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그리고 '형이 거기서 왜 나와?'
'갑툭튀' 그리고 '형이 거기서 왜 나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07.31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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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인터넷 신조어 중 하나인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와 모 방송사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유행어가 된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둘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 예상치 못한 현상, 깜짝 놀랄만한 사건 등에 빗대어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보여준 행보 하나에서 바로 이 '갑툭튀'와 '형이 거기서 왜 나와?'를 적용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현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자료인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통계가 그것이다.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매년 진료비통계지표와 건강보험주요통계를 각각 발표한다. 두 자료의 이름은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 대동소이한 흐름을 알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심평원은 심사기준 시점으로, 건보공단은 보험료 지급시점으로 통계를 내는데 일부 수치의 집계 차이는 있어도 오류나 착시현상이라 부를 만큼 급격하게 편차가 벌어진다고 지적 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

단, 2017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문재인케어라는 커다란 제도적 변화의 흐름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로 활용하기에 두 기관이 사용한 기존 방식의 통계로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만 빼고.

시점에 따른 차이가 해석 차이로까지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어떤 한 현상을 두고 정부는 '맞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아니다'라고 하는 상황 혹은 반대의 상황이 잦아졌다.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공급자단체가 건보공단 측의 통계자료에 일부 의문점을 표했지만 건보공단은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용히 끝날 줄 알았던 통계오류 논란은 수가협상 직후 문재인케어의 부작용으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이전보다 강력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재점화 된다.

의약단체들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근거로 삼은 지표가 바로 수가협상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진료비 증감률'이다.

실제로 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가 2017년에 비해 약 25%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다른 종별에 비해 10% 이상 높았다.

하지만 갑자기 정부는 이 통계로 쏠림현상을 바라보면 오류가 있다며 새로운 통계를 제시했고 새로운 통계에 따르면 상종, 종합병원, 의원의 진료비 증감률이 10%대로 비슷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의아할 수 있는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각종 토론회, 간담회 등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마치 문재인케어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켰다는 지적을 급하게 피하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건보공단 공식 웹진인 건강보장 Issue&View에서도, 2018년 진료비통계지표 발표가 늦어지는 원인을 설명하는 심평원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점에 따른 통계의 오류'는 거듭 강조됐다.

결론적으로 건보공단이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에 제공한 '건강보험주요통계'와 심평원이 올해부터 이원화해 발표한 '진료비 심사실적' 및 '진료비 주요통계' 모두 틀린 자료도 아니고 거짓 정보도 아니다.

문제는 왜, 이제야,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서 시점 차이에 따른 통계 해석상의 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냐는 것이다.

결국, 정책 근거 확보의 가장 중요한 수치나 다름없는 통계자료에 대한 일치되지 않은 기준이 그동안 의료계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정부는 이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 꼴이다.

정부는 기준 하나로 해석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통계의 함정을 피할 방법을 오래 전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단지 통계의 '시점' 차이를 강조한 타이밍이 왜 이 '시점'일 수밖에 없었냐는 것은 의아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려고 작정한 듯이. 

이번 일로 의료계 일각에서 과거 수가협상과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공식적인 데이터까지 전부 못 믿겠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게 그 방증이다.     

'갑툭튀' 그리고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를 기반으로 수많은 연구와 정책을 계획하는 심평원과 건보공단, 나아가 복지부에게 이 표현을 자주 쓰는 일이 발생하는 게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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