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초음파 사용 한의사 의료법 위반 아냐"...무죄 취지 언급
의협 "초음파 기기는 현대의학 활용해 개발"...대응방안 마련 분주
한의협, 대법원 판결에 환영 입장..."보건당국, 후속조치 취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한의사가 환자 진료 과정에서 초음파 기기를 활용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오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고, 한의계는 대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보건당국이 합리적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한의원을 운영하며 2010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가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진료를 진행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초음파 기기가 한의학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주로 초음파 검사를 이용해 진료한 만큼 이는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보지 않았을뿐더러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담당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A씨는 초음파 기기는 물리학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라고 맞섰다. 한의사도 초음파 기기 사용 교육을 받고 있는 만큼 환자 안전에 문제가 없을 뿐더러 한의사도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법원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 기존 판례와 다른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2014년 대법원은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 면허가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는지 판단할 때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 의료 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의료 기기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으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때 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총력 저지 의협 VS 후속 조치 요구 한의협

이번 판결을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유감의 입장을 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초음파 기기는 물리학을 비롯해 과학적 원리와 원칙을 바탕으로 현대 의학을 활용해 개발, 제작된 만큼 영상을 판독할 때나 검사할 때 의료인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달라져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초음파 기기 사용은 의사 안에서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영상의학과 등 별도 진료과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경지식이 전혀 다른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경험이 부족한 한의사에게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잘못 진단하거나 오진한 초음파 판독 결과로 잘못된 처치가 들어갈 경우 피해는 환자가 입게 된다"며 "이를 보건위생상 위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오늘(22일) 저녁 한방특별위원회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변인은 "의협은 비상식적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활용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은 의료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의학 발전의 자연스러운 단계라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인 의료기기의 대다수는 의사가 발견하고 연구한 게 아니라 현대 문명 발달의 산물"이라며 "각자 진료에 활용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최상의 치료법을 찾는 건 현대를 살아가는 의료인에게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협은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교육, 연구, 학술, 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초음파 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한의학 치료에 활용,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의료인으로서 숭고한 책무를 완수하는데 노력할 것이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해 현대 의료기기를 진료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