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코로나19 피해 입증 자료 부족…기존과 비슷"
의협 "객관적자료보다 특수상황 참작해야…실질도움 필요"
병협 "올해 급여비 실적자료로 협상할 것…심평원에 요청"

2021년 수가협상 간담회에 참석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건보 공급자 6개 단체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2021년 수가협상 간담회에 참석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건보 공급자 6개 단체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전규식 기자] 오는 2021년 의료기관 진료비를 정하는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있어서 최근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파격적인 수가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건보 공급자 6개 단체장은 지난 8일 실시된 수가 협상 간담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에게 2021년 수가에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피해를 반영해 파격적인 인상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2021년도 수가 협상도 올해가 아닌 지난해 진료비 자료를 근거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료비 계산 방식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전했다.

지난 2019년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행하기 이전 시점이어서 의료기관이 올해 입은 피해를 반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진료비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아서 기존처럼 전년도 진료비 자료를 근거로 수가 협상을 할 것"이라며 "전년도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점이어서 의료기관 피해는 확인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참작해야

그럼에도 의협과 병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에 지난 4월까지의 급여비 실적 자료 등을 요청해 해당 내용을 근거로 코로나19 피해를 수가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수가 협상에 활용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더라도 건보공단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 이용률이 줄어든 상항을 이미 인지해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가지급 및 선지급을 추진하는 만큼 수가 협상에도 해당 내용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황에서는 정해진 규정을 고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의협 박홍준 수가협상단장은 "이미 심평원에 올해 의료기관 진료비 실적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며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진료비를 최소 30%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협상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챌린지' 등으로 의료인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하는 건 감사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수가에 대한 파격적인 인상"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로 정부가 의료계를 바라보는 진정한 입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계 전반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건보공단에 지난 4월까지의 급여비 실적 자료를 받아 별도로 확보한 현장 사례 등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이 적절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의협 이진호 수가협상단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 등을 고려해 공단에서 수가 인상폭을 적게 고려할 우려가 있는데,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사전에 준비됐을 때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확인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해당 서비스 수준이 손상돼선 안 되기에 이 부분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건보공단에서 공개하는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 재정 소요분(벤딩폭)'에 따라 협상 전략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이 벤딩폭 관련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약사회 박인춘 수가협상단장은 "벤딩폭에 대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급자가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건보공단이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김대업 회장은 지난 간담회에서 지난해 협상 당시 벤딩폭이 최초 5000억원 규모로 제시됐다가 협상 직전에 1조원 규모로 2배가량 늘어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지난해 수가 협상에서 의협은 건보공단의 2.9% 상승안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폭을 결정했다. 

병협은 1.7% 인상된 수가로 지난해 공급자 중 가장 먼저 협상을 체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3%, 대한약사회는 3.5%, 대한치과의사협회는 3.1%의 인상률를 각각 가져갔다.

이번 수가 협상은 오는 20일 치협, 21일에 한의협·약사회·의협, 22일에 병협·대한조산협회와의 1차 협상이 각각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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