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정원 수요조사 허무맹랑 뻥튀기…의대 배출 의사필수의료 유입 대책 선결 주장
政, 의료계 의사 수 반대 주장 근거 조목조목 반박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9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19차 회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9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19차 회의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난 18차 회의 파행 뒤 다시 협상에 마주한 정부와 의협이 작정하고 상대방의 약점 찌르기를 통한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9일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19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앞에서 양동욱 협상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수요조사 결과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 협상단장에 따르면, 의대정원이 110명인 충남대는 410명을 요구했으며, 정원이 40명인 을지대는 120명을 요구하는 등 현재 정원보다 적게는 3배에서 4배 이상을 요구했다.

앙 단장은 "교육 인프라나 현실적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허무맹랑한 숫자가 난무하고 있다"며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현재도 학생들과 교수들이 불안한 환경에서 의학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뻥튀기해 발표하는 수요조사를 발표했다. 과연 정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라고 자신할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적절한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가 무리하게 발표해 의료계와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합리적이지 못한 수요조사와 짜마추기식 현장점검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소아진료를 포기하고, 응급실을 기피해 중증환자를 떠나는 것이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진단한 양 단장은 의사 수만 늘리면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정부에 반문했다.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환자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고 의료생태계를 지켜 소멸하는 지역의료를 되살려야 한다고 양 단장은 주장했다.

또, 의대정원을 말하기 전에 배출되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단장은 "의료계 내부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 합당한지 우려가 있다"며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의사들은 성토하고 있다"고 의료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의사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협상단이 참여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협의체 참여 의미를 설명했다.

양동호 단장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간 협렵과 단합이 필수불가결하다며, 의협은 진정성을 가지고 정부와 대화할 것이지만 정부도 의료계의 하비적인 비판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라는 부차적인 대안이 아닌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강도·고위험 진료에 대한 합당한 보상 정상화가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앙 단장은 "건강보험 재정 외 별도의 기금과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인 계획으로 각종 지원책이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필수의료 종사자 및 젊은 의사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고, 우수한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지역필수의료에 몸담을 수 있도록 정부의 획기적이고 파격저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양 단장이 주장에 대해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과학적 의대수요 조사 방법과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사인력 확대 반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정책관은 "지난 18차 회의에서 의협의 퇴장으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협력의 자리는 상호 간 노력이 있을 때 유지될 수 있다"고 협상 파행 책임이 의협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의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수호에 둬야 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의협의 전면 파업 가능성 시사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 정책관은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이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간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을 활용해 여러 차례 의료수요와 공급을 추계하고 지역별, 진료과별 임상의사 분포 및 과거부터 현재까지 추이 등을 분석했다.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급 현황과 국제 비교 등을 객관적인 통계와 정교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축적해 왔다"고 의료계의 과학적 근거 부족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또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교육 여건을 조사하고 현장 실사를 추진 중이라며, 의사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실 정책관은 의료계가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다는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발전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의료계의 과학적 방법론 제시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 정책관은 의료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토 면적당 의사 수가 OECD 대비 많기 때문에 의료접근성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 "의료 수요는 국토 면적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의료수요를 가진 국민, 즉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최하위인 2.6명이며, 서울조자 OECD 평균인 3.7명에 미치지 못하는 3.57명이다. 1000명당 의사 수가 6.5명이 넘는 미국 워싱턴 DC 등 외국 대도시에 비하면 수도권조차도 2.74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경북은 1.38명, 충북은 1.59명으로 지역 편차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가 더 심각해지기전에 의사 수를 늘려 늘어나는 지역의 고령 인구 의료 수요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 정책관은 "지역 주민의 게이트 키퍼,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원급과 중등증의 치료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2차병원, 고난도 중증진료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년간 국내 의사 수 증가율이 3.4%로 OECD 평균인 1.4%에 비해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수인 의사 수 자체가 적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착시현상"이라며 "오히려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2.4%로, 이전 10년 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18년간 의대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된 결과 한 해 배출된 의사 수는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인구 1만명당 6.0명에 불과하다"며 "의대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진료가 가능할 때까지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의대정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10년 후 외국과의 의사 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정책관은 의사 수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에 대해 의사 수가 늘어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정부가 마땅히 지출해야 할 비용이라며, 과잉진료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주장은 의사 개인의 윤리적 문제이지 의사 증원으로 인한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관은 "의료계 내부에서 불분명한 주장이 마치 사실처럼 반복 재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며 "의사 정원 확대를 검토함에 있어 정부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학적인 근거나 방법론이 있다면 언제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기준 또는 증원 원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고 의협을 압박했다.

정 정책관은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환자와 의료진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수가체계 개선 그리고 전공의 등 근무 여건 개선과 같은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선결조건이 아닌 서로 보완해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