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신형주 기자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친구들과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아이, 자식에게 되물림을 하고 싶지 않은 부모, 가장의 질병으로 파탄나는 가정 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2018년 926개 희귀질환을 2022년 1165개로 매년 확대하고 있다. 희귀질환 지정은 확대되고 있지만, 희귀질환 치료제 보장성 확대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최근 우리나라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 현황 및 보장성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허가된 136개 희귀의약품의 보험급여율은 52.9%로, 독일 93%, 프랑스 81.1%에 비해 상당히 낮은 보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허가된 136개 희귀의약품을 산정특례 분류에 따라 급여율을 분석한 결과, 희귀질환치료제는 51.1%, 산정특례 미지정 품목 33.3%로 항암제 57.6%보다 낮았다.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된 희귀질환에 해당하는 희귀의약품은 환자에게 본인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지만, 산정특례 대상 질환이 아니면 보험급여 등재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행정절차 검토 기간을 단축하고, 항암제 및 희귀질환치료제 중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을 생명 위협 이외 환자의 삶의 질 악화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치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ATTR 아밀로이드증을 앓는 한 환우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며, 다행히 증상 악화를 막는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우는 우리 같은 질환을 앓는 환우는 전국적으로 200명도 되지 않지만, 정부는 건강보험재정과 경제성평가 이유를 들어 보험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말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정부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고, 한정적인 건강보험재정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생명과 삶의 질을 경제성만으로 따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씁쓸해 했다.

아밀로이드증후군 이외 당장 생명의 위협은 아니지만 삶의 질 자체가 극도로 좋지 않은 희귀질환은 많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희귀 혈액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혈구감소증이 특징으로 환자의 약 89%는 적혈구 부족으로 빈혈을 겪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평생 수혈에 의존해야 해 삶의 질 저하와 사회경제적 부담을 겪는다.
저도위험군 환자라도 수혈에 의존적인 경우 기대 여명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MDS 환자 2명 중 1명은 한달 한번 이상 수혈을 받아야 하며, 수혈 시간, 수혈 합병증 등 신체적·정서적 부담으로 삶의 질 저하가 매우 크다. 잦은 수혈은 철 과잉증 및 그로 인한 장기기관 합병증을 유발하고 생존율 저하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적혈구형성자극제(ESA)와 같은 조혈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별다른 치료법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최초의 적혈구성숙제인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터)은 수혈 횟수 감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레블로질은 수혈의존성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RS) 환자들의 8주 이상 무수혈 비율을 약 3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혈에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이 줄어들고, 합병증 위험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귀혈액질환에서 수혈을 감소시키고, 수혈 부작용을 해소해 희귀질환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관련 전문가들과 환우들은 진행성에 반복되는 수혈로 생존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가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에 부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이완되는 경우가 많다"며 "레블로질이 수혈의 횟수를 줄이는 것은 맞지만, 수혈과 비교했을 때 고가 신약으로 정부로서는 건강보험재정 관점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레블로질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에 대한 생존율 및 치료 성과에 대한 더 명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보건당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정부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가라는 이유로, 비교약제로 치료 위치가 다른 수혈이나 조혈제가 있다는 이유로 경제성평가를 한다면 보험급여 적용은 어렵다. 특히 수혈은 가격이 매우 낮아 어떠한 약제도 경제성을 입증 할 수 없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치료할 수있는 신약이 있어도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평생 수혈을 해야 하는 환자들의 삶의 질과 생명의 존엄성은 경제성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정부는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생명과 삶의 질을 경제성이라는 저울에 올리기보다 경제성평가 제도의 탄력적 운영으로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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