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27~30일 나흘간 온라인으로 개최
자디앙·릭시아나·케렌디아 등 주요 임상3상 결과 핫 라인 세션에서 발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계 분야의 최신 연구들이 대거 쏟아지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1)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27~30일(현지시각) 나흘간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심혈관계 전문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연구들이 첫 베일을 벗는 '핫 라인(Hot Line) 세션'에서는 총 20개 연구가 선을 보인다.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로 학계의 관심을 모았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케렌디아(피네레논)의 구체적인 임상3상 결과가 공개된다. 

이와 함께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인 릭시아나(에독사반)가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을 받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지 평가한 결과도 발표된다.

자디앙, HFpEF 치료제로 등극할까?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약물을 꼽는다면 단연 SGLT-2 억제제 자디앙이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 치료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데 이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치료제 자리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는 HFpEF 치료제로서 자디앙의 가능성을 평가한 EMPEROR-Preserved 임상3상 탑라인 결과를 지난달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EMPEROR-Preserved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HFpEF 환자 5988명을 대상으로 자디앙 10mg과 위약의 유효성·안전성을 비교한 임상3상이다. 1차 목표점은 최대 38개월 동안 확인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첫 발생이다.

탑라인 결과에 의하면, 자디앙은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HFpEF 환자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개발사는 구체적 결과를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자디앙이 HFpEF 치료 효과를 입증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자디앙이 박출률 또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심부전 환자의 중증의 부정적인 신장 예후 및 말기 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EMPEROR-Pooled 결과도 연이어 발표된다. 이 연구에서는 2차 목표점으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 위험도 함께 평가했다.

자디앙의 두 가지 연구 결과는 학술대회 첫날인 27일 발표된다. 

릭시아나, 자렐토·엘리퀴스와 다른 길 걷나?

28일에는 TAVI를 받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NOAC인 릭시아나와 비타민K 길항제(VKA)를 비교한 ENVISAGE-TAVI AF 임상3상 결과가 공개된다. 

연구는 다기관 다국가 전향적 무작위 오픈라벨로 진행됐으며, TAVI를 받은 심방세동 환자 약 1400명이 모집됐다. 전체 환자들은 성공적인 TAVI 후 릭시아나군과 VKA군에 무작위 분류돼 최대 36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1차 공동 목표점은 순 유해임상사건(NACE)과 주요 출혈이다. NACE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전신색전증, 판막혈전증, 주요 출혈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 전경. 올해 학술대회(ESC 2021)는 코로나19(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으로 열린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 전경. 올해 학술대회(ESC 2021)는 코로나19(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으로 열린다.

TAVI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NOAC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TAVI 적응증 확대를 위한 NOAC의 도전이 이어졌지만 매번 고배를 마셔왔다. 

2019년 GALILEO에서는 비판막성 심방세동을 제외하고 TAVI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자렐토(리바록사반)와 항혈소판요법의 유효성·안전성을 비교했다.

자렐토는 이 연구를 통해 TAVI를 받은 환자까지 적응증 확대를 노렸다. 하지만 데이터안전감시위원회가 검토한 중간분석에서 안전성 문제가 감지되면서 연구가 조기 중단돼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최종 결과에 의하면, TAVI 후 자렐토를 복용한 환자는 항혈소판요법을 진행한 이들보다 사망 또는 혈전색전증뿐 아니라 출혈 위험이 높았다. 

이와 함께 올해 공개된 엘리퀴스(아픽사반)의 ATLANTIS에서도 TAVI를 받은 환자에서 기존 치료(VKA 또는 아스피린)와 비교해 엘리퀴스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성공적인 TAVI 후 기본 항혈전요법으로 아픽사반 치료를 권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TAVI를 받은 환자를 타깃한 NOAC 관련 연구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릭시아나가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케렌디아, 두 번째 임상3상도 성공적?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형 당뇨병 관련 만성 콩팥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케렌디아도 주목할 만하다. 

케렌디아는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저해제(MRA)로, FIDELIO-DKD 결과를 근거로 관련 적응증을 획득했다. 

케렌디아는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3상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 이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대표 임상연구가 FDA 승인 근거가 된 FIDELIO-DKD와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FIGARO-DKD다. 두 연구의 차이가 있다면, FIGARO-DKD에 초기 단계인 만성 콩팥병 환자가 더 많이 모집됐다는 점이다. 

29일 베일을 벗는 FIGARO-DKD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로 진행됐다. 47개국에서 약 7400명의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가 등록됐다.

지난 5월 개발사인 바이엘이 발표한 탑라인 결과에 의하면, 표준치료와 케렌디아를 병행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혈관계 사건 등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 표준치료는 혈당강하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최대 내약 용량의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등이 포함됐다. 

FIGARO-DKD는 기존 FIDELIO-DKD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FIDELIO-DKD에서 케렌디아는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의 질환 악화를 늦추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 발생률도 유의하게 줄였다.

이에 더해 FIGRAO-DKD 최종 결과에서 긍정적인 유효성·안전성이 보고된다면, 케렌디아는 당뇨병성 신장병증의 진행을 늦출 뿐만 아니라 심부전과 함께 죽상동맥경화증 관련 심혈관계 사건 발생으로부터 보호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개발사는 케렌디아의 유럽 허가를 위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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