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 선택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이필수 회장, 의대정원 증원보다 현실적 대안이 시니어-공공병원 매칭사업 강조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의협 대강당에서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선택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매칭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의협 대강당에서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선택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매칭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역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 정부, 의료계에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시니어 의사와 지역 공공병원 매칭사업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선택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회장은 필수의료 인프라가 붕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인력부족 문제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술이 가능한 응급실을 찾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의사인력 양적 확대인 의대정원 증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 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14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향후 15년 간 지역의료는 공백상태로 남게돼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은퇴 의사인 시니어 의사와 비활동 의사들과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매칭사업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다"며 "시니어 의사 및 비활동 의사를 활용하면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및 매칭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백현욱 시니어 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TF 위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이 원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의 하한과 상한을 정확히 제시해야 하며, 매칭사업 참여 희망 의사의 대상을 시니어 의사에서 젊은 비활동 의사로 넓혀 재취업 시 공공의료기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위원장은 "공공임상교수제와 매칭사업을 결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경우 시니어 의사 및  비활동 의사들의 참여 유인 동기가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시니어 의사 및 비활동 의사 및 지역공공의료기관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적 지원 및 경제적 지원 등 각종 지원과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현욱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백 위원장에 따르면, 은퇴 후 필수의료 등 의료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묻는 질문에 대해 63.1%가 ‘있다’라고 응답했으며, 은퇴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취업할 의향이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77%가 ‘있다’고 조사됐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에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에는 67.9%가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이전해 근무해야 할 경우, 이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와 관련해서는 29.7%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어려움’을 꼽았으며, 16.2%가 ‘의료 인프라 부족(대형병원, 의료장비 등)’, 16.1%가 ‘친지나 친구관계 등 사회관계의 단절 문제’를 어려움의 문제로 선택했고, 18%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의협이 국립중앙의료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TFT’를 구성한 것과 관련해서는 29.3%가 ‘매우 긍정적이다’, 40.6%가 ‘긍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은퇴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를 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대해 25%가 ‘적정 급여’, 25.2%가 ‘근무 지역’, 24%가 ‘근무 시간’, 15.6%가 ‘전문과 진료(수술 등 포함)’, 10.1%가 ‘거주 공간(관사)’라고 답변했다.

의료취약지 등 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국회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 의사들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질문에 대해 49.3%가 ‘해소될 것이다’라고 응답해 은퇴 의사들이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이후 충남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원장은 "6월 30일 기준 현재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에 1302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부족한 의사 수는 183명으로 집계됐다"며 "문제는 183명 정원 부족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방의료원에는 60세 이상 의사가 121명이 근무 중"이라며 "현장에서는 시니어 의사가 근무하는 상황에서 이번 매칭사업으로 지역공공의료기관의 인력 공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 의사를 수도권 및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료원에 우선 배치가 필요하며, 매칭사업이 조기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홍보 및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영완 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김 원장은 이번 시니어 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협과 국립중앙의료원, 보건복지부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컨트롤타워 등 상설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매칭사업이 우수한 의사인력에 대한 지역 재분배를 통해 어려운 지방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즉시 타개할 수 있는 정책으로, 공공임상교수제와 잘 연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퇴직하고 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국기 전문의는 "만 80세로 지난해부터 중앙보훈병원에서 주 3일 근무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된다면 90세까지 의사로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전문의는 "의사는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 사회공헌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라며 "사회공헌은 힘들지만,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의사는 지식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이 사회공헌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며 "은퇴 후에도 의사로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게 되면 국민들의 존경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협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지가 분명하다"며 "문제는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시니어 의사와 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예산 투입보다 인력 자원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현실적 대안인 시니어 및 비활동 의사와 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 1년 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면 당장 지역필수의료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 필요성을 촉구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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