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협상 개시…11일 공단·의약단체장 상견례
공단, 환산지수 모형 개선·재정소위 앞당겼지만 만족도는 ‘글쎄’
의협 “현 수가, 진료 현장 사기 추락시켜”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재용 이사장 직무대리와 6개 공급단체장들은 11일 오전 서울 가든호텔에서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재용 이사장 직무대리와 6개 공급단체장들은 11일 오전 서울 가든호텔에서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수가협상을 앞두고 의약단체장 상견례가 이뤄진 가운데, 인상률을 두고 서로 간의 날선 탐색전이 이어졌다.

특히 보이콧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수가협상에 불만이 많았던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이 요구한 협상 목표는 인상률 5%”라며 현 수가는 진료 현장의 사기를 추락시킨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재룡 이사장 직무대리와 6개 공급단체장들은 11일 오전 서울 가든호텔에서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단식으로 인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이필수 회장을 대신해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이 참석했으며, 이외에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대한조산협회 이순옥 회장 등이 참석했다.

공단에서는 현 직무대리를 포함해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김남훈 급여혁신선임실장,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이 참석해 의약단체장들과 의견을 나눴다.

 

공단, 환산지수 모형 개선하고 재정소위 개최시칸 앞당겼지만
의약단체 만족시키기는 역부족…의협 “제도 개선되기는 하는 건지”

병협 윤동섭 회장, 의협 김봉천 협상단장
병협 윤동섭 회장, 의협 김봉천 협상단장

현재룡 이사장 직무대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계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날 참석한 의약단체장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급자 단체에서 개선을 요구한 환산지수 모형에 대해 소개했다. 공단은 금리 중심으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이 반영되도록 SGR 모형에 더해 4개 개선 모형을 포함해서 합리적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또 재정소위 개최 시간을 앞당겨 밤샘 협상을 탈피하는 등 예년과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급자 단체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건보 재정이 지난 2년간 흑자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대비해 상시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병협 윤동섭 회장은 “밤샘 협상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공단 측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안타깝게도 병원은 경기 침체라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의료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 당사자로서 공단이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일정과 관리를 조율하는 자기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모두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의협 이필수 회장의 건강 회복을 기원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의협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을 앞두고 의협 내부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지난 2년간 협상단을 위임받았던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해를 끝으로 권한을 반납했으며, 협상 보이콧 요구까지 나왔었던 바다.

김 부회장은 “대의원회 정기총회에서는 올해 인상률 5% 결과물을 얻고 오라는 주문이 있었는데, 이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현 세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진료 현장의 사기를 한없이 추락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에서 필수의료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은 녹록지 않다며,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저는 협상단장을 맡고 싶지 않았다”며 이날 자리에 나오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치협도 공단의 적극적 수가 개선을 요구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치과 의사들은 무한 경쟁의 수가 시장에 내몰린지 오래”라며 “치과 진료는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치과를 미국과 비교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국민 소득의 2분의 1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한국이 수가는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랑니 발치를 예시로 들면 미국은 80만원, 한국은 4만 5000원이다.

박 회장은 “신규 치과 개원의들은 날로 상승하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으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올해 당장 획기적 변화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3~5년 후에는 의료인 희생을 전제로 보험 제도 명맥을 잇는 게 아니라 의료인들도 자랑스럽게 대접받으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사법부에서 안정성을 검증받은 한의학 의료 행위가 양의와 비교했을 때 급여 적용에 있어 차별을 받는다며 형평성을 맞춰줄 것을 주문했다.

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조제건수가 크게 증가했따며, 약사들의 이러한 서비스 제공 헌신이 이번 협상에서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행위료 증가는 2022년도에 단발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며 “코로나19라는 특수성과 장기적 상황을 고려해서 합리적 적정 수가가 협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산사협회 이순옥 회장은 “우리나라 분만비는 58만 6000원이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며 “조산협은 그냥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분만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은 1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 체제에 들어서게 된다. 오는 31일까지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