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가 쏠림 현상에 엑셀 밟았다는 지적 잇따라
정부, 지급시점 아닌 진료시점으로 보면 예년 수준 강조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지역 병원 혹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지난한 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현재의 쏠림 현상이 특별할 것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의료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 상급종합병원은 그들 나름대로 고충을 겪고 있고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줄어가는 환자를 체감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고 난 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화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통계자료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공식적·객관적·확정적인 데이터는 딱히 나온 것이 없는 실정이다. 환자 쏠림 현상을 두고 현장과 정부의 시선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는 대목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 대형병원 쏠림현상 언제부터 시작됐나

'대형병원 환자쏠림'이라는 말이 최근 들어서 이슈가 된 표현은 아니다. 병원들이 무한경쟁을 겪으면서 대형화되는 과정을 거쳤고, 자연스럽게 환자들에게 '병원은 서울로', '병원은 큰 곳으로'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 

이는 지난 2015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던 문정림 전 국회의원(제19대 새누리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05년에서 2014년까지 10년 동안 환자들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지 않고 대형병원 위주로 쏠리는 현상을 나타낸 자료다.

이에 따르면 10년간 전체 기관별 외래환자 진료비 증가율은 요양병원이 504%로 가장 높았고 이어 병원 171%, 상급종합병원 161%, 종합병원 146%, 의원 82% 순이었다. 

특히 대형병원의 대표 주자격인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비는 2005년 1조 2220억원에서 2014년 기준 3조 1904억원으로 161% 늘었으나 의원급 외래 진료비는 7조 9116억원에서 14조 4049억원으로 82.1% 상승에 그쳐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뚜렷했다. 

외래환자 진료비 점유율은 더 명확한 수치를 보였다. 의원이 2004년 71%에서 2013년 62.2%로 8.8%가량 떨어진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10.7%에서 14.5%로 되레 3.8% 상승한 것.

이때도 상급종합병원들 사이에서 '빅5'라 불리는 기관들의 점유율은 유독 눈에 띈다. 2014년 총진료비 8조 5649억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 5677억원을 상위 5개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초대형병원 선호현상까지 확인된 것이다. 

당시 문정림 의원은 "보건의료체계의 토대이자 의료전달체계의 첫 단계로 일차의료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 의료서비스 이용 편의와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의료기관 간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래 진료비뿐만 아니라 총진료비로 집계 기준을 확장해도 비슷한 그림이 나타났다. 2017년 8월, 정부의 문재인 케어 발표 직후 김상훈 의원(제20대 자유한국당)은 총진료비의 연간 변화 추이를 근거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가속화를 우려했다. 

2012년에서 2016년 5년 동안 전체 진료비는 연평균 7.8% 증가했는데, 이 중 상급종합병원과 빅5 병원은 각각 10%, 9.9% 늘어나 평균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는 게 주 내용이다.

빅5 병원의 환자 수 증가율보다 진료비 증가율이 더 높은 부분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김상훈 의원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에는 5개 대형 병원의 진료비가 2조 7000억원에 머물렀으나 2016년 3조 7000억원으로 5년 새 1조원(37%) 가까이 증가했다. 이어 진료 인원은 2012년 196만 5000여 명에서 2016년 222만 2000명으로 25만 7000명(13%) 늘었다.

김상훈 의원은 "문재인 케어의 무분별한 급여 확대로 인해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동네병원은 문을 닫고 일차의료 전달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형병원 쏠림현상, 문케어가 '엑셀' 밟았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문재인케어가 시행되기 직전이나 직후 혹은 지금에 와서야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목할 점은 문재인케어가 이 쏠림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이를 위해 문재인케어 시행 2년 전인 2015년, 1년 전인 2016년, 시작된 2017년, 시행 1년 후인 2018년의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매년 발표하는 '건강보험 주요통계집'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나 전체 진료비 변화와 점유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통계집 자료를 재편집해 분석했다. 

우선 2015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9조 1071억원, 종합병원 8조 8968억원, 병원 5조 5169억원, 의원 11조 7833억원이다.

이어 연도별 요양기관 순서(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대로 나열해보면 2016년은 '10조 9360억원-10조 1764억원-4조 7057억원-12조 5924억원', 2017년은 '11조 2054억원-11조 44억원-6조 3492억원-13조 7000억원', 가장 최근인 2018년은 '14조 333억원-12조 5817억원-6조 9596억원-15조 828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연하게도 모든 종별에서 매년 진료비는 증가했다. 

진료비 증감률 추이를 보면 종합병원급과 병·의원급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병·의원급은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진료비 증감률이 낮은 폭이긴 하나 매년 상승한 반면 종합병원급은 문재인케어 시행이 발표된 2017년 앞뒤로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한 것. 

이를 2015년 대비 2016년 진료비 증감률, 2016년 대비 2017년 진료비 증감률, 2017년 대비 2018년 진료비 증감률로 각각 구분하면 △상급종합병원은 20.1%→2.5%→25.2% △종합병원은 14.4%→8.1%→14.3% △병원 5.9%→8.7%→9.6% △의원은 6.9%→8.8%→10.1%로 변화됐다<그래프1>. 

결국 문재인케어 초기에 투입된 비급여의 급여화 수가가 종합병원급 이상에 해당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그 효과가 2017년 대비 2018년 진료비 증감률에 유독 집중·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병·의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자연스러운 증가 폭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2015년과 2018년의 진료비를 직접 비교하면 상급종합병원은 54.1%, 종합병원은 41.4%, 병원은 26.2%, 의원은 28.0%의 증감률을 기록했다. 

추가적으로 고정된 액수를 나타내는 진료비나 진료비 증감률보다 각 의료기관이 전체 종별에서 차지하는 진료비 점유율이 더 직관적인 지표이므로 이 또한 비교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점유율 증감률이 2015년 대비 2016년, 2016년 대비 2017년, 2017년 대비 2018년 각각 7.6%, -4.1%, 11.7%로 변화했다. 이어 종합병원은 2.6%→0.6%→1.9%, 병원은 -5.3%→2.2%→-2.2%, 의원은 -3.9%→1.5%→-2.0%이다<그래프2>. 

2017년 대비 2018년의 상급종합병원 점유율 증감율인 11.7%가 유독 눈에 띄긴 하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점유율이 낮아지던 해에 병원과 의원이 상대적으로 상승했고 반대로 병원과 의원이 낮아지던 때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상승했다. 

문재인케어 시행 1주년인 2018년을 기준으로 2017년과의 점유율 증감률에만 주목해보면 병원과 의원은 각각 -2.2%, -2.0%인데 이는 2015년 대비 2016년의 -5.3%, -3.9%에 비하면 점유율 하락폭이 높지 않다. 

다만 3년 전인 2015년에 비해 2018년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점유율은 각각 15.3%, 5.2% 상승했고 병원과 의원은 각각 5.3%, 4.4% 하락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점유율 증감률 수치는 2019년 자료가 발표된 후 새로운 자료를 합산해 계산하거나 2015년보다 훨씬 이전 자료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보공단 진료비 실적 통계집 자료만으로 분석했을 때, 대형병원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긴 했으나 문제인케어가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아울러 특정 '시점' 분석과 특정 '기간' 분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단 한해의 '지점(특정 시점)' 분석 결과와 2017년~2019년의 '시기(특정 기간)' 분석 결과는 서로 다른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도별 각각의 분석과 함께 매 기간별 분석이 자세히 동반돼야 명확한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창간 18주년] 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②로 이어집니다(클릭)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