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취재부 정윤식 기자
▲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라는 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이 국내에 창궐한지 어느덧 2개월이 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최전선에서 막아내고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인, 주말도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브리핑을 하는 보건복지부, 역학적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밤낮 없는 질병관리본부,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이미 지쳤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계가 더 답답한 이유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은 매정하게 흘러 의료계가 1년 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이 다가오고 있다.

2021년 수가협상의 때가 왔다는 알림을 가장 먼저 울린 것은 건보공단이다.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최근 2021년도 수가협상 일정이 코로나19 때문에 변경될 일은 없다며 4월 중 예정대로 제도발전협의체 회의가 진행되고 5월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단,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의 일환으로 예년처럼 수차례 반복적으로 만나는 일이 효과적일 것인가에는 의문을 표했다.

수가협상은 매년 상견례를 통해 웃으면서 시작하지만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밤을 새고도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내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에게 어려운 수가협상이 코로나19 때문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되는 일이다.

우선, 공급자 단체들의 수가 협상단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료계 단체들 중 가장 먼저 협상단을 꾸렸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다보니 이마져도 많이 늦었다는 평이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곧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 전후로 임원진이 확정돼 의협보다 훨씬 늦게 협상단이 마련될 듯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협상단을 꾸렸다는 소식이 아직 없다.

이같이 협상에 나설 채비가 늦어진 상황에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수가협상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적기에 제대로 제공 받는다 한들,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공급자들은 협상에서 사용할 전략카드의 준비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자 단체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수가협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이 전년도 청구실적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의 코로나19가 고려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힐 여지가 높다.

게다가 지난해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수정·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결론이 난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의 연구 결과가 올해 수가협상에 크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요소는 2019년에 크게 상승했지만 2020년도 수가협상에 반영되지 않은 '최저임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도 공급자들이 만족할 만큼의 검토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즉, 모든 여건이 이전 수가협상 때에 비해 악화됐고 코로나19라는 변수가 공급자와 가입자, 보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은 당연해 2021년도 수가협상을 두고 눈앞이 캄캄해진 현실이다.

이처럼 올해 수가협상의 판세와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 이제는 캄캄한 눈앞을 무엇으로 밝힐 수 있을지를 찾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원론적인 얘기지만 결국,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바에 합리성과 당위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공통된 적(?)에 의해 보건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모든 영역이 급변한 현 상황에서 예년처럼 한 치의 양보 없는 수가협상이 진행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24시간 대면협상도 모자랄 것이다.

2021년도 수가협상은 속이 쓰리고, 미안하고, 화가 나고, 곤란하고, 답답해도 공급자, 가입자, 보험자 모두가 '양보'를 한손에 들고 마주 앉아야 그나마 덜 캄캄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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