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박홍균 교수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박홍균 교수

‘약물과용두통’ - 한번 발병하면 치료 어려워 
예방치료는 약물과용두통을 방지하는 첫걸음

편두통 치료는 크게 ▲급성기치료와 ▲예방치료로 나뉜다. 급성기치료는 편두통이 발생했을 때 빨리 증상을 완화시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치료약제에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 진통제와 편두통 특이약물인 트립탄계열의 약이 있다.

예방치료는 증상 완화뿐 아니라 차후 발생할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경구용 예방약물과 CGRP주사제 등을 사용한다.  

- 편두통 급성기치료제, 과용하면 오히려 편두통이 심해진다던데?
급성기치료제를 복용해서 빠른 시간 안에 증상이 가라앉고 두통의 빈도가 높지 않다면, 즉 환자 스스로 증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두통의 강도가 점차 세지고, 발생 빈도가 늘면서 약을 더 많이 복용해도 증상이 잘 가라앉지 않는 경우다. 처음에는 약을 먹고 1~2시간 이내에 가라앉던 두통이, 2~3시간, 반나절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으면서 환자의 고통이 배가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작은 불은 소화기 하나로 끌 수 있지만 크게 번진 불은 소화기 하나로 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두통 역시 그 강도가 심해지면 약의 효과가 잘 안 듣기 시작한다.

또한 이런식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 두통의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환자들이 ‘약에 내성이 생겼나 보다’ 하고 약을 더 자주, 더 많이 복용하면서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기존 편두통에 약물과용으로 인한 두통이 더해지면서 환자의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약물과용’의 기준은 무엇인가?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따르면 ▲일차두통질환이 있는 두통환자가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두통치료를 위해 급성기치료제를 3개월 이상 과용하면서 두통이 악화되는 것을 ‘약물과용두통’이라고 정의한다.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등 일반 진통제의 경우 월 15일 이상, 트립탄 등 편두통 특이약물의 경우 월 10일 이상 복용 시 약물과용두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약물과용두통이 사라지나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해도, 무작정 약 없이 편두통을 견디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또한 과용하던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면, 두통이 더 세지거나 우울, 불안 등의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급성기치료제 복용 중단 후 일반적으로 첫 1~2주에는 두통이 더 심해지면서 약물과용을 끊어내는 것에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급성기치료제 중단과 동시에 예방치료를 진행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줄여나가는 전략을 취한다. 

약물과용두통은 한번 생기면 치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사전에 약물과용두통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편두통 예방치료가 ‘약물과용’을 억제하는 효과는?  
편두통 예방치료는 차후 발생할 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약물과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예방치료의 대상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월 4~5일 이상 두통이 있다면 급성기치료제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두통전문의를 만나 예방치료에 대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 편두통 예방치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편두통 예방치료제에는 항전간제, 베타차단제, 항우울제 등의 경구용 예방치료제와 보톡스, CGRP항체주사제가 있다. 경구용 예방치료제와 보톡스 주사는 편두통 비특이약물로 다른 질병(목적)에 사용되는 약물의 편두통 예방 효과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며, CGRP항체주사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유발인자를 타켓팅하는 편두통 특이약물이다.

예방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의사와 환자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의견도 중요하다. 때문에 환자에게 각각의 치료제가 가진 특성을 모두 설명드린 후,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고 있다. 

경구용 예방치료제의 경우 편두통 비특이약물이다 보니, 약물을 증량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잘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다. 편두통뿐 아니라 불면증, 우울증, 고혈압 등이 동반된 환자라면 오히려 약물의 부작용을 부가적인 효과로 이용할 수도 있다. 

CGRP항체주사의 경우 편두통을 유발하는 인자인 CGRP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따라서 편두통 예방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초기부터 단일 용량을 사용함으로써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편두통 예방치료 시, 일반적으로 ‘두통의 빈도를 50% 이상 줄이는 것’을 1차 목표로 하는데, CGRP항체주사의 경우 1차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두통 일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강도가 약해진다는 것은 편두통 환자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이득이다. 

그 외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사용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는 것과 경구용 약물과 달리 월 1회만 투여받아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일부에서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편두통 예방치료,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편두통은 다른 질병과 달리 검사가 아닌, 문진을 근거로 진단하는 질환이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의 정확한 소통이 중요하다. 약물과용두통으로 가지 않게 하는 첫걸음으로써 예방치료의 적절한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 역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그리고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전달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예컨대 두통의 유무를 정의하는데도 환자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할 만큼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만 ‘두통이 있었다’라고 생각해서 가벼운 증상은 두통일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어떤 환자는 매우 가벼운 증상까지 두통일수에 포함한다. 전자의 경우 실제보다 증상을 가볍게 판단해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단지 머리가 아픈 것뿐 아니라 머리가 조금 묵직하거나 뻐근한 것 역시 두통의 범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도 진단이 달라질 수 있다.(그 기준은 의사마다 다르다.) 

편두통 환자에게 ‘두통일기’를 권유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자칫 사소하고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환자들이 진료실 안에서 짧은 시간 내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말로 전달하는 것 보다는 매일매일 두통일기를 작성하여 객관적인 기록을 전달할 때, 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림으로써 예방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의사 역시 일상적인 상담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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