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기소 건수 해외 대비 월등히 높아…'의료분쟁 특례법' 재정 필요
동네 의원 활성화 위한 전폭적 재정지원∙수가 정책 개선 선행돼야

대한내과의사회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정부가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분쟁특례법 재정과 수가 정책 개선 등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태 회장 및 임원진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정원 확대를 우선시하는 정부 정책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처벌과 통제 위주의 정책과 각종 수가 인하마저 감수해야 하는 현 상황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3~2020년 의료분쟁조정·중재 신청 건 중 사망 신청 건에서 내과가 전체 건수의 3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3~2018년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으로 일본 경찰 신고 건수(연평균 82.5건) 대비 9.1배, 영국 경찰 접수 건수(연평균 24건) 대비 31.5배였다. 

박근태 회장은 "우리나라 의사의 형사기소 사례를 들은 일본내과의사회 회장과 부회장이 전 세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랐다"며 "일본의 경우 고의도 아닌 악의적으로 환자를 아프게 했을 때만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 재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과실에 대한 과도한 법적 처벌이 방어 진료를 조장하고 예비 의사들의 필수의료분야 지원 기피를 가중시킨다는 설명이다.

동네 의원 활성화를 위해 전폭적인 재정지원 및 수가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의결한 내년 건강보험 환산지수 결정안은 2008년도 유형별 수가 협상 이래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다. 또한 행위목록에 따라 환산지수 차등을 두어 일부 분야에서 확보한 재정을 필수 의료의 다른 영역에 투입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정책"이라며 "형사처벌에 대한 고충을 감내하고 환자를 살리겠다고 노력하는 사명감마저 짓밟는 이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겠나. 상대가치 개편 수가인상이 아닌 정말 해야하는 수가 인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과의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도 과거 지역의대 활성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렸다.

그러나 졸업생 중 20% 정도만 지역에서 일하고 80%는 도시로 가 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50년부터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사 과잉이 예상되며 국내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를 논하기 전에 필수의료 살리는 방법을 먼저 논해야 한다"며 "의료사고특별분쟁법 제정과 정책적 수가 인상을 해주셔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내과의사회는 이날 ▲소신진료 보장하는 특례법 제정 ▲필수의료 죽이는 형사처벌 중단 ▲검증 안된 비대면진료 초진확대 반대 ▲동네의원 파탄내는 수가정책 개선 ▲일방적인 졸속추진 의대증원 반대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임기응변식 일회성 정책이 아닌 내과를 살리고 국민의 건강권도 지킬 수 있는 근본적, 장기적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고 시행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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