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 VS "한해 두해 만에 생겨난 문제 아냐"
복지부, 이달 안에 전달체계개편 단기적 초안 마련해 사회적 의견 조율 예정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문재인케어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심화시켰다는 의료계와 정치권의 지적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당정 반박 논거(論據)의 핵심 줄기는 '객관적인 수치가 아직 없어 분석이 더 필요하다'와 '쏠림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정부·여당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발제에 나선 심사평가연구소 허윤정 소장은 문재인케어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집중현상이 급격히 가속됐거나 진료비가 급증했다고 보기에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의료계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신음하고 있는 일선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데이터 외에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에 정부가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는 "MRI가 급여화 된 달에 바로 대형병원 촬영이 10% 늘었다고 한다"며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에도 이런 문제가 있을텐데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들이 심평원에게 가급적 삭감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청구를 하는 것에 얽매여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힘든 현 제도를 '허당'이라 표현하며 개원가의 어려움을 집중 호소한 의협이다.

이 기획이사는 "심층진료를 확대하면 쏠림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자 의뢰회송 시스템도 각 단계의 병원에 맞게 꾸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심평원이 발표한 자료와 달리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며 "의원급의 문턱을 더 낮추고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과 연구에 힘쓸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계도 현 정책이 쏠림현상에 일조했을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영리한 의료소비자의 이용 패턴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장성인 교수는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는 이견이없다. 단지 양적 통계 근거는 현장의 문제를 수치화하는 수단"이라며 "현장에서 쏠림이 가속화됐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소비자가 영리하게 의료 이용을 하고 있는 상황일 뿐인데 마치 대형병원이 상업적으로 환자를 유치해 환자쏠림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죄인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즉, 우리나라는 모든 선택을 환자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의료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송재찬 부회장의 제언이다.
 

쏠림 현상 새삼스럽지 않아…전달체계 개편에 모두가 손해 감수해야
복지부, 이달 안에 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적 초안 마련할 예정

여당 관계자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경우 십 수년 동안 이어진 사안이라고 일축하며, 정책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붙어 정치적으로 더욱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어제 먹은 야식 탓에 오늘 살이 쪘다고 말할 수 없듯이 대형병원 쏠림도 과거부터 이어진 오래된 문제로, 종합적인 시각 아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가 너무 부정적인 논의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조 전문위원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이후에 보장성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왼쪽)과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왼쪽)과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

이와 관련 정부는 명확한 용어설정 및 정리를 시작으로 이번 달 안에 단기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 초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대형병원 쏠림의 정의가 상급종합병원인지, 빅5인지, 종합병원인지 등에 대한 용어가 불분명하다"며 "의료이용 10년치의 데이터를 보면 상종이라고 두드러지게 올라가거나 의원이라고 두드러지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이달 안에 단기적으로 수행할 정책 개편의 초안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관련 단체들의 조언을 구한 후 사회적 의견 조정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즉, 처음부터 모든 득과 실을 따져 모두가 동의하는 최종안을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초안을 마련해 사회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 모두가 일정부분 손해를 다함께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손 과장이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정리 과정에서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이익을 본다는 등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모두가 손해 볼 것을 감안해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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