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2021] EMPULSE,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 후 안정화된 환자 대상 임상3상
자디앙군, 90일째 사망 또는 심부전 사건 감소·증상 개선 등 임상적 혜택 36%↑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만성에 이어 급성 심부전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EMPEROR-Reduced와 EMPEROR-Preserved 등 임상3상에서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입지를 다진데 이어, EMPULSE 임상3상을 통해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에게서 치료 혜택을 확인한 것이다.

EMPULSE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해 안정화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자디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다.

최종 결과에 의하면, 급성 심부전 환자는 자디앙 복용 시 90일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 사건 위험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는 등 임상적 혜택을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3~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1)에서 공개됐다.

심부전 병력·당뇨병 무관하게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 대상 첫 연구

자디앙 연구를 포함해 SGLT-2 억제제인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DAPA-HF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치료에 따른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진퀴스타(소타글리플로진)의 SOLOIST-WHF는 급성 심부전이 발생한 2형 당뇨병 환자만 모집해 초기 입원 또는 퇴원 후 3일 이내에 진퀴스타 복용 시 환자 예후를 관찰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는 13~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1)에서 자디앙의 EMPULSE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는 13~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1)에서 자디앙의 EMPULSE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EMPULSE는 박출률과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급성 심부전 환자를 모집했다는 점에서 기존 SGLT-2 억제제 연구들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고리(missing link)'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는 "심부전 병력이나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자디앙군, 모든 평가지표 개선…이상반응 발생률 낮아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연구에는 박출률 또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성 심부전으로 진단돼 입원한 성인 환자 53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 후 연구 등록 전 3일 이내(중앙값)에 상태가 안정화됐다.

전체 환자군은 입원 24시간부터 5일 이내에 자디앙 10mg 1일 1회 복용군(자디앙군, 265명), 위약군(265명)에 무작위 배정돼 90일 동안 치료받았다. 

평균 나이는 자디앙군 71세, 위약군 70세였고, 여성이 각 32.5%와 35.1%를 차지했다. 당뇨병 병력 비율은 자디앙군 46.8%, 위약군 43.8%로 비슷했다. 좌심실박출률(LVEF)이 40% 이하인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는 자디앙군 68.7%, 위약군 64.9%를 차지했다. 두 군 모두 3명 중 1명은 새로운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했다.

1차 목표점은 치료 90일 동안 △사망 △입원 또는 심부전으로 인해 긴급하거나 계획되지 않은 방문 등 심부전 사건 △첫 심부전 사건 발생까지 시간 △캔자스 대학 심근병증 설문지의 총 증상 점수(KCCQ-TSS) 최소 5점 이상 개선 등으로 정의했다. KCCQ-TSS의 점수 범위는 0~10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질병 관련 삶의 질이 높다고 평가한다.

연구 결과, 자디앙군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 사건 감소, 심부전 증상 개선 등과 같은 임상적 혜택을 경험할 가능성이 위약군보다 36% 더 높았다(Stratified win ratio 1.36; 95% CI 1.09~1.68; P=0.0054).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자디앙군 4.2%로 위약군 8.3%보다 낮았으며, 심부전 사건 발생률도 자디앙군 10.6%로 위약군 14.7%보다 약 4%p 적었다. 

KCCQ-TSS가 개선된 비율은 자디앙군 35.9%, 위약군 27.5%로 자디앙군에서 삶의 질이 향상된 비율이 높았다. 

하위군에 따른 1차 목표점 분석 역시 심부전 유형이나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자디앙군에서 1차 목표점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단, 인종에 따른 분석에서 통계적 차이는 없었으나 아시아인의 경우 위약군이 오히려 자디앙군보다 더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Win ratio 0.66; 95% CI 0.34~1.30). 유럽인에게서는 자디앙군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혜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아메리카인에게서는 통계적 유의성 없이 자디앙군에서 좋은 경향성만 관찰됐다. 

2차 목표점인 90일째 KCCQ-TSS는 자디앙군이 위약군보다 4.5점 의미 있게 개선됐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첫 심부전 사건 발생 위험은 자디앙군이 위약군보다 31% 낮았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첫 심부전 사건 발생 위험은 자디앙군이 위약군보다 35% 유의하게 낮았다.

이상반응 평가에서도 자디앙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모든 이상반응 발생률은 자디앙군 70%, 위약군 77.3%였고, 중증 이상반응은 자디앙군 32.3%로 위약군 43.6%보다 낮았다.

특정 이상반응에 대한 발생률은 급성 신부전의 경우 자디앙군 7.7%, 위약군 12.1%였고, 생식기 감염은 각 1.2%와 0.4%로 확인됐다. 체액량 감소 발생률은 자디앙군 12.7%, 위약군 10.2%였으며, 확인된 저혈당증은 자디앙군 1.9%, 위약군 1.5%로 조사됐다. 케톤산증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등록 당시 대비 90일째 평균 체중 변화는 자디앙군이 위약군보다 1.5kg 의미 있게 줄었고,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자디앙군이 위약군보다 0.9mL/min 높은 경향이 관찰됐다.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급성 심부전 환자 예후 개선 도움"

그동안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서 SGLT-2 억제제의 혜택은 대규모 무작위 연구를 통해 확립됐다. 이에 더해 많은 전문가는 심부전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되면 즉시 병원에서 SGLT-2 억제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에게 만성 심부전 치료제를 투약하는 것에 대해 주저함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는 EMPULSE 결과를 정리하며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는 자디앙 복용 시 90일째 유의한 임상적 혜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Adriaan Voors 교수는 EMPULSE 결과를 정리하며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는 자디앙 복용 시 90일째 유의한 임상적 혜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이번 EMPULSE는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 치료에 자디앙이 유익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므로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Voors 교수는 "만성 심부전 환자의 임상적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투약할 수 있는 여러 약제가 있지만, 입원이 필요한 새로운 급성 심부전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제는 거의 없다"며 "이번 연구는 자디앙이 심각한 이상반응 증가 없이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시가의 DICTATE-AHF와 DAPA ACT HF-TIMI 68 등을 포함해 급성 심부전 환자 대상의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Voors 교수는 급성 심부전 치료 환경에서 SGLT-2 억제제의 계열 효과(class effect)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EMPULSE 결과는 자디앙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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