힐 서울에서 제73차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추계학술대회에 맞춰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는 학회 차원에서 지난 8월 진행한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2025년부터 150명 전공의가 전국 소아환자 봐야할 판

학회 김지홍 이사장(소아청소년의학과, 세브란스병원)은 내년에 120명 소청과 전공의가 나가고, 그 이후 3학년 및 4학년이 100여 명이 동시에 졸업하면 전공의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예전에는 전공의가 1년, 2년, 3년, 4년차 합쳐 800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3년간 전공의 지원이 매년 50명도 채우기 힘든 상태"라며 "2024년부터 4년제에서 3년제도 수련기간이 축소된다. 2025년에는 4년차가 없어진다. 결국 1년, 2년, 3년차 모두 합쳐 150명만 수련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전국의 환자를 150명 전공의가 담당해야 하며, 나머지는 교수와 전문의들이 커버해야 한다"며 "그 결과 인건비가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수가 보전이 없어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에 소청과 전문의를 위한 수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수가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소청과 전문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현재 전문의 역량 제고 일환으로 올해 처음 술기 핸즈온 워크숍 개최와 상담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소아청소년 심층상담 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소아 보호자에 대한 상담 행위 비용 지불이 없었지만 비용지불이 시작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역량 강화에 집중해 의료 질을 향상시켜 수가 인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청과학회, (가칭)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 준비 중

소청과학회는 (가칭)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김한석 기획이사(서울대병원, 차기 이사장)는 소아청소년을 전담할 부처 및 부서가 없다며, 일본은 어린이청이 있어 소아청소년을 전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기획이사는 "주산기를 포함해 어린이 문제를 전담하고 장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에 (가칭)어린이 건강 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청과학회는 올해 초 (가칭)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지난 7월 대국민 대상 포럼을 개최했으며, 앞으로 대국민 인식 전환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소청과 정책, 진전 있었지만 문제 해결하기엔 부족

김 이사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후속대책에 대해 미흡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후속 대책은 어느 정도 골격은 갖춰졌지만 강도가 약하다"며 "현재 소청과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족한 수순은 아니지만, 수가에 대한 부분은 구제화됐다"며 "지난 9월 발표된 후속대책은 국가가 소아의료체계 관리를 시작하는 단계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경제로 해결할 수 없는 필수의료인 소청과를 국가가 관리하고, 보호하는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소청과학회의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향후 정책적 보완점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의 70% 이상은 소청과 진료 및 병동운영을 축소했으며, 이 중 30%는 50% 이상 축소한 곳도 있다.

김 이사장은 "내년 소청과 전공의가 더 줄어들면 추가적으로 더 축소하겠다는 수련병원이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진료 시스템이 50% 이하로 움츠러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소인력으로 최소한의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어린이공공전문센터 사후보상제도를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수련병원 중 소청과 전공의가 없는 곳이 30%를 육박하고 있다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내년이 소청과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복지부가 다행히 이번 후속조치 이후에도 빠른 주기로 피드백해 정책 강도를 조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의대정원 확대가 소청과에 직접적 효과는 없을 듯"

한편, 소청과학회는 최근 논란이 되는 의대정원 증원 확대와 관련해 직접적 효과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한석 기획이사는 "필수의료를 어떻게 가져갈지 정책 없이 의사 수만 확대한다고 증원된 의사가 필수의료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며 "핵심은 필수의료체계에 대한 정책 부재"라고 지적했다.

김훈철 학술이사(연세의대)는 현재 3000여 명이 배출되는 의사 중 500여명이 미용·성형으로 전공하고 있다며, 그 인원만 필수의료로 가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 학술이사는 "의사를 4000명으로 늘려도 미용, 성형 시장으로 1000명이 더 유입될 뿐"이라고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평가절하했다.

나영호 회장(경희의대)는 필수의료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낮은 수가와 법적 보호 미흡을 들었다.

나 회장은 "필수의료 지원을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각 필수의료 분야에서 제언하는 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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