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등장했던 두 약제, 타그리소만 급여 관문 통과
타그리소, 렉라자에 한 발 앞서...5수만에 1차 치료제로 급여기준 설정
엔허투, 이례적 ‘재논의’...자료 보완에 대해 추가 논의 예정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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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보험급여 촉구에 대해 국민청원까지 올라 온 두 약제,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다이이찌산쿄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결과가 상이하게 나오면서 환자 희비도 엇갈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2일 암질심 결과를 공개하며,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 기준이 설정됐으며 엔허투는 ‘재논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두 약제는 국민청원에 환자가 직접 보험급여 촉구를 요청 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우수한 항암제여서 이번 결과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타그리소, 암질심 첫 통과...환자 염원 이뤄지나

아스트라제네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타그리소는 1~2세대 타이로신키나제 억제제(TKI)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양성 국소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효능이 입증된 3세대 EGFR-TKI 항암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타그리소는 지난해 매출 980억원을 기록한 초대형 품목이다. 

해당 치료제는 그동안 EGFR 변이 1차 치료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보험급여 적용은 불가능했다. 1~2세대 TKI인 지오트립(아파티닙),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등을 사용한 이후 재조직검사를 통해 T790M 양성 환자 치료에만 급여가 적용됐다. 

타그리소 1차 적응증 획득 기반이 된 FLAURA 임상3상 결과를 살펴보면, 타그리소 치료군의 무진행생존(PFS) 중앙값은 18.9개월(95% CI 15.2-21.4)로, 표준요법 치료군 10.2개월(95% CI 9.6-11.1)대비 유의한 연장 효과를 보였다. 또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 역시 54% 감소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19년부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의 급여를 신청했지만, 번번히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급여 확대 목소리는 지난 정부 때부터 높았었다. 약효가 좋은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활용하고 싶은 환자들은 많지만, 오롯이 비급여로 사용하기엔 그 부담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비급여로 처방되는 타그리소의 약값은 한달에 600만원, 일년이면 약값만 70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타그리소 한 알 당 20만원이 넘는 셈이다. 

일부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최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을 만나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 적용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1차 치료제로 비급여 타그리소 선택한 폐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지난 2월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화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글을 올린 바 있다.

길병원 안희경 교수(종양내과)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타그리소의 1차 치료 보험급여는 꼭 필요하다”며 “타그리소가 급여가 된다면 Exon19, L858R 변이 환자군은 1차 치료 시 80~90% 이상 타그리소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타그리소는 임상3상을 통해 PFS도 크게 개선했고 부작용 프로파일도 좋다”며 “1~2세대 TKI 치료제 사용 이후 T790M 양성 환자에게 타그리소를 사용하는 시퀀스와 타그리소를 1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의 PFS 차이는 거의 없다. 급여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 더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한 약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타그리소 급여 여부는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최근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TKI인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허가 변경을 제출한 상황이다. 
 

엔허투, ‘급여기준 미설정’ 아닌 ‘재논의’ 이례적

다이이찌산쿄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
다이이찌산쿄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해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판매하는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위암 치료제인 엔허투는 재논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 결과는 급여기준 미설정이 아닌 재논의로 다이이찌산쿄는 이례적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재논의에 대한 사유를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추가적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급여기준 미설정은 처음부터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재논의 경우는 자료 제출만 되면 암질심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개발사와 추가 자료 보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다음 열리는 암질심에 바로 등재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엔허투는 타그리소와 마찬가지로 보험급여 적용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약제 중 하나였다. 

작년 8월 엔허투는 국내 허가 요청에 대해, 올해 2월에는 급여 승인에 대한 안건이 청원 요건인 '5만명' 동의를 달성했다. 또 지난 2월에는 HER2 저발현 유방암으로 허가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도 진행됐다.

이런 관심에는 엔허투가 가진 뛰어난 치료 효과에 있다. 

지난해 9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3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된 엔허투는 같은해 12월 2차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게 허가가 변경됐다. 

지난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는 유방암 치료 관련 면역조직화학 검사(IHC)에서 IHC score 2 미만, 즉 1,2와 같은 저발현에도 엔허투가 효과를 보이며 저발현군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객관적반응율(ORR), PFS 등의 주요 평가지표에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유효성을 크게 개선한 결과를 보여줬다. 

또 엔허투는 HER2 전이성 위암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10년 만에 이름을 올렸으며,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이런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암질심의 재논의 결과는 회사 측과 환자 모두를 실망시켰다.  

한국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엔허투의 암질심 재논의 판정 결과에 대해 현재 정확한 사유를 확인 중”이라며 “엔허투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제인 만큼, 조속한 보험급여 등재를 위해 보건 당국과 성실히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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