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수익성 문제 두고 NMC·기재부 시선 엇갈려
NMC 동 진료권 종합병원만 15개…병상이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아
병원 비전 없어서 사업 축소? 오히려 사업 규모 확대해야 비전 생겨

1월 31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예산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월 31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예산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이전 사업 축소를 두고 NMC 측에서 규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NMC 내부의 고질적인 의사 부족·낮은 병상 가동률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역시 사업 축소의 이유로 전국 평균치보다 낮은 병상 가동률을 꼽은 바다.

이에 NMC는 오히려 구인난과 병상 가동률 문제를 해결려면 1050병상 규모의 신축·이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재부가 결정을 철회하기 전까지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NMC는 기재부로부터 통보받은 신축·이전 사업 총사업비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의 자료에 따르면 본원 526병상·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총 760병상 규모의 신축이 이뤄질 예정이다.

당초 NMC 측에서는 본원 800병상·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총 1050병상을 요구했던 터다.

발표 후 NMC 측에서는 즉각 반발이 튀어나왔다.

NMC 총동문회는 성명서를 통해 “신축·이전사업은 정부가 세계 수준의 감염병 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로 구체화한 청사진”이라며 “사업 규모 축소는 경제논리만 앞세운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NMC 전협은 1월 19일부터 국립중앙의료원 내방객에게 대국민 호소문을 배포하고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NMC 전협은 1월 19일부터 국립중앙의료원 내방객에게 대국민 호소문을 배포하고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NMC 전문의협의회 역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새로 짓는 병원마저 규모의 한계로 취약계층에게 적정진료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정책당국이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재검토 촉구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와 감염병 대응에 아무런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사업추진 계획을 다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NMC 전협은 신축사업 축소 규탄 시위 및 범국민 서명 운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시위는 정부가 축소 이전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전개된다.

 

NMC 동 진료권 종합병원만 15개

병상이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아

이같은 반발에 기재부는 15일 “총사업비 조정은 진료권 내 병상 공급 현황과 NMC의 병상이용률, 공공의료확충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결과”라며 반박에 나섰다.

기재부는 NMC 이전지인 서울시 중구의 입지에 주목했다. 지난 8월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이 기재부의 의뢰로 제출한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사업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부지 주변 3km 이내 서울대학교병원(1789병상)과 고려대학교 의료원 안암병원(1048병상), 서울송도병원(152병상)이 있으며, 반경 5km 이내로는 서울성심병원(250병상)과 한양대병원(855병상), 순천향대 서울병원(727병상), 강북삼성병원(700병상)이 있어 진료권 병상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동 진료권 내 종합병원만 15개로, 2030년까지 병상수요가 약 550개 초과한다”며 “NMC 신축 사업 진행 시 오히려 현재보다 70개의 여유 병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NMC의 병상이용률은 약 70% 수준으로, 지방의료원의 평균이용률인 86.7% 대비 낮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코로나19 당시 국립중앙의료원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코로나19 당시 국립중앙의료원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특히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추역할을 맡았던 MMC는 2020년 2월~2021년 11월 입원 연인원 수 1만2435명·2만2985명을 기록했는데, 재검토 보고서에서는 이를 토대로 중앙감염병병원이 적정 병상가동률 75% 유지하면서 위중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100~115병상이 공급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아울러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사업에, 2000억원은 질병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비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며, 손실 추정금액은 정부 재정에서 지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NMC, 사업 규모 확대해야 비전 생겨

근원은 NMC의 만성적인 의사 인력난과 낮은 수익성이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연봉과 복지 등 처우가 좋지 않아 구인난에 시달린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NMC 의사 정원 268명 중 결원 51명으로, 결원율은 19.0%다.

이에 NMC 측은 신규 채용 전문의 연봉을 전년 대비 1.4% 인상한 1억1500만원대, 인턴은 5.05% 인상한 5300만원을 제시했으나 인력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12월에는 이사회를 열고 의사들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키로 결정했다. 정년이 65세인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병원은 60세를 정년으로 정해두고 있어 이 역시 구인난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NMC의 이러한 문제는 기재부에게는 사업 규모 축소의 이유가 되지만, 반대로 NMC에게는 1050병상으로 신축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NMC 전협 최안나 대변인(산부인과)은 “병원에 비전이 없어 매년 10명의 의사들이 NMC를 떠난다”며 “비전을 만들고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신축 사업이 기존 요구안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자가 심해 병상 규모를 축소할 게 아니라, 오히려 병상 규모를 지금보다 키워야 적자가 개선되고 우수한 의료진을 섭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변인은 “사업의 주목적은 민간의료기관에서 충족되지 않는 필수 의료를 담당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단순 병상 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재부·복지부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규탄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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