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의협,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결 규탄 대최 개최
의협 이필수 회장, 대법 판결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생명 위협 분노

대한의사협회는 7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새해 벽두부터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에 대해 범의료계가 분노하면서 총력 대응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대표자 회의는 제41대 집행부,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참여했다.
 

범의료계 한의사 초음파 대법 판결 대책 기구 구성

대표자 회의에서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 부당함 대국민 홍보 △불법 한방 피해 신고센터 운영 △서울중앙지법 판결 대비 법적 준비 강화 △범의료계 대책 기구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자 회의 이후 진행된 규탄 기자회견에서 의협 이필수 회장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번 판결로 국민 건강 피해와 의료체계 혼란 책임은 대법원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의과 의료기기 사용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불범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회장은 "이번주 중 집행부는 시도의사회와 대의원회 운영위, 한특위 등과 논의해 의료계 대책기구 구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향후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결에 대한 범의료계 단일 대책방안을 만들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의사와 한의사 간 면허 범위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의사와 한의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 받은 범위 내에서만 각자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과정은 분리돼 엄연히 다르고, 병리생태학적으로도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사 교육과정에 초음파 교육이 포함돼 있다는 일말의 사실에 근거해 내린 이번 판결은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라며 "건강 추구라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근원적인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 기존 대법 원칙과 헌재 결정 위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하는 잘못된 판결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그동안 대법원은 의료기기의 기본 원리가 한의학적 학문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의료기기 사용행위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에 해당되는지, 한의대 교육과정과 국가시험 등을 통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료기기 사용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 없어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광래 회장은 "헌재는 진료 결과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독하지 못해 적절한 의료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소극적 위해 역시 보건위생상 위해라고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모든 규정을 법제화하기 어렵고 완전히 다른 의료인의 행위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총무이사는 대법원의 판결 본질이 68회나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국민의 건강에 피해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정 총무이사는 "이번 사건은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이를 처벌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법원이 새로운 판단기준이라고 판결 이유를 들었지만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료용 초음파 진단기기가 인체에 유해성이 적어 전체 초음파 진단기기를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 시각일 뿐"이라고 대법원의 설명을 반박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모순을 지적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판단기준이 기존 대법원이 판결과 최근 헌재 결정의 내용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대법원은 2012년, 2013년 헌재 결정 당시와 비교할 때 한의대 교육과 국가시험에 영상의학 관련 전문성이 강화돼 이전과 상황이 달라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대법원은 헌재가 불과 2년 전인 2020년 6월 25일 한의사들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 것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의료계 대표자 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 기관인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원적인 의료체계를 가진 한국 의료시스템에 큰 혼란을 발생시키고,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위해를 초래할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의원회는 "이번 판결은 공정과 상식에 벗어나 대법원 판결 역사에 오점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만일 법 규정이 미비하면 입법부와 정부가 논의를 거쳐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 대법원은 사실상 입법적 행위를 하며 삼권분립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법의 수호자인 대법원이 법을 무력화시켰다며, 대법원의 존립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것이 대의원회의 입장이다.

대의원회는 "대법원 판결이 정정돼 국민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의료체계를 유지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14만 회원 권익과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대법원 판결이 무효가 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