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지난해 큐시미아·위고비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
마운자로, 소아청소년 대상 SURPASS-PEDS 임상3상 진행 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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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성인 비만치료제가 소아청소년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알보젠의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를 12세 이상 소아청소년 비만치료제로 허가했다.

이와 함께 성인에서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도 비만 환아 대상의 임상3상에 도입해 향후 소아청소년 비만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아청소년 비만약으로 제니칼·펜터민 한계는?

FDA 허가를 획득해 소아청소년 비만치료제로 투약을 고려할 수 있는 약물은 △제니칼(오르리스타트) △펜터민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큐시미아 △위고비 등이 있다. 제니칼과 삭센다, 큐시미아, 위고비는 12세 이상에게, 펜터민은 16세 이상에게 허가받았다.

비만치료제로 처음 FDA 승인을 받은 제니칼은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위약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효과에 비해 이상반응이 심한 약으로 여겨진다. 또 6개월 동안 치료 유지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임상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된다.

펜터민은 16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12주 미만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아 치료 가능 기간이 짧다. 특히 펜터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지난해 6월 FDA로부터 12세 이상 소아청소년 적응증을 확보한 큐시미아도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큐시미아 허가 근거는 체질량지수(BMI) 95 백분위수 이상인 12~17세 환자 2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4상이다. 결과에 따르면, 65주 추적관찰 시 큐시미아 7.5mg/46mg 투약군의 BMI는 평균 4.8%, 15mg/92mg 투약군은 7.1%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3.3% 증가했다. 

단 FDA는 큐시미아가 자살 행동 및 자살 충동과 관련이 있는 만큼 환자가 기분 변화,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을 느끼지 않는지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나타난다면 약물 복용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 회장인 가천대 길병원 김경곤 교수(가정의학과)는 "기존 비만치료제는 분자량이 작은 화학물질로, 식욕 조절을 위해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며 "이 같은 기전의 약물이 소아청소년에게 안전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투약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삭센다'·'위고비' 이어 '마운자로' 기대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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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체중 조절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약물이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삭센다와 위고비다. 인체 호르몬인 GLP-1 구조를 일부 변화시킨 약물로 체내에서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해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삭센다는 2020년 FDA로부터 소아청소년 비만 적응증을 획득한 데 이어 2021년 국내에서도 허가받았다.

삭센다는 생활습관 중재만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12~18세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의 NN8022-4180 임상3상에서 56주째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단, 56주 후 치료를 중단한 경우 82주까지 BMI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위고비는 지난달 FDA로부터 12세 이상 소아청소년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나이 및 성별에 따른 BMI가 95 백분위수 이상인 소아청소년이 대상이다. FDA는 낮은 칼로리 식사를 진행하면서 신체활동을 늘리는 등 생활습관 중재와 함께 약물을 투약하도록 했다.

위고비 허가는 지난해 11월 미국 비만주간(Obesity Week 2022)에서 발표된 STEP TEENS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연구에는 비만한 12~18세 소아청소년 201명이 모집됐다. 68주 동안 치료를 진행한 결과, 등록 당시 대비 BMI는 위고비군이 16.1%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0.6% 증가했다. 또 평균 체중은 위고비군이 15.3kg 줄었지만 위약군은 2.4kg 늘었다.

김 교수는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들을 보면, 기존 화학물질에서 최근 펩타이드로 바뀌었다"면서 "펩타이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해 소아청소년 투약에 대한 부담이 적다. 체내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약간 변경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성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20%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비만대사수술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마운자로도 소아청소년으로 적응증을 넓히고자 시동을 걸었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메트포르민 또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운자로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는 SURPASS-PEDS 임상3상이 지난해 시작됐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30주째 당화혈색소 변화이며, 2차 목표점으로 BMI 변화를 확인한다. 연구는 2027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삭센다를 포함한 기존 치료제들은 체중 감량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최근 주목받는 마운자로도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면서 "특히 마운자로 투약을 통해 비만대사수술의 체중 감량 효과와 유사한 수준의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만 환아 관리에 긍정적이지만 장기간 효능 평가 필요

소아청소년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비만치료제가 늘면서 학계에서는 향후 비만 환아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A 교수는 "최근 고령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에서도 2형 당뇨병과 비만이 늘고 있다"며 "위고비 등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 많아지면 소아청소년 환자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비만한 소아청소년 관리의 기본은 생활습관 교정이고, 약물의 장기간 효능 평가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약물치료는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교수는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적어서 소아청소년 비만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면서 "생활습관을 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조절되지 않았을 때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비만대사수술보다 약물의 치료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추정된다"면서 "단, 약물의 장기간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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