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 국내 편두통 유병률은?
편두통의 유병률은 편두통의 진단 기준(두통의 지속 시간, 두통 유형, 동반 증상)을 적용했을 때 전 세계 인구의 약 10%, 국내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6%로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인들 중에는 ‘편두통’을 확진하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 개연편두통 환자가 많아, 그 경우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 정도가 편두통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병원 치료를 받는 편두통 환자가 적은 이유는?
편두통 치료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자신이 편두통 환자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보통 ‘편두통偏頭痛)’은 ‘偏(치우칠 편)’ 글자 때문에 ‘한쪽 머리만 아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편두통은 지속 시간, 두통 유형, 동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의학적 진단 기준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한 쪽만 아픈 경우 △양쪽 다 아픈 경우 △박동성인 경우 △움직임에 따라 강도가 세지는 경우 등 여러 유형을 포함한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두통 양상을 정확히 체크하기는 쉽지 않다. △체했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두통이 있을 때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리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편두통일 확률이 높다. △여성이 월경할 때 머리가 아픈 것 역시 편두통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편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 편두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우선 비약물적인 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비약물적치료는 식단, 체중 조절 등을 통해 생활 습관을 교정함으로써 편두통을 치료/예방하는 방법이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지만 상당한 의지와 노력,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고통받는 환자에서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약물치료는 크게 ▲급성기치료와 ▲예방치료가 있다. 
급성기치료는 편두통이 발생한 후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트립탄 등 급성기치료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방치료는 통증의 완화뿐 아니라 차후 편두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다. 다양한 경구용 예방약물이 있으며, 최근에는 CGRP항체주사와 같은 CGRP표적치료제를 사용해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 편두통, 예방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급성기치료는 ‘증상이 나타난 후’에 적용되는 치료다. 이미 발생한 통증은 완화시켜 주지만  차후에 발생할 편두통을 막지는 못한다. 급성기치료제를 자주 먹을 경우(일반 진통제- 월 15일 이상, 트립탄 등 편두통 특이약물- 월 10일 이상 복용) 오히려 약물과용두통이 발생해 치료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통증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적당한 통증은 뇌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시그널로, 우리는 ‘통증’이라는 감각신호를 통해 신체 이상을 확인하고 건강(나아가 생명)을 지킬 수 있다.(당뇨 환자들이 팔다리에 통증을 못 느껴 상처 치료가 어려워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뇌는 우리 자신을 지키는 수단으로 ‘통증에 대한 항상성’을 유지하려 한다. 통증을 억제하는 약물을 계속해서 과용할 경우, 뇌는 통증유발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다. 결국 환자는 약물을 더 많이 복용하게 되고, 통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편두통은 발작을 줄이는 ‘예방치료’가 질병의 악화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중요하다. 

- 경구용 예방치료제와 CGRP항체주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경구용 예방치료제는 항우울제,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등 다른 치료에 쓰이던 약물의 편두통 예방효과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다. 대개 4~6개월 정도 복용 후 뇌의 과민성이 줄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감량하게 된다. 

편두통 예방효과가 잘 나타나는 반면, 편두통 비특이약물이다 보니 온몸이 저릿저릿하거나 심하게 졸리는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초기에는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차츰 증량을 하는데, 그로 인해 치료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단점도 있다. 환자가 불편을 겪지 않으면서 효과를 볼 때까지 꾸준히 복용할 수 있도록, 의사의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CGRP항체주사는 편두통 특이약물로써, 편두통을 유발하는 핵심인자인 CGRP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다. 

CGRP항체주사는 편두통 예방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부작용이 거의 없어 초기부터 단일 용량을 사용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그 외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사용에 큰 제약이 없다는 점, 반감기가 길어 1~3개월에 1회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치료가 편리하다는 점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CGRP항체치료제가 개발됐을 때, 데이비드 도딕(David W. Dodick) 전 세계두통학회장은 “의사 생활 40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약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CGRP항체주사는 두통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유럽두통연맹(European Headache Federation)에서도 2022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필요하다면 CGRP항체주사 투여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CGRP항체주사의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다른 약물치료를 선행하면서 사용을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 CGRP항체주사의 치료 목표(효과)는?
첫 번째 목표는 두통 빈도를 기존 대비 50%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50%까지 두통 빈도가 줄지 않더라도, 약 75%의 환자에서 25% 이상 빈도가 줄어든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CGRP항체주사치료에 있어 주의할 점은?
CGRP항체주사치료 후 증상이 좋아져서 중단하더라도, 편두통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평생 투여할 수는 없으므로, 편두통이 발생하지 않는 신체적인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편두통이 심한 환자가 당장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편두통 예방치료를 통해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낮아졌다면, 다시 말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면, 그 기회를 이용해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습관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이 ‘체중 조절’이다. 비만인 경우 편두통이 유발되기 쉽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센 운동을 하면 두통이 더 유발될 수 있으므로, 약한 유산소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최소 3~4일, 30~60분 정도 권고 드린다. 유산소 운동이 어느 정도 몸에 배면 무산소 운동을 적절히 섞어 근육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카페인의 경우 하루 2잔 이하 섭취로 유지하고, 오후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오전에 마시더라도 가급적 일정한 시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카페인을 줄이기 힘들거나,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편두통 예방치료는 편두통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편두통이 오지 않는 몸’을 만드는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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