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등장한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효능 불확실성으로 논란
SGLT-2 억제제, HFrEF에 이어 HFpEF 치료제 가능성 확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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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했던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에 도입된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재택치료가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했다. 국내 제약사 역시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과 적응증 확대를 위한 노력도 계속 됐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적응증 확대까지 탄탄대로를 걸은 치료제가 있었지만 반대로 허가 과정에서 시끄러웠던 치료제도 존재했다.

국내 제약사의 R&D 노력도 이어졌으나 임의제조 사태에 더해 또다시 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쉽지 않은 2021년을 보냈다. 

본지는 올 한해 국내외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군 치료제와 주요 이슈를 조명했다.

[송년특집-①] 제약업계, 적응증 획득 두고 희비 교차

[송년특집-②] 호재·악재로 '롤러코스터' 탄 제약업계

[송년 특집-③] 국내사, 코로나 극복은 웃었지만, CSO는 씁쓸

[송년 특집-④] 임의제조에 불순물까지…악재 터졌다
 

'아두헬름' 치매 치료제 논란은 진행 중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18년 만에 등장한 치매 치료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DA는 지난 6월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조건부 허가했다.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연관된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다.

아두헬름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유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지라도 실제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이 될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효능이 불확실했다. 게다가 임상3상 ENGAGE와 EMERGE 두 가지 중 ENGAGE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EMERGE도 연구 종료 시점에 효능 부족을 이유로 중단됐으나, 추가 데이터 검토 결과에서 고용량 치료 시 인지기능감소를 막는 효과가 나타나 FDA 승인을 위한 근거가 됐다.

이를 두고 아두헬름 허가를 반대한 FDA 자문위원 3인은 허가 결정에 반발하며 사퇴했다. 또 일각에서는 아두헬름 승인을 두고 '총을 쏘고 과녁을 그린 듯한', 짜 맞춘 것 같은 승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부 대형병원과 보험사는 아두헬름 사용 또는 보험 보장을 거부했다. 

게다가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FDA 결정과 달리 지난달 아두헬름 허가신청서에 대한 부정적 추세 투표(negative trad vote)를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아두헬름 승인을 반대하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치매학회는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치료 후보물질들이 연이어 실패했던 상황이기에 아두헬름 승인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 고가의 가격 때문에 의료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두헬름은 조건부 허가에 따라 임상4상인 시판후조사(PMS)를 통해 효능을 확인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FDA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아두헬름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또는 치매 치료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는 PMS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FDA가 효능이 확실하지 않은 아두헬름을 승인하자, 일라이 릴리도 같은 계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의 신약 승인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일라이 릴리는 내년 하반기에 FDA의 최종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신약 개발 움직임은 치매 정복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하지만 효능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만큼 개발사들은 내년에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근거 마련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SGLT-2 억제제, 불붙은 적응증 확대 경쟁

SGLT-2 억제제의 적응증 확대 경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심부전 치료제로서 큰 성과를 보인 SGLT-2 억제제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다. 

자디앙은 지난해 발표된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 대상의 EMPEROR-Reduced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 8월 HFrEF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에 이어 HFrEF 적응증을 획득한 두 번째 SGLT-2 억제제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더해 자디앙은 EMPEROR-Preserved 연구를 통해 치료가 어려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의 주요 심부전 예후를 확실하게 개선하는 임상적 혜택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HFpEF 치료 영역은 여러 약물이 실패를 거듭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디앙은 HFpEF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위험을 21% 유의하게 낮췄다. 이에 따라 FDA는 지난 9월 자디앙을 HFpEF 환자를 위한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자디앙은 만성뿐 아니라 급성 심부전 치료제로도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 대상의 EMPULSE 임상3상을 통해 치료 혜택을 입증한 것이다. 최종 결과에 의하면, 급성 심부전 환자는 자디앙 복용 시 90일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 사건 위험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는 등 임상적 혜택을 얻었다.

차세대 심부전 치료제로 가장 먼저 심장 전문가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포시가는 다음 비상(飛上)을 위해 올해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HFpEF 환자 대상의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포시가가 짧은 시간 동안 HFpEF 환자의 증상과 신체적 제한, 6분 보행검사 결과 등을 개선한다는 PRESERVED-HF 연구 결과가 지난 9월 발표되며 포시가의 HFpEF 치료제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심부전에 이어 만성 콩팥병 치료제로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만성 콩팥병 치료제에서는 포시가가 한발 앞선 상황이다. FDA는 지난 5월 포시가를 2형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진행 위험이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 치료 목적으로 승인했다. 이어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만성 콩팥병 치료 적응증 추가를 허가받았다.

향후 다양한 질환을 타깃한 SGLT-2 억제제의 임상연구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SGLT-2 억제제의 적응증 확대 경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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