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오히려 만성/난치성두통으로 발전하는 경우 많아
‘두통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요

최윤주신경과의원 최윤주 원장
최윤주신경과의원 최윤주 원장

- 두통전문의로서 환자의 치료 시 어려운 점은?
같은 두통이라도 만성인지 삽화성인지 등에 따라 약제 선정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환자의 증상이 국제두통분류에 따른 진단기준에 정확히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성편두통의 진단기준은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그중 8일 이상은 편두통 양상이어야 하며 △이러한 두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환자는 어떤 달은 14일만 아플 수도 있고, 어떤 달은 매일 아플 수도 있다. 진단기준대로만 판단하면 증상이 덜 심한 환자가 만성편두통이 되고, 보다 심한 환자가 삽화편두통으로 진단될 수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편두통 진단을 위해 구토 혹은 구역 여부를 물어보면 없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지만, ‘속이 더부룩한가?’, ‘두통 있을 때 입맛이 떨어지는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있다고 답한다. ‘욱신거리는가’, ‘박동성인가’ 등 주관적이고 다양한 두통 표현은 환자와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한 각 약제마다 사용 목적 및 용법, 급여기준이 다름에도, 타과에서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의 두통이 만성화되거나 약물과용두통, 난치성 두통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환자가 그동안 받아온 치료의 개념을 바꿔드리는 과정 역시 두통전문의로서 상당히 힘든 일이다. 

- 부정확한 진단으로 인해 두통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환자가 약국이나 혹은 외국에서 구입한 복합진통제를 과용함으로써 약물과용두통, 난치성 두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의료진이 약제 투여 시기나 용량을 적절하게 지정해 주지 않아 쉽게 치료될 두통이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 속이 아프고 머리가 아픈 환자들 중 상당수가 타과에서 내시경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통제로만 버티다가 뒤늦게 신경과를 찾아 편두통 진단을 받기도 한다(편두통의 전조 증상 중에 위장 장애도 있다). 다행히 적절한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치료가 힘든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월경편두통, 전정편두통 역시 타과 치료로 인해 편두통 치료가 늦어지는 흔한 편두통의 아형들이다. 

- 전문 두통클리닉에서 진행되는 두통 진단 방법은?
두통의 진단은 90% 이상 문진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의사가 진단기준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며, 이차두통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환자에게 영상학적 평가의 필요성을 알려드린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급적 쉬운 용어로 묻는 것이 좋다. “빛공포증/소리공포증 있어요?”라는 질문보다는 “옆 사람의 음식 먹는 소리도 듣기 싫나요?”, “어두운 데서 휴대폰 보면 눈이 불편한가요?”와 같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질문하는 것이 좋다. 시각조짐의 경우 “지그재그가 보이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그림을 보여주고 해당 그림의 조짐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자율신경증상이 있는지, 기립성 두통인지, 신경통 양상의 찌릿함이 있는지 등 편두통이 아닌 다른 두통의 대표적 특징들도 문진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위장장애, 어지럼, 이명, 이충만감이나 하품, 기분 변화에 이르기까지 두통으로 인해 동반된 증상들도 물어봐야 한다. 

두통클리닉의 검사에는 영상학적 검사도 있지만, 의료시설의 한계상 뇌혈류초음파, 뇌파, 자율신경검사 등을 환자의 특성에 맞게 시행할 수 있다. 동반되는 증상에 대해 해당 검사를 진행하고 그 증상에 맞춰 예방약을 선정하기도 한다. 환자의 나이, 체중, 직업, 동반증상 등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해 급성기 치료제와 필요할 경우 예방약물을 선정한다. 

두통의 빈도 및 강도에 따라 예방치료가 필요하다고 결정되면, 처음부터 6개월 사용을 말씀드리는 것보다 2~3주 경과를 보고 부작용 및 효과를 판단해서 변경, 혹은 2~3개월 정도 유지해 본 뒤 상태에 따라 중단 또는 유지할 수도 있음을 알리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기간을 길게 말하면 환자의 복약순응도도 떨어지고 치료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 편두통 환자에서 예방치료가 효과적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편두통의 예방치료는 급성기 치료가 갖고 있는 여러 부작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한 치료이므로 필요한 경우 적극 시도해야 한다. 

편두통 예방치료제에는 경구용 예방약물과 보툴리눔독소, CGRP 단일클론항체 주사(앰겔러티 등) 등이 있다.

경구용 예방약물은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있지만, 50% 이상 두통반응이 있는 경우 CGRP 단일클론항체에 비해 그 효과가 20% 이상 떨어진다. 또한 졸림, 체중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CGRP 단일클론항체의 경우 모든 편두통에서 예방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편두통 예방 특이약물로써 △편두통 발생 빈도의 감소 △두통일수 감소 등에서 어떤 약제보다 그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약물과용두통에서도 해독과정이라는 복잡한 치료없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학습능력저하, 졸림 등의 부작용이 없어 탈모, 피부질환, 심한 고혈압, 임신, 수유 등의 금기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 개원의 신경과에서 두통 질환 치료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신경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최소 25%는 두통환자일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편두통 환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통 환자는 문진 등 진료에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원 현실에서 병·의원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질병을 진단할 확실한 검사가 없다는 점과 주사제 처리와 보관 등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으로 병·의원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두통 치료는 복합적인 케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두통 환자는 그에 따르는 동반 증상이 있으며 환자 가족들 역시 두통과 함께 어지럼, 실신, 기립성저혈압, 기립성빈맥증후군, 이명, 인지저하 등 다양한 동반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가 두통을 치료하면서 이러한 증상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준다면 환자 입장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병·의원 경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경과 의사만큼 두통을 잘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실이 보다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대학과 학회에서도 많은 교육이 필요하며, 두통 치료가 개원 경영에 도움 될 수 있는 여러 툴(tool)을 개발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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