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박지윤 교수

직장인에게서 흔한 편두통,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악화되면 약 먹어도 잘 듣지 않아

 두통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막연한 두려움 갖기보다 잘 준비하고 조절해야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박지윤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박지윤 교수

- 직장인들 중에 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에게 과도한 업무와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피로 등은 일차성 두통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2017년 대한두통학회에서 시행한 직장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두통을 경험했으며, 이중 37%는 주 1~3회 이상 반복적으로 두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매우 높은 비율로써 특히 반복적으로 두통이 생길 경우 그 강도와 빈도가 점점 악화되면서, 결국에는 약을 먹어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 만성두통으로 발전될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 젊은 직장인들 중에도 두통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가
저희 병원이 위치한 울산에 다양한 직종의 젊은 직장인들과 외국인들이 있는데, 이중 종종 두통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저희와 같은 의료진을 포함해서 3교대 근무나 잦은 당직으로 수면박탈이 잦은 업종, 산업현장에서 심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과로가 축적된 업종, 장시간 고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사무직 등 다양한 직종의 직장인들이 두통으로 내원하고 있다. 

- 두통약을 먹어도 잘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보통 두통 초기에는 증상도 가볍고 진통제도 잘 들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강도가 심해지고 진통제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두통은 초기에 잘 잡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초기 두통 때 ‘쉬면 좋아지겠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기곤 한다. 특히 두통을 유발하는 환경에 꾸준히 노출된 직장인들의 경우,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악화되고 약으로도 잘 조절되지 않게 돼서야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의 차이는?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고, 조이는 듯한 양상으로 발생히면서 일상생활 장애가 거의 없다면 긴장형 두통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구역, 구토감을 동반한다면 편두통 가능성이 높다. 

대개 한쪽 머리가 아파야 편두통이라고 생각하지만, 편두통 환자의 절반 정도는 양측 혹은 전체가 아프다고 표현한다. 또한 맥박이 뛰듯이 욱신거리는 박동성 두통이 편두통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편두통은 보통 반나절~ 하루 정도 지속되고, 빛이나 소리, 냄새 등에 예민하거나 두통을 악화시키는 특징이 있는데, 이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면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이 만성화되면 두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두통(mixed headache)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증상 조절이 더 어려워진다. 직장인들은 반복적으로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뿐 아니라 불규칙적인 식사, 수면, 과음 등 두통유발인자에 노출되기 때문에 긴장형 두통, 편두통 모두 유병률이 높고 만성화되기 쉽다. 

- 편두통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 
대부분의 일차성 두통은 특징적인 임상양상으로 세부적인 진단을 하며, 그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두통이 발생한지 오래됐더라도, 한 달에 1~2회 이하로 긴장형 양상의 두통이 발생한다면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도 좋다. 그러나 구역, 구토감이 동반되거나 두통이 일상 및 직장생활에 장애를 초래한다면 반드시 두통 관련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두통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만약 편두통 환자임에도 막연하게 진통제만 복용하거나, 거북목이라고 해서 교정치료만 받는 경우 적절한 예방치료를 하지 못해 두통이 만성화될 수 있다. 

특히 두통에 효과가 좋다고 카페인 성분이 들어간 복합 진통제 등을 자주 복용하게 되면 반복적인 혈관 수축으로 인해 뇌혈관 과민을 유발하게 되고 약물로 인해 두통이 유발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가볍거나, 진통제가 잘 듣는다고 생각돼도 ‘반복적으로 두통이 발생한다면’ 두통전문의에게 상담받아 볼 것을 권해 드린다.  

만약 일반적인 치료로 두통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편두통을 의심하고 치료하는 것이 유리한가
현재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두통이 편두통으로 의심된다면, 특히 일반적인 진통제에 두통이 잘 듣지 않는다면, 두통이 만성화됐을 가능성이 있거나 적절한 치료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료를 통해 편두통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편두통의 경우 긴장형 두통과 달리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트립탄 제제가 흔하게 사용된다. 편두통은 주로 혈관이 이완되며 두통이 유발되는데, 뇌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트립탄은 이완된 혈관의 수축을 빠르게 유도하면서도 편두통 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고, 카페인약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 편두통 환자에서 예방치료가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편두통이 한 달 평균 8회 이상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면 예방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방치료는 두통의 발생을 미리 차단하고 그 강도와 빈도를 낮출 수 있어 일상생활의 회복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사용을 고민하는 치료법이다. 
고전적으로 경구용예방약물인 베타차단제, 칼슘통로길항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이 사용돼 왔고, 최근에는 항CGRP단클론항체주사제가 급여수가로 인정받으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 항CGRP단클론항체주사제의 장점은?  
항CGRP단클론항체주사제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CGRP수용체와의 결합을 방해해 편두통을 예방하는 편두통 특이 예방약물이다. 편두통과 군발두통에서 예방 효과를 입증했고, 경구용예방약물에 비해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DA 승인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편두통 조절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효과의 발현이 빠르고 다른 약제와 상호작용이 없으며, 인슐린처럼 복부에 피하주사를 놓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매일 복용하는 약제에 비해 복약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경구용예방약물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며,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정성과 관련해 관찰이 필요하다. 

- 편두통 환자들에게 조언한다면?
편두통은 적절한 급성기 증상 조절과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고, 현재까지의 치료법만으로도 대부분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병원을 다니며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보다, 편두통 치료에 경험이 있는 전문의와 함께 일상생활조절 및 약물치료 등 적절한 급성 및 예방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여,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스스로 두통일기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두통양상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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