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부담 감소시킬 치료 신약 접근성 개선 시급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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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희귀질환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하 MDS) 치료를 위한 신약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터)이 약평위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혈액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약 접근성 제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수혈의존성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환자의 수혈 의존성을 감소시키는 최초의 적혈구 성숙제제 레블로질이 약평위에 상정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MDS는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약성 희귀질환이다. 성숙한 혈액세포가 아닌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생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할 수 있는 질환이다.

60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급성골수성 백혈병(AML)으로 진행될 수 있다. MDS 환자 3명 중 1명은 AML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블로질은 MDS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인 빈혈로 인한 수혈 의존성을 해결할 수 있는 신약으로, MDS 빈혈은 전체 환자의 약 89%에서 나타날 만큼 흔한 증상으로 일반적인 빈혈 치료로는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제환 교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빈혈로 인해 어쩔수 없이 잦은 수혈이 필요하고,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며 "빈번한 수혈로 인한 위중한 합병증에 노출되거나, 한 번 수혈을 받을 때마다 5~6시간 소요되는 시간과 병원 방문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최근에는 혈액 공급 부족 이슈로 치료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걱정도 더해져 환자 부담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으로 수혈 횟수를 줄여 수혈에 따른 직간접적인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약 레블로질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고 의료 현장의 실정을 설명했다.

또 "경제적 부담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사용이 어려워 급여만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과 의료진의 희망이 꺾여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MDS 빈혈 1차 치료로는 적혈구형성자극제(ESA)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30~60%에 불과하며, 약 34% 환자는 초기부터 ESA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불응성이다.

초기에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하지 않게 되면 결국 다른 대안이 없어 대다수의 환자에서 수혈 의존성이 나타난다.

대부분 평생 수혈에 의존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며, 저위험군 환자라도 수혈에 의존적인 경우 기대여명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혈은 그 자체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나 용혈성 수혈 부작용, 패혈성 쇼크 및 세균 감염으로 인한 오한, 오심,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빈번한 수혈로 인해 장기에 철분이 축적돼 철 과잉증이 발생하면 심장질환 및 간부전 등 추가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레블로질은 적혈구 생성 과정 중 후반기의 세포 성숙 과정을 촉진해 수혈 의존성 MDS 환자의 수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초의 적혈구 성숙제제로, MEDALIST 임상 연구를 통해 수혈 의존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임상 연구 결과, 첫 24주 시점에서 레블로질 투여군의 8주 이상 수혈 비의존 달성 환자 비율은 38%로, 위약군 13% 대비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12주 이상 수혈 비의존 달성 환자 비율은 임상 연구 첫 24주 시점에서 레블로질 투여군 28%로 위약군 8% 대비 3배 이상 높았으며, 48주 시점에서도 레블로질 투여군 33%, 위약군 12%로 약 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 정준원 교수는 "수혈 의존성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환자에서 ESA 치료에 실패한 경우, 수혈 외에는 다른 치료 옵션이 없던 상황에서 레블로질의 허가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희소식이었다"며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혈 횟수를 줄이고 피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결과"라며 "수혈에 의존적이었던 환자들에게 수혈 비의존성을 3배 높게 달성했다는 데이터는 위약 대비 빈혈을 3배 정보 교정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이 수혈을 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는 횟수를 줄이고, 빈혈 증상의 호전과 철 과잉증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을 덜어줄 수 있다느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치료 위치가 다른 수혈과 대체약제와 비교해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준원 교수는 "레블로질은 비교 약제가 없는 상황으로, 치료 위치가 다른 조혈제나 수혈과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며 "수혈을 받은 환자는 철 과잉증 등 수혈로 인한 합병증이 불가피하고, 결국 생존기간이 줄어들기에 수혈 의존성 MDS는 설사 저위험군이라도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ESA 효과가 떨어지거나 불응해 수혈에 의존해야 하는 MDS 환자들이 레블로질로 치료받을 수 있다면 단순히 수혈 주기의 연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제환 교수 역시 "임상시험에서는 삶의 질과 생존율의 차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이는 희귀질환의 특성상 임상시험의 한계로 인한 근거 생산의 어려움으로 봐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혈액 공급 부족 문제의 해결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희귀질환의 특성상 경제성 평가의 근거 생성이 어렵기 때문에 급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료옵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수혈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이 수혈에 의한 직간접 위혐에 노출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신약이 빠르게 쓰일 수 있도록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입장이다.

한편, 최근 진행된 의약품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환자단체들은 희귀질환 신약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제도가 경평 면제 대상 약제 확대를 요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희귀질환이나 대체 약제가 없는 질환들의 환자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경제성 평가 면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어 고육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던 약제들이 신약의 대체 약제로 평가가될 경우 경평 면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유지, 의약품 가치 보장 사이에서 최선의 답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환자 및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경평 면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최선의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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