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건보노조, ‘차기 이사장’ 정기석 교수 유력 보도에 즉각 반발
“의료인 출신이 이사장 맡을 시 가입자 중심으로 협상 이뤄지기 어려워”
공단, 수가협상 앞두고 차기 이사장 임명 속도 ↑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차기 이사장 유력 후보로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가 거론되자 시민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어 공단까지 의사 출신이 수장을 맡을 경우 국민을 대리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중립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가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어 차기 이사장에 대한 주목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계 인사는 공단 이사장 선임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의 차기 이사장 선임이 유력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경실련은 “정 교수가 국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임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건강보험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학을 갖춰야 하는 공단 수장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인이 수가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다면 협상이 가입자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와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한 수가 인상 대책이 공적 사회보험제도를 퇴행시킨다고 비판하며, 의료인 출신을 이사장에 선임할 시 이러한 행태가 더욱 용이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지난 7일 “러시아군 장교가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으로 임명되는 것”이라며 의사 출신의 이사장 임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에게 △불평등 및 사회 환경적 변화에 따른 건보 제도의 철학과 소신 △윤석열 정부 건보 정책에 대한 후보의 입장 △감염병 관련 비용을 건보 재정에서 지출하는 상황에 대한 견해 △공급자들의 부당청구 사례에 대한 조치와 대책 방안 등 4가지 사안을 공개 질의했다.

노조는 “의사 출신이지만 보험자 수장으로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장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서 엄숙히 밝혀야 한다”며 “보장성을 낮추고 민영화의 길로 나선다면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는 지난 3월 강도태 전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인 상황이다.

지난 4월 마감한 이사장 후보자 공모에는 정 교수를 비롯해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 김필권·김덕수 전 기획상임이사 등 4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례상 이사장 임명까지 2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단 측은 5월 내 임명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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