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후보자 대상 공개질의 답변서 공개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조직 재건 책임, 발언권 보장 등 강조
9·4 의정합의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향후 계획과 전략 중요"

기호 1번 임현택, 2번 유태욱, 3번 이필수, 4번 박홍준, 5번 이동욱, 6번 김동석 후보ⓒ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기호 1번 임현택, 2번 유태욱, 3번 이필수, 4번 박홍준, 5번 이동욱, 6번 김동석 후보ⓒ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6명의 후보들이 지난해 9·4 의정합의의 절차와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후보들은 당시 투쟁의 선봉에 섰던 젊은의사 단체에 사과의 뜻을 표하며, 이들을 보호하고 소통창구를 넓히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바른의료연구소가 41대 의협회장 후보자들과 대정부 투쟁 및 협상과 관련해 진행한 질의응답에 담겼다.

지난해 의료계 단체행동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현재 이들의 결집력은 약화됐고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연구소는 '전공의 및 의대생 조직의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방안, 젊은 의사들의 투쟁 참여시 피해방지 대책'을 질의했다.

"의협 집행부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실망, 매우 심각"

국시 거부 피해보상, 투쟁 참여시 사전 법적검토 등 제안

우선 후보들은 지난해 투쟁 합의 과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태욱 후보는 "4대악 반대 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협 집행부에 대한 실망은 매우 심각하고, 문제는 이들의 투쟁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난망하다는 점"이라며 "그 원인은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인 대정부 합의"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투쟁의 시작과 끝은 회원투표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공약에 담았다고 강조하며 "전공의와 학생들을 적진에 두고 퇴각하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필수 후보는 "지난해 충분한 내부 의견 수렴없이 의정합의를 하게된 점은 매우 아쉽고, 투쟁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의협 부회장으로써 크게 유감스럽고 사과한다"고 했다.

이동욱 후보는 "또 다른 투쟁을 위해선 의협이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지난 투쟁처럼 젊은 의사들과 학생을 내세우는 무책임한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공의의 결속 강화를 위해서는 의협이 든든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임현택 후보는 "전공의들의 내부 문제에 의협이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된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되 적절히 도움을 주는 창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임 후보는 전공의의 코로나19 파견 문제에 대해 전공의 특별법에 근거한대로 대응하고, 이를 계기로 정부에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필수 후보는 "젊은 의사들의 투쟁 참여 시 사전에 충분한 법적 검토를 한 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원들을 투쟁에 앞세우지 않도록 먼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 여당에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준 후보는 의협이 전공의와 학생 조직의 재건을 책임져야 하며, 의사 국가고시 거부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의협의 주요 결정에서 전공의와 학생의 발언권을 보장해야 한다. 전공의와 학생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아선 안된다"며 "전공의와 학생이 한 명이라도 다치는 순간 정부와의 모든 대화는 끝장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석 후보는 전공의와 학생 조직의 결집력 회복을 위해 '의협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는 "후배들은 선배들보다 훌륭했다. 투쟁에 나서도 개인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의협이 막아줄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며 "의협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투쟁을 이끌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투쟁에 나설 일이 생길 경우 미리 수련병원장, 의대학장을 만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제안했다.

9·4 의정합의에 대한 후보자들의 평가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유태욱 후보는 "모든 투쟁의 시작과 끝은 회원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함에도 회장 독단적인 결정으로 합의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정당한 주장과 투쟁의 열기를 일순간에 꺾어버린 참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홍준 후보도 "정부여당의 막무가내 폭주를 잠시 막은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면 또다시 정부여당의 질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석 후보는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으로 당시 범투위에 참여하면서 전공의의 동의 없이 합의할 수 없고, 4대 악법 정책도 유보가 아닌 철회를 주장했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칼자루를 쥘 수 있던 찰나에 갑자기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은 투쟁의 기본 원칙도 모르는 허망한 결정이었으며, 이는 회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임현택 후보는 "국민들과의 약속이므로 지켜야 한다. 일방적으로 깨고 나오면 여론전에서 불리하므로 섣부른 판단을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합의는 잘못됐지만..."의정협의체 논의는 필요"

후보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안정화' 구체적인 기준은?

후보들은 의정합의 결과물을 비판하면서도, 향후 정부와 진행될 협상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독단적인 합의 과정이었지만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합의안에 따르면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는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명시됐다.

박홍준 후보는 "아무리 화가 나는 합의라도 우리가 뽑은 의협회장이 국민 앞에서 정부와 합의한 것"이라며 "집행부가 바뀐다고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면 현 정부가 바뀔 때 우리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 합의 원칙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여당이 조금이라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합의 파기로 간주하고 투쟁으로 돌입하겠다"라고 경고했다.

박 후보는 코로나19 안정화 시기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백신접종을 실시해 집단면역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임현택 후보는 바이러스의 변이, 백신의 부족, 늦은 백신 도입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 제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임 후보는 "코로나19 유행의 지속은 결국 의료계가 나서야 하는 문제로 정부보다는 한 발 빠른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겠다"라며 "그러면서 의정협의체에서 유리한 입장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차기 의협집행부 내에 언론대책 부서를 신설해 대국민 여론전에 대처할 계획이다.

유태욱 후보는 코로나19 안정화의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가 전제돼야 한다"고 답했고, 김동석 후보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것이지, 4대악법에 절대로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전의 일상이 회복돼야 종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필수 후보는 역학 및 치료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감염병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충분히 논의해 그 기준을 따르고자 한다"며 "향후 41대 의협이 출범하면 의정협의체를 정례화해 보건의료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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