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디앙 EMPEROR-Preserved, 심부전 입원·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21%↓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 한국 대표 코디네이터로 연구 참여
최 회장 "1차 목표점 달성한 첫 연구…심부전 입원 위험 낮춘 의미 있어"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달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1)에서 주목받은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 대상의 EMPEROR-Preserved 임상3상 결과, 자디앙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1차 목표점 위험을 21% 유의하게 낮췄다.

자디앙은 HFpEF 환자의 심부전 예후를 확실하게 개선하는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ESC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게다가 이 연구를 근거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자디앙을 HFpEF 성인 환자를 위한 혁신치료제로 9일(현지시각) 지정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환자를 포함해 아시아인이 약 11% 포함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의 한국 대표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연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들었다.

'첫' 성공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EMPEROR-Preserved는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HFpEF 치료제 임상연구에서 처음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동안 HFpEF 환자 대상의 연구들은 실패를 거듭해왔다. 기대를 모았던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는 PARAGON-HF 임상3상에서 HFpEF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하위분석에서 일부 환자가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연구의 1차 목표점 달성에 실패했다. 

이와 달리 자디앙은 EMPEROR-Preserved의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춰, HFpEF 치료제 연구 중 최초로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확인했다고 평가된다.

최 회장은 "엔트레스토는 PARAGON-HF에서 일부 환자에게 효과적임을 확인했지만 1차 목표점을 충족하진 못했다. 이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연구"라며 "이와 달리 자디앙은 EMPEROR-Preserved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을 의미 있게 낮췄다. 특히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낮췄다는 점에서 자디앙이 HFpEF 환자의 입원율을 줄인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망 위험은 낮추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에서 1차 목표점 평가변수 중 하나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자디앙 투약 시 9% 낮은 경향만 확인됐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위약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자디앙이 심혈관질환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사망을 포함한 1차 목표점을 달성한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1차 목표점을 사망 위험으로 설정할지 또는 평가변수를 종합해 확인할지 등에 따라 연구 디자인이 달라진다. 만약 심혈관질환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만 1차 목표점으로 정의했다면, 모집 환자 수와 연구 기간 등 연구 디자인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최근 심부전 관련 연구는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입원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자디앙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이유는 연구에 모집된 환자들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안지오텐신수용체 네프릴리신억제제(ARNI),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저해제(MRA) 등 심부전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자디앙 투약 시 사망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에 모집된 환자들이 기존 심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LVEF 40% 초과 환자 모집…41~49% 환자, HFpEF인가?

이번 연구는 좌심실 박출률(LVEF)이 40%를 초과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주목할 환자군은 LVEF 41~49%인 환자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해당 환자군을 '박출률 경계(mid-range) 심부전'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 기준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올해 발표된 ESC의 '2021년 급성 및 만성 심부전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박출률 경계 심부전을 '박출률이 약간 감소(mildly reduced)한 심부전(HFmrEF)'으로 변경했다. HFpEF는 LVEF 50% 이상인 환자다. 

이를 이번 연구에 적용하면, 모집된 전체 환자들이 HFpEF가 맞는지가 논란이 된다. 본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은 LVEF 41~49%가 약 33%, 50~59%가 약 34%, 60% 이상이 약 33%를 차지한다. 

다만, EMPEROR-Preserved뿐만 아니라 PARAGON-HF 등 HFpEF 연구 대부분은 LVEF 40%를 초과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LVEF 50% 이상인 환자군을 모집한 연구는 드물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EMPEROR-Preserved 하위분석에서 LVEF 41~49%인 환자군은 자디앙의 1차 목표점 위험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50~59%인 환자군도 효과를 보였지만, 60% 이상인 환자군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박출률 50% 이상을 HFpEF로 분류해야 한다고 본다. 치료제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는 박출률 60% 미만일 것이고, 대부분 심부전 환자가 이 기준에 해당할 것"이라며 "향후 심부전 분류 기준은 50% 이상인 환자군 중 60~65% 미만을 정상범위(normal range)로, 그 이상을 초정상범위(super normal range)로 세분화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가이드라인에서 심부전 분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SGLT-2 억제제 계열효과 기대할 수 있을까?

EMPEROR-Preserved 결과에 따라 HFpEF 치료 효과가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로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단, 자디앙 연구 결과 하나만 발표된 만큼 HFpEF 환자 대상의 다른 SGLT-2 억제제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관련 연구로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재로서 HFpEF 치료에 대한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계열효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계열의 약제 중 절반 이상은 효과를 보여야 하며, 한 약제 당 대규모 연구가 3~4가지 이상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현재로서 HFrEF 또는 HFpEF 환자 대상의 SGLT-2 억제제 연구는 환자군별로 포시가와 자디앙 각각 한가지"라면서 "현재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이 진행 중이므로 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직 심부전에 대한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를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내 SGLT-2 억제제 처방 변화는? 

자디앙과 포시가 등 SGLT-2 억제제가 HFrEF 치료제로 거듭난 데 이어 HFpEF 치료제도 겨냥하는 가운데, 성공적인 임상 결과에 따라 국내 허가를 받는다면 처방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게 최 회장의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포시가의 적응증을 만성심부전까지 허가했으나, 보건복지부는 허가사항 범위 안에서 만성심부전 환자에게 투여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본인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디앙도 국내에서 심부전 적응증 확대 시 포시가와 같은 급여기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적응증을 받을지라도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비싼 약값 때문에 환자에게 처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은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특히 HFrEF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크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심부전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처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본인부담이 커 처방을 주저하고 있다"며 "심부전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받아야 임상에서 SGLT-2 억제제를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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