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과 이미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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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예방치료, 통증 유발하는 연결고리 사전에 차단
뇌의 긍정적 활성은 유지하고, 통증만 억제 
기존 약물로 치료 실패 거듭될수록, 예방치료 효과 떨어져

- 편두통이 잘 나타나는 유형은? 
편두통이 잘 생기는 체질은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경우’ 일반인에 비해 뇌세포의 활성도가 높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뇌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생존중추’로서, 주변 환경과 신체 내부상태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다가 규칙에서 벗어나는 신호를 감지하면 반응하게 된다.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경우 이러한 뇌 활동이 (일반인에 비해) 과활성화되기 쉽고, 개인의 역치를 벗어날 만큼 과활성화되면 편두통이 발생한다.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경우, 소아기에 어지러움과 복통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평상시 잘 체하거나, 불빛, 소리, 냄새에 민감하거나, 생리주기나 계절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거나, 멀미를 잘 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 편두통성 두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 편두통, 예방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편두통 치료에는 크게 ▲급성기치료와 ▲예방치료가 있다. 
급성기치료는 두통이 발생한 뒤, 증상을 완화하는 ‘사후 조치’다. 흔히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 진통제나 트립탄 등 급성기치료제를 복용한다.

예방치료는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뇌의 과활성으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사전 조치’다. 경구용 예방약물을 복용하거나, CGRP항체주사를 투여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모든 편두통 환자에게 예방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편두통의 빈도가 높지 않으면서 일반진통제나 급성기치료제 복용만으로 증상이 잘 조절된다면 예방치료 없이 지내셔도 무방하다. 문제는 급성기치료제를 복용해도,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조절되지 않거나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에는 ‘자가진통작용’ 기능이 있다. 이는 두통이 발생하려는 순간, 또는 이미 시작된 두통의 통증을 스스로 정상화시키는 능력이다. 그런데 급성기치료제를 자주 복용하게 되면 이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외부에서 진통 물질이 과도하게 들어오면서 뇌와 수용체 기능의 변화로 인해 자가진통작용 물질이 덜 분비되고, 오히려 두통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약물과용두통이거나 만성편두통 단계에 들어선 환자, 그리고 그러한 위험성이 높은 고빈도간헐편두통 환자에서는 예방치료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 예방치료의 치료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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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표는 편두통 발생 빈도를 기존 대비 50% 정도 낮추는 것이다. 50%까지는 아니더라도 빈도가 어느 정도 줄었다면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보고, 3개월간 유지요법을 시행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두통의 발생 빈도를 저빈도, ‘머리가 항상 맑고, 가끔씩 편두통이 오는 정도’로 낮추는 것이다.

- 경구용 예방약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경구용 예방약물은 편두통 특이약물이 아니다. 항우울제, 항고혈압제, 칼슘통로차단제 등과 같이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편두통에 효과를 부가적으로 나타냄에 따라 차용한 것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부작용 우려가 많은데 뇌의 중추신경에 작용함으로써 뇌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그로 인한 졸림, 언어장애, 기억력 감퇴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따르는 것이다. 

또한 부작용을 고려해 초기에는 약의 용량을 작게 시작한 뒤 최대내약용량까지 천천히 증량해 나가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증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들로 인해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면서,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경구용 예방약물은 부작용이 개인에게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자에게 권고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의 졸림 부작용을 이용해 편두통 예방이 필요하면서 불면증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한다거나, 혈압이 떨어질 수 있는 베타차단제를 평상시 불안도가 높거나 혈압이 높은 분들께 처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환자의 두통 외 다른 특성들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전략을 짜고, 효과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 CGRP항체주사제란 무엇인가?
CGRP(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는 뇌막 근처에 있는 삼차신경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가 과활성 될 때 통증을 유발하게 하는 편두통 발생의 핵심 인자다. CGRP항체주사는 CGRP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직접 억제하는 편두통 특이약물이다. 

편두통성 뇌 자체가 아프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예민하고 민감도가 높은 것이다. 그만큼 주위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기도 하다. 

CGRP항체주사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고 말초신경 부위에 작용해 통증의 유발을 막는다는 것은, 편두통성 뇌로 인해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억제하지 않으면서 두통으로 진행되는 연결고리만 사전에 차단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매우 큰 치료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초기부터 최대 용량을 주사할 수 있어 효과의 발현이 빠르다. 경구용 예방약물처럼 매일 먹지 않고 1~3개월마다 주사하기  때문에 복약순응도 면에서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다. 

- CGRP항체주사의 사용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환자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약 한 달에 4일 정도만 두통이 있는 저빈도로 조절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목표에 도달한 뒤에도 약 3~6개월 정도 더 유지요법을 시행한 뒤, 중단을 고려하는 편이다. 

- CGRP항체주사 치료, 어떤 환자에게 필요할까?
사실 CGRP항체주사는 예방치료를 요하는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이다. 그러나 굳이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편두통이 난치성일수록, 고빈도일수록 CGRP항체주사치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편두통은 두통일수에 따라 크게 ▲삽화성편두통과 ▲만성편두통으로 나누고, 만성편두통은 다시 △약물과용이 없는 만성편두통과 ▲약물과용이 있는 만성편두통으로 나눈다. 이중 약물과용이 있는 만성편두통 환자에게 CGRP항체주사치료를 강하게 권하고, 약물과용은 없지만 과용의 우려가 있는 경우 CGRP항체주사치료를 권한다.

삽화성편두통 환자 중에도 한 달에 8번 이상 두통이 나타나는 고빈도 삽화성편두통 환자에게는 CGRP항체주사가 권고될 수 있다. 

두통 빈도와 중증도 외에도 복약편의성의 측면에서 보면, 알약을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약물 부작용이 많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어려운 환자에게 CGRP항체주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인 내원이 어려워 꾸준한 관찰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1개월 또는 3개월에 한 번 투여받는 CGRP항체주사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 삽화성편두통 환자에서도 CGRP항체주사치료가 권고되는 이유는?
덴마크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만성편두통 환자보다 고빈도 삽화성편두통 환자의 트립탄 사용량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삽화성편두통 환자라 하더라도 약물 과용일수가 더 많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약물과용두통으로 변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 어떤 환자에서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지?
여러 연구를 통해 만성편두통에 비해 삽화성편두통 환자에서 CGRP항체주사의 치료 효과가 높고, 과거 편두통 치료에 실패 경험이 많을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즉, 필요한 경우 편두통이 만성화되기 전에 예방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편이 좋다.

유럽두통연맹(European Headache Federation)에서도 2019년에는 기존 경구용 약물 중 3가지 이상에서 치료에 실패할 경우 CGRP항체주사 치료를 권고했는데, 2022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치료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CGRP항체주사 투여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CGRP항체주사의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사용을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 편두통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은?
편두통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성’이다. 규칙적인 식사, 규칙적인 수면, 규칙적인 활동을 유지함으로써 편두통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평일에 수면이 부족하다고 해서 주말에 몰아서 과다하게 잠을 잘 경우 오히려 편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4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4~5일 하는 습관이 경구 예방약물 중 가장 효과가 강력한 토피라메이트(topiramate)와 유사한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경우 혈중 카페인 농도의 변동성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매일 섭취하는 사람과 카페인을 중단한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의 경우 급성기치료제 효과가 더 좋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한 바도 있다. 따라서 과도한 카페인 섭취 역시 피할 것을 권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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