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협회, 임상병리사협회와 연대한 의료계, 거센 반발
한의계도 첩첩산중...보험급여 여부 난항 예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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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초음파기기를 비롯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다른 직역과 연대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의계는 이번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보였지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현장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반발 커지는 의료계...의협, 임상병리사·방사선사와 손잡는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의 성명 이후 의협 한방특별위원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송두리째 흔드는 불합리한 한의사 초음파기기 판결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로, 이 판결의 결과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협 한방특위는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돼 있어 검사자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다. 이번 판결은 초음파가 인체에 무해해 초음파기기가 안전하다는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며 "진단과 판독의 일체성 때문에 수십년 전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관련 이론과 실습을 거친 의사만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특위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번 판결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국민의 건강추구권이 심각하게 유린당할 위기를 맞았다"며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을지라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환자는 물론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대법원 판단은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한영상의학회도 "한의대에서 의학 과목과 진단 장비 교육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교육의 정확성과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해당 직군이 주장하는 한의학 이론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며 "파기 환송심 과정에서 의협과 대법원 판단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 건강에 끼칠 위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26일 대한방사선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와 함께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숙원사업 해결한 한의계...현장 적용까지는 난항 계속

현대 의료기기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의 역사는 깊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의료계는 소송으로 맞서왔다.

그동안 법원은 초음파기기, X선 등은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벗어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왔고 의료계는 판정승을 거둬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그동안의 판결을 뒤집으면서 한의계의 숙원사업이 해결된 것이다.

다만, 한의사가 진료 현장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지만, 양 직역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을 담은 지침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에게 초음파기기 활용을 전면 허용한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도 관심거리다.

초음파기기가 한의계 진료현장 전반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한의계가 사용하는 초음파기기 행위를 건강보험에 적용할지, 비급여로 남겨둘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건강보험 급여가 아닌 비급여 영역으로 남겨둘 경우에도 급여 전환까지 시간도 상당하다. 실제 2008년 한의사의 물리치료는 비급여로 인정받은 이후 현재까지 급여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한의계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인 만큼 당분간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가 국민건강보험 대상이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국민건강보험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국가 보건의료정책 및 재정의 영역으로, 그 진료법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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