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문희수 교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문희수 교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문희수 교수

‘편두통은 스트레스 탓’이라는 인식 벗어나야

아프다고 진통제만 복용하면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될 수 있어

편두통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CGRP 레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

-편두통도 질환인가?
편두통은 엄연한 ‘뇌 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일부 의사들조차) 편두통을 예민한 성격 때문에, 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질환에 대한 개념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고, 그로 인해 편두통이 만성화될 경우 환자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편두통에 대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가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편두통의 진단 기준이 궁금하다
편두통은 크게 ▲두통의 지속 시간 ▲두통의 유형 ▲동반 증상 3가지를 기준으로 진단된다.  지속 시간은 ‘두통이 4~72시간 지속되는가’를 본다. 두통의 유형은 ‘①두통이 한쪽 편측으로 나타나는가 ②욱신거리는 박동성인가 ③중등도 이상의 심한 두통인가 ④일상의 신체활동(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지는가’ 하는 4가지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하는가를 본다.

동반 증상으로는 ‘①구역이나 구토가 있는가 ②소리나 빛에 두통이 악화되는가’ 중에 1가지 이상을 만족하는가를 본다. 이들 기준에 해당하는 두통이 5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 편두통이라고 진단한다. 

-편두통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제 경우 환자분께 ‘편두통 뇌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태어날 때부터 잘 흥분하고 통증에 예민한 뇌가 있고, 그러한 사람이 밤을 새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 환경적 요인이 발생할 경우 편두통과 관련된 통증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편두통을 일으키는 기전을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 뇌막 근처에 있는 삼차 신경은 자극을 받으면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그중 가장 주요한 물질이 CGRP(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이다.

뇌막 신경에서 CGRP가 나오면 근처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일련의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신호를 통증 관련 신경이 포착해 중추 방향으로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뇌에서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편두통 치료를 위해 CGRP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CGRP가 편두통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이고, 따라서 편두통의 치료를 위해 CGRP의 레벨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통의 빈도가 늘어나면, 기본적인 CGRP 레벨도 함께 늘어난다. 실제로 편두통의 빈도가 높고 그 기간이 오래된 사람들은 뇌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한다는 일부 연구도 있다. 통증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변하면서 두통이 더 자주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두통은 당장의 통증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성화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CGRP 레벨을 낮출 수 있는 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편두통 치료의 두 가지 틀은 급성기치료와 예방치료다. 
급성기치료는 두통이 생겼을 때 통증과 동반 증상을 없애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급성기치료제인 트립탄의 경우,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CGRP 레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편두통이 시작될 때 트립탄 계열의 약을 복용함으로써 통증을 빨리완화할 수 있다. 다만 차후에 발생할 두통을 예방한다거나, 두통의 빈도는 조절하지 못한다. 또한 약물을 과용할 경우, 그로 인해 만성 편두통이 야기될 수 있어 복용 횟수에 제한이 따른다.

예방치료는 편두통 발작의 빈도, 강도, 지속시간 및 급성기치료약물의 과도한 사용을 줄임으로써 궁극적으로 편두통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CGRP 표적치료제의 경우, 편두통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CGRP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편두통을 예방할 뿐 아니라, 편두통이 발생하더라도 그 빈도와 강도를 낮추기 때문에 급성기치료제의 복용 횟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편두통 예방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
외국의 한 논문에 따르면 전체 편두통 환자 중에서 예방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약 38%에 달한다고 보고됐는데, 이중 3~13%의 환자만이 예방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서도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1년 기준)은 20%가 안 된다.

이는 예방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은 원인도 있지만, 기존 예방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은 원인도 있다.

CGRP 표적치료제가 나오기 전, 기존의 편두통 예방치료는 고혈압제나 항우울제와 같은 편두통 비특이약물을 사용했다. 이러한 약제들은 부작용을 감안해 처음에는 저용량으로 시작하고 천천히 약물을 증량하는데, 그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시 증량하거나 약을 바꾸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가 예방치료에 대해 실망하거나 인내하지 못하면서 치료 이탈률이 늘어나는 것이다. 

-편두통 예방치료에 있어, CGRP 표적치료제가 가진 이점은 무엇인가
CGRP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약물로써 그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용량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없고 7일 이내에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빠르다. 부작용도 별로 없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거의 없어 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감기가 길어서 1개월에 1회 주사하기 때문에 경구예방약물의 순응도가 낮았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편두통 예방치료가 필요한 환자군과 1차 치료 목표는?
통상적으로 1개월에 4회 이상 주기적으로 편두통이 발생하는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보고, 그 경우 편두통의 빈도를 기존 대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 

단,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치료를 바로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CGRP항체주사의 경우 보통 6개월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데, 환자에 따라 치료 성적이 좋아서 3~4개월만 투여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12개월까지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편두통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습관이 있다면?
편두통은 어떤 치료를 받느냐 만큼이나 환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나의 두통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두통일기를 쓰는 것을 권한다.

나의 두통 패턴과 유발요인을 알게 되므로 두통을 유발하는 환경에 덜 노출되도록 노력할 수 있고 진통제를 과용하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운동과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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