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실 정책관, 깊은 유감과 함께 과학적 의대정원 확대 논의 시작 제안
양동호 단장, 공권력 맞선 의협 비대위 불가피…여론 따른 의대정원 확대 불합리 비판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6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20차 회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6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20차 회의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협이 총파업 여부를 묻는 대회원 투표를 예정한 가운데, 정부가 의정협의 결렬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의협은 공권력에 맞선 비대위 구성과 총파업은 불가피한 행위이며, 여론에 따른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불합리하다고 맞불을 놨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6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20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20차 회의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회의 시작전부터 의협의 총파업 여부를 묻는 대회원 투표로 인해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의협은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 추진 여부를 묻는 대회원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언제든 뜻이 다르면 협의를 단절하겠다는 준비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합의안을 찾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 정책관은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도중 의협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협의 결렬을 전제하고 협의체 회의에 임하고 있는 것는 아닌지 당사자로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진정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난 회의에서 수술, 처치 , 입원 등 저평가 항목의 보상 강화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 수가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급격히 확대되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보상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정 정책관은 "의료계에서 필수의료에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하는 의료사고 법적 불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감당해야 할 민형사 소송 부담이 크다. 의료사고는 의사와 환자 모두 고통받는 문제"라고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해법은 보상과 의료사고 외 의료인 근로여건 개선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 등 다양한 의료정책과 연계돼 있다"며 "충분한 의료인력이 지역·필수의료에 유입되고, 국민들이 자신의 거주지역에서 수준 높은 지역완결적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관은 정책패키지와 함께 꼭 논의해야 할 주요한 이슈가 의사 인력 확대라며, 정책이 실효성 있게 의료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헤서는 충분한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장기적으로 얼만나 많은 인력이 부족한지 등을 20차 회의부터 과학적 근거와 통계에 기반해 논의하겠다며, 정기적인 의료 인력 수급 추계를 실시하고 적정한 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해 거버넌스와 조정 기준을 함께 검토, 협의해야 한다고 의협에 제안했다.

정 정책관은 "앞으로의 논의 통해 정부와 의협이 지역·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정책패키지 마련에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필수의료 기피"

이에,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의료진은 과실치사 협의로 기소됐다.

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이 구속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주사제 오염 외 다양한 병원균 전파 가능성이 드러났으며, 분주 행위의 합법성도 인정돼 모든 의료진은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 단장은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 자신이 담당한 환자가 사망하면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이탈하고 있다"며 "의사만 더 뽑는다고 이런 현실에서 누가 필수의료에 자신을 던지겠냐?"고 정부에게 물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는 생명과 직결돼 있어 의료사고의 발생 확률이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높고, 심리적 부담감 역시 가중된다"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호는커녕 담당 의사들을 법적 구속해 처벌하고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는 결과는 의사들을 필수의료 분야에서 떠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한 건 수는 연평균 75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의 14.7배, 영국의 580.6배에 달한다.

양 단장은 "한국의 의사들이 영국 의사들 보다 580배나 수술과 처치를 잘못한 결과인가?"라며 "유럽 등 선진국처럼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에 있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에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진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며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붕괴된 필수의료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양 단장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다른 걱정없이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양동호 단장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론보다 전문가의 의견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교육과 의료 등 국가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정책에 대해 국민의 여론으로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며 "의료는 국민 전체의 건강과 국가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신중하게 선진국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특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의사들이 공권력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비대위 구성과 총파업 투쟁 등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양 단장은 "정부가 의협과 합의하고, 국민과 약속한 대로 바람직한 의대정원 정책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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