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립대병원 5곳·공공병원 7곳과 전공의 공동수련 실시
전공의들 “전문의 없는 곳에서 전공의가 수련을?” 반발
공동수련 사업 전 공공임상교수제 활성화 전제돼야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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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정부가 지역 의사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공공임상교수제와 함께 내민 카드는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이다. 

국립대병원 소속 전공의에게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 1~2개월의 공동수련 기간을 갖게 함으로써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반발이 심상치않다. 애당초 전문의 확보부터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 전공의가 교육 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저가의 일반의 인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우선 사업을 실시하고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서울에서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 및 사업설명회를 열고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참여 국립대병원은 강원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5개소이며, 지역거점공공병원은 삼척의료원, 속초의료원, 이천의료원, 인천적십자병원, 영월의료원, 진안군의료원, 청주의료원 등 7개소다.

복지부는 공공임상교수가 공동수련 전공의 교육·평가·면담 등 교육과정을 전담해 수련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공공임상교수제 역시 15.3%의 충원율을 보이는 등 의료진에게 외면받고 있어 과연 수련의 질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크다.

 

대전협·대공협 “공공임상교수제 운영도 저조한데 수련사업?
오히려 교육의 질 떨어뜨릴 것”

가장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반발했다.

대전협은 공동수련 협약식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일 “시범사업의 목적이 수련의 질 향상이 아닌 지방의료원의 구인난 속에서 당직 근무를 시킬 젊은 의사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가”라며 “사업 시행 전 연계되는 공공임상교수 제도를 통해 전문의를 충원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복지부가 제도 설계에 착수했던 지난해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임상교수제 운영이 저조한 상황에서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을 논하는 것은 졸속 행정”이라며 “이대로면 오히려 수련의 질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규탄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역시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의 1~2개월로 구성된 공동수련 과정은 짧은 수련기간으로 적절한 교육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들이 수련을 마치고도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프라 개선 및 의료전달체계 등 근원적 부분부터 접근해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사업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것은 적절한 보상과 근무 여건 개선 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공의 근무 주 52시간제 및 24시간 연속 근무 제한 시범사업이 도입되지 않으면 저가 인력을 착취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협의 없이 해당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전공의들은 의사인력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

 

공동수련, 지방의료 근본적 개선은 어려워
사업 진행한다면 전공의 과로방지법 개정안과 연계해야

정부도 사정은 급하다. 언제까지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 등의 중·장기 대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특히 지방의료원 현장은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대전협 이한결 부회장은 전공의 공동수련이 정부의 별 수 없는 차선책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의료 서비스 제공자 중 가장 소수이며 이동이 쉬운 집단을 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수련 시범사업 시행 시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과로방지법 개정안과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인력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 인력 수급만으로 지방의료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방면의 정책이 조합돼 작동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방의료원 의사 인력 소멸은 지방 인구 급감과 연관있을 수 있다”며 “저출생 문제와 비슷한 관점에서 (의사) 인력 문제를 분석하고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지방의료원 운영 실태가 지역별·수련병원 지정 여부와 공보의 근무여부, 근방 종별의료기관 수 등에 따라 상이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관한 비교 분석을 사전에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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