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 심질환 환자에게 금기지만 연구마다 결과 엇갈려
덴마크 연구 결과, 트립탄 치료 시 심근경색·허혈성 뇌졸중 위험 상승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편두통 약인 트립탄 계열 치료제(이하 트립탄)의 반전은 없었다. 트립탄은 관상동맥 수축 작용이 있어 허혈성 심질환 또는 기타 심각한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금기다. 하지만 실제 위험을 분석한 관찰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렸던 상황. 

이런 가운데 덴마크 연구 결과, 트립탄 치료는 심근경색 그리고 허혈성 뇌졸중 위험 상승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립탄 치료로 허혈성 사건이 발생한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다는 점에서, 트립탄의 허혈성 사건 위험은 환자별 특징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 결과는 JAMA Neurology 2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혈관질환 병력 금기…혈관 위험인자 있다면 처방 주의해야

트립탄은 선택적으로 세로토닌 수용체 5-HT1B 그리고 5-HT1D에 결합한다. 약제는 수마트립탄, 리자트립탄 등이 있다. 처방 정보에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금기사항으로 명시됐고, 혈관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게 처방에 주의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트립탄과 심혈관질환 발생 간 연관성이 없거나 위험이 낮다고 보고됐다. 이는 교란요인으로 인해 나타났을 것이라는 게 이번 덴마크 연구팀의 추정이다. 트립탄을 투약한 환자군은 투약하지 않은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 교란요인을 완전히 보정할 수 없다면 트립탄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없거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허혈성 사건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에게 트립탄 치료가 금기일 정도로 트립탄이 허혈성 사건 위험과 연관됐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트립탄 치료 시 허혈성 사건 위험 3.0~3.3배↑

연구는 자기 대조군 연구 방법을 활용해 트립탄과 허혈성 사건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자기 대조군 연구 방법은 사람들 간 보다 개인 내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자기 자신을 대조군으로 이용해, 유전적 성향, 죽상동맥경화증, 흡연 행태, 비만 등 교란요인을 배제할 수 있다. 

1995년 1월~2022년 8월 덴마크 레지스트리에서 트립탄을 투약한 모든 환자군과 이들에게서 보고된 허혈성 사건을 모두 확인했다. 허혈성 사건은 급성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불특정 뇌졸중 등으로 정의했다. 트립탄과 허혈성 사건 간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허혈성 사건 발생 2주까지의 치료제 첫 투약기간과 2주로 구성한 4개의 참고기간을 비교했다. 

분석 대상이 된 트립탄을 처음 처방받은 환자군은 약 43만명이었다. 중앙값 나이는 38세였고 여성이 75.8%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트립탄 치료로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군은 11명(0.003%)이었고, 위험은 3.3배 높았다(OR 3.3; 95% CI 1.0~10.9). 또 허혈성 뇌졸중은 18명(0.004%), 허혈성 또는 불특정 뇌졸중은 35명(0.008%)에게서 확인됐고, 트립탄 치료에 따른 위험은 각 3.2배(OR 3.2; 95% CI 1.3~8.1)와 3.0배(OR 3.0; 95% CI 1.5~5.9) 유의하게 높았다.

단, 허혈성 사건이 확인된 대다수 환자군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져 고위험군에 속했다. 중앙값 나이는 60세로, 전체 환자군의 중앙값 나이보다 높았다. 즉,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면 허혈성 사건 위험에 따라 트립탄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다면 트립탄을 시작해도 허혈성 사건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위분석에서 트립탄 치료에 따른 심근경색 위험 증가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고혈압, 60세 미만의 젊은 연령 등과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고혈압 또는 60세 미만의 젊은 환자군에서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덴마크 오덴세대학병원 Jesper Hallas 교수는 "이번 결과는 관상동맥질환, 일과성 허혈발작 또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트립탄을 처방하면 안 된다는 미국식품의약국(FDA) 권고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혈성 사건의 절대 위험은 낮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그는 "절대 위험을 보면, 평균적으로 트립탄을 시작한 환자 3만 명 중 1명에게서 허혈성 사건이 발생했다"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면 위험은 이보다 높을 것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위험은 3만분의 1보다 낮거나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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