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재정위원장,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 헌신과 어려움 고려해 적절한 밴딩폭 결정"
제2차 재정소위 정회 1시간여 이례적…가입자 의견 각자 달라 조정하는데 긴 시간 소요돼
소모적인 시간 끌기 협상 방법 지양 목소리 커…건보공단 협상력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듯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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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예년보다 유독 짧은 기간 동안 급박하게 움직이는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협상(수가협상) 시계추 속에서도 어김없이 추가재정소요분(밴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탓에 공급자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어 이 같은 절박함이 반영될지, 반영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가 이번 수가협상의 관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정운영위원회는 2021년도 수가협상 밴딩 규모 결정에 코로나19의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려 노력했고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들과 협상할 만한 수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공급자 단체로서는 그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

재정운영위원회는 지난 26일 건보공단스마트워크센터에서 '제2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재정소위)'를 개최했다.

이날 재정소위는 2019년 환산지수를 토대로 대략적인 밴딩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당초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특별한 사태이긴 하나 이번 수가협상에 그 영향을 감안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다.

공급자 단체들이 수가협상 상견례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특수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한 것은 사실이나, 재정위를 비롯해 건보공단 측에서도 이렇다 할 확답은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제2차 제정소위 밴딩 규모 논의 과정에 코로나19 사태가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기는 하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 의료계이고, 이 의료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헌신을 했으며 실제 성과도 있어, 이를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것에 대한 가입자 단체 사이에서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

단, 공급자와 가입자가 상호 간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의 지원이 어느 수준이냐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컸던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재정소위 중간에 정회를 갖기는 하나 지난 27일 제2차 재정소위 정회는 이례적으로 1시간여 동안 유지됐고, 이는 코로나19에 대한 의견 조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위 최병호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로 고려할 요인이 많아져 정회 시간이 길어졌다"며 "가입자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지 않고 각자 달라 갈등을 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가입자 안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생각이 달랐고, 다시 그 안에서 노동 단체끼리도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달랐다"며 "(보험료를) 동결하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깊었으나 보험료 결정 권한은 재정위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치고는 밴딩 폭 괜찮다?…최초 규모에 촉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밴딩 규모와 관련된 여러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추가재정이 전년보다 항상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는 최소 작년 밴딩(1조 478억원)에서 시작해 1조 30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문제는 코로나19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소모적인 협상과 시간 끌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밴딩 폭을 사전에 미리 공개해야 깔끔하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밴딩은 최근 10년(2011~2020년)간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상승했으며, 수가협상 초반 눈치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에 알린 최초 밴딩은 5700억원대였고 이를 두고 강청희 단장이 2차 수가협상 직전에 갑작스럽게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통해 사과한 바 있다.

'고개 숙인 강청희'. 지난해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을 앞두고 사과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고개 숙인 강청희 단장'. 지난해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을 앞두고 밴딩 폭이 낮다며 사과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당시 강 단장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최초 밴드가 지난해보다 줄어 전유형 결렬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협상여지가 없는 경우 포기하고 복지부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최종 수가협상 다음날 새벽에 기습적으로 밴딩이 1조 478억원까지 상승했고, 이는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모든 공급자단체의 협상체결 동력이 됐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의 노력에 따라 밴딩이 변화될 수 있다고 한들, 단 몇 시간 만에 5000억원씩 널뛰기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너무 떨어뜨린다"라며 "코로나19도 겹쳤는데 더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정확한 예상이 힘들다는 것인데, 올해의 경우 최 위원장이 지난해 수준일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니나, 코로나19를 최대한 고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만큼 더욱 가늠하기 힘들어진 상태다.

최 위원장은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측면이 분명히 있고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버텨줘야 한다는 가입자들의 의견이 있었다"라며 "의료계와 재정위가 판단하는 '넉넉한 밴딩'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당초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의료계의 어려움을 상당히 많이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차 밴딩이 작년과 비슷하냐고 묻는다면, 재정위에 참여하는 노동계 대표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의료계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 비교적 의료계가 받아들일 만한 성의를 보였다고 답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중요성 높아진 건보공단 협상력…수가협상 성패 평가무대 될까

결국, 재정위에서 밴딩 규모에 대한 힌트를 일부 준만큼 5월 27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진행되는 남은 수가협상 일정에서 건보공단의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조건 아래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역대 가장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에 2021년도 수가협상의 성패가 건보공단의 협상력을 평가할 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인 것.

즉, 건보공단이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좁히는 균형점을 찾는 양면협상가의 면모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재정위는 1차 밴딩이 결정됐으니 이제 협상의 공은 건보공단에 있다며, 예년처럼 비효율적인 밤샘협상이 아닌 서로의 뜻을 헤아려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는 협상이 되길 기대했다. 

지난 27일 건보공단당산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제2차 재정소위.
지난 27일 건보공단당산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제2차 재정소위.

최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진행되는 수가협상이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까지 가지 않는 것이 공급자와 건보공단 모두에게 이득이다"라며 "이번에는 가입자와 공급자가 치열하게 갈등하지 말고 상호 양보 하에 잘 끝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코로나19 상황에 비춰볼 때 이번 밴딩 규모는 건보공단 측에서 협상이 가능할 정도로 괜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위에서 대략적인 수치를 제시해도 건보공단이 협상에 바로 들어가지는 않는다"며 "다만 건보공단이 공급자 단체들과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할 만한 수치는 줬으니 최선을 다해서 협상에 임하는 것은 건보공단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2021년도 수가협상 2차는 27일 대한병원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28일 대한의사협회, 29일 대한약사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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