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편두통은 증상과 빈도에 관계없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 
증상 완화에 급급하기 보다, 예방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편두통 질환’의 정의가 궁금하다 
편두통의 가장 큰 특징은 뇌의 과민성이다. 뇌혈관이나 뇌막에 분포된 감각 세포들이 화학적인 자극으로 인해 뇌를 흥분시킴으로써 통증이 오는 것이다. 흔히 ‘편두통이 어느 정도 반복돼야 질환인가요?’ 하는 질문을 하시는데, 편두통은 횟수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질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편두통 위험 인자는 무엇인가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뇌의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여성의 편두통 유발률이 남성에 비해 약 2~3배 정도 높다. 그 외 동반 질환의 영향이나 사회적, 경제적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편두통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편두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원칙적으로 편두통은 ▲조짐 편두통 ▲무조짐편두통 ▲삽화 편두통 ▲개연 편두통으로 구분한다. 조짐 편두통이란 증상 발현 전에 빛이 번쩍거리거나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이 선행되는 것을 의미하고, 삽화 편두통은 간헐적으로 발현되는 편두통을 말한다. 간혹 편두통을 오래 겪으면 만성 편두통 환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만성 편두통’이란 ‘편두통으로 인해 통증을 겪은 날이 많은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년째 두통이 지속되더라도 한 달에 한 번만 아픈 경우는 만성 편두통으로 보지 않는다.  

-편두통, ‘예방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편두통의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예방 치료가 있다. 급성기 치료는 편두통이 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통증을 줄여 일상생활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급성기 치료제는 민감화된 뇌를 안정화 시키는 작용을 통해 편두통의 통증과 동반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스피린과 같은 일반 소염진통제와 트립탄, 카페르고트와 같은 편두통 특이약물이 이에 해당한다.

급성기 치료제를 과용할 경우 약효가 떨어질 수 있고, 편두통이 조금씩 더 나빠지면서 만성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필요시 급성기 치료제를 복용하되, 과용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은 한 달에 15일 이상, 트립탄 등 편두통 특이 약물은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 시 과용으로 본다.) 

관련해 최근 편두통 치료의 패러다임이 ‘예방 치료’로 바뀌고 있다. 편두통 예방 치료는 편두통의 발생을 줄이고, 만약 편두통이 발생하더라도 그 정도를 약하게 하며, 급성기 치료제의 효과를 더 좋게 함으로써 치료제의 과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두통 예방 치료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기존의 편두통 예방치료제는 항우울증제나 혈압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계열의 약에서 나타나는 편두통 치료 효과를 빌려 썼다. 이들 모두 어느 정도 뇌혈관의 화학적 안정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편두통 특이약물이 아니다 보니 피로나 어지럼증, 저혈압 등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항우울증제를 우울증 환자에서 사용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편두통 환자에서 복용량의 1/10만 사용해도 구갈이 나타나거나 지나치게 졸려 일상 생활이 힘든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 일명 보톡스 주사로 불리는 보툴리눔독소A형 약물과 CGRP 표적치료제도 편두통 예방치료제로 사용된다.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란 우리 몸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로 특히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집중돼 있다.

3차 신경이 활성화될 경우 CGRP가 방출되면서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때 편두통이 발생한다. CGRP 표적치료제는 CGRP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편두통의 발생을 줄이는 치료제다. 편두통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단일 용량을 주사하기 때문에 비교적 치료가 쉽고 효과의 발현이 빠른 편이다. 약물의 분자 단위가 커서 다른 약들과의 상호작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편두통 예방 치료제의 사용 지침은? 
보통 한 달에 4일 이상 편두통이 발현되는 환자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 가이드라인의 경우 2019년에는 다른 약물로 여러 번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했으나 올해(2022년)부터 필요에 따라 1차 치료 요법으로 CGRP 표적치료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역시 비용 등의 요소를 고려해 환자와 의논한 뒤, 1차 치료로써 CGRP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치료 기간은 6개월~ 1년 정도이며 이후 증상이 좋아지면 중단하되 증상이 재발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편두통 급성기 치료제와 예방 치료제를 병용해도 괜찮은가?
편두통 예방 치료를 하더라도 급성기 치료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예방 치료를 함으로써 편두통의 정도와 횟수가 줄고, 그로 인해 급성기 치료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두 가지 치료를 병용하면서 증상이 충분히 안정된다면, 이후 환자의 선호에 따라 둘 중 하나의 치료만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편두통 치료의 방향은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 보는가?
편두통 치료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방 치료 시대의 개막’이다. 이전에는 환자들에게 “편두통이 생기면 참지 말고 빨리 약 드세요”라고 말씀드렸다면, 최근에는 “편두통은 예방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말씀드린다.

편두통 치료가 증상 완화에 국한되지 않고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통해 그 강도와 빈도를 조절해 나가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도 편두통은 예방 치료의 측면에서 발전해 나갈 것이며, 그로 인해 많은 편두통 환자들의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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