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

CGRP항체주사, 기존 경구용 예방 치료제의 한계 뛰어 넘어
편두통 유발 주요 원인 ‘CGRP’ 차단으로 편두통 예방 효과↑
부작용 거의 없고, 치료 효과는 빨라

 -편두통의 정의와 종류가 궁금하다
‘두통’에는 1차 두통과 2차 두통이 있다. 1차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유전적인 소인으로 생기는 것이고, 2차 두통은 뇌출혈이나 두부외상 등을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다. 1차 두통은 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 기타 1차 두통으로 나뉘는데,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대개 편두통 환자이다. 

편두통은 두통이 오기 전에 앞이 잘 안 보이는 등의 조짐이 있는 ▲조짐편두통과 ▲무조짐편두통으로 나뉘며, 편두통 환자 중 약 20%가 조짐을 가지고 있다. 

편두통의 진단 기준은 첫째로 두통의 지속 시간을 보고(보통 반나절 이상인 경우), 둘째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보며, 셋째로 두통의 특징을 본다(중증도 이상의 강도, 한 쪽으로 나타나는가, 움직임에 의해 악화되는가, 욱신욱신 거리는 박동성인가). 넷째로 두통과 함께 구토나 구역, 소리나 빛에 대한 과민이 동반되는가를 본다.

-편두통 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두통이 유발되는 요인을 피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다. 스트레스나 추위, 월경(여성의 경우) 등이 편두통의 흔한 유발인자인데 이를 제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2가지 방법에는 급성기 치료와 예방 치료가 있다. 급성기 치료는 편두통이 생겼을 때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통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편두통 환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대개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다가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면 트립탄 등 급성기 치료제를 복용하게 된다. 

예방 치료는 말 그대로 통증이 생기기 전에 편두통을 예방함으로써 그 빈도와 강도를 완화하는 치료다. 기존에는 항우울제, 항전간제, 또는 항고혈압제 같은 편두통에 비특이적인 약물을 경구로 복용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기전인 ‘CGRP’를 직접 타겟팅하는 CGRP 표적치료제들이 사용되면서 예방 치료의 효과가 높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편두통을 ‘예방 치료’한다는 개념이 생소한 이유는?
여전히 의사들조차 예방 치료에 대한 개념이 미흡한 상황이다. 많은 환자들이 편두통이 생기면 일반 진통제를 먹고, 일반 진통제로 해결이 안 되면 병원을 찾아 트립탄 같은 급성기 치료제를 처방받는다.

그러나 편두통의 강도가 심해지면 급성기 치료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다. 통증이 가벼울 때는 약 복용 후 30분 안에 좋아지던 것이 차츰 수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지연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약물을 지나치게 복용하면 약물과용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급성기 치료제는 월 10일 이상, 또는 주 2일 이상 복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최근 편두통 치료의 중심이 예방 치료로 옮겨가고 있다. 예방 치료를 통해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임으로써 진통제나 급성기 치료제의 복용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두통의 강도가 완화되면서 진통제의 약효가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편두통이 발생하더라도 일상에 복귀하기까지의 시간이 빨라지게 된다.

-편두통 예방 치료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고전적인 예방 치료제는 크게 A,B,C,D로 나눈다. ▲Anti-epileptics(항전간제) ▲ß-blocker (베타차단제), Botulinum toxin typeA(보톡스) ▲Calaium channel blocker(칼슘통로차단제) ▲anti-Depressant(항우울제)이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약들은 다른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따라서 편두통을 예방하는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의 우려도 크다.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에 취약하다 보니, 항전간제나 항우울제를 서양인들의 1/2만 복용해도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고 우울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치료 초기에는 소량 복용으로 시작해 증량하기 때문에 편두통 예방 효과를 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물의 부작용뿐만 아니라 빠르게 드라마틱한 예방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경구 약제 복용으로 편두통 예방 치료를 1년 동안 유지한 환자가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편두통 예방 치료’는 무엇인가
예방 치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경구용 예방 치료제의 효과를 보지 못한 많은 환자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CGRP 표적치료제, CGRP항체주사다. 

CGRP(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는 뇌막 근처에 있는 삼차 신경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로, 편두통을 유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인자다. 강력한 혈관 확장 기능과 함께 통증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CGRP항체주사는 CGRP를 직접 차단함으로써 편두통을 거의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편두통의 예방에 빠르고,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처음부터 단일 용량을 투여함에 따라 편두통 예방 효과를 빨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약물 상호작용이 없어 다른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도 치료에 큰 제약이 없다.

-CGRP항체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은?
기존의 경구용 약제로 예방 치료에 실패한 환자, 또는 이들 약제에 부작용이 심한 환자들에서 우선 권고하는 편이다. 기존 예방 약제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환자들이 CGRP항체주사 투여 후 편두통 예방에 큰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치료 기간은?
환자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개 3~ 6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CGRP항체주사 후 효과의 발현이 빨라서 1~2일째부터 시작되지만 어떤 환자의 경우 3개월 이후에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어 대개 6개월 정도 치료를 지속하는 편이다. 

-앞으로 편두통 예방 치료제 발전 방향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CGRP항체주사가 편두통뿐 아니라 군발두통에도 효과를 보이는데, 외상후두통이나 소아편두통에서도 임상이 진행 중으로 적응증이 더 넓어질 수 있다. 

CGRP항체주사가 성인에서의 편두통 예방에 적응증을 갖고 있는데, 편두통이 대개 10대 때 발생하고 소아 환자도 많다. 때문에 앞으로 소아 환자로 적응증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또한 CGRP 외에 편두통을 유발하는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을 타겟팅하는 치료 악제들이 현재 임상 시험 중에 있다. 편두통의 유발 요인을 다각도로 차단하는 여러 루트가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편두통 환자들에게 선택의 폭은 계속해서 넓어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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