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유방암∙위암∙폐암뿐 아니라 대장암까지 적응증 확대 모색
GSK, 미국 메르사나의 HER2 표적 ADC 신약후보물질 확보
레고켐∙셀트리온∙이연제약 등 HER2 타깃 항암제 개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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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효과를 따라잡기 위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엔허투는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 양성 유방암 환자군에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을뿐만 아니라 위암, 폐암, 대장암 등에서도 유효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GSK는 ADC 전문 개발회사 메르사나를 인수하는 등 본격 HER2 타깃 항암제 개발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고 국내사 레고켐바이오 셀트리온, 이연제약 등도 HER2 양성 고형암을 타깃하는 항암제 개발에 본격 뛰어들면서 HER2 변이를 정복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 될 전망이다.

 

엔허투, HER2 양성 고형암 치료 효과 '압도적'

엔허투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특정 표적 단백질(수용체)에 결합하는 단일 클론 항체와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링커로 연결한 ADC로, 항체의 표적에 대한 선택성과 약물의 사멸 활성을 이용해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항암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 Destiny-Breast01, Gastric01 연구를 기반으로 2차 이상 항 HER2 요법을 받은 유방암, 위암 환자 치료 목적을 위해 엔허투를 국내 허가했다. 

특히 엔허투는 로슈의 ADC 캐사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와의 직접 비교 연구를 통해 2차 표준치료요법으로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Destiny-Breast03 연구에서 엔허투는 HER2 양성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캐사일라 대비 종양이 진행됐거나 환자가 사망에 이른 비율이 72% 낮게 나타났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는 유방암 치료 관련 면역조직화학 검사(IHC)에서 IHC score 2 미만, 즉 0,1과 같은 낮은 발현에도 엔허투가 효과를 보이며 저발현군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현장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다양한 효과를 바탕으로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표준치료요법으로 여겨지는 THP(탁산계열약물+허셉틴+퍼제타) 이후 2차 캐사일라, 3차에서 사용되고 있는 젤로다(카페시타빈) 등 로슈의 항암제들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또 엔허투는 HER2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DESTINY-Lung02 임상2상 연구를 통해 객관적 반응률(ORR) 57.7%, 부분관해(PR) 55.8%을 기록하고, 대장암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 등 다양한 고형암 영역으로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엔허투가 유방암뿐만 아니라 위암, 폐암, 대장암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자 ADC 그리고 HER2 타깃 항암제에 대한 개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SK는 최근 미국 메르사나 테라퓨틱스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고 HER2 타깃 ADC 신약후보물질 ‘XMT-2056’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SK는 XMT-2056 공동 개발 및 상용화의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추후 GSK가 옵션을 행사한다면 메르사나는 최대 13억 6000만달러(약 1조 7700억원)를 받게 된다. ADC 단일 후보물질 관련 거래 중 최대 규모다.

해당후보물질은 지난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도 했다. 

 

국내사도 HER2 타깃 항암제 개발 도전장

외국계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잇달아 ADC와 HER2 타깃 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ADC 전문기업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진행 된 World ADC 2022에서 HER2 타깃 자체 개발 신약후보물질 항암제 ‘LCB14’의 긍정적인 유방암 임상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협력사인 포순제약은 중국 임상1a상 중 6명의 환자에 체중 1kg당 2.3mg의 LCB14를 투약 결과, 질병통제율(DCR) 1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환자 6명 중 4명에서는 30% 이상 종양이 감소하는 PR을 나타냈다. 2명 환자에게서는 안정병변(SD)이 확인됐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2.3mg 용량을 최대 54주차까지 투약한 결과 엔허투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분류되는 간질성폐질환(ILD)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오는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BCS) 2022에서 추가 투약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갖고 있는 셀트리온도 본격 HER2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지난 20일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비프로와 HER2 양성 유방암 타깃 이중항체 치료제 ‘ABP102’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ABP102는 T세포 연결 HER2·CD3 이중항체로, HER2 양성 암세포와 T세포를 연결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이번 계약으로 셀트리온은 ABP102의 글로벌 공동 개발 및 판매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개발 마일스톤은 총 1000만달러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효능실험, 공정개발, 전임상 동물실험, 임상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게 된다.

이연제약과 애스톤사이언스는 최근 HER2 타깃 암 치료 백신 AST-301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암 치료 백신은 전이성 고형암뿐만 아니라 조기암 치료에도 사용가능한 면역항암제로 분류된다. 

암세포가 갖는 종양특이항원을 환자 체내에 투여함으로써 생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ASCO 2021에서 애스톤사이언스는 AST-301의 임상1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면역원성, 생존률을 확인했다.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아시아에서 HER2 양성 고형암 대상으로 임상1/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임상2상에서는 HER2 저발현 유방암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표준 치료제인 젤로다 또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병용투약할 예정이다. 또 임상3상과 동일한 환자군과 디자인이 적용돼 중간 결과에 따라 신속 허가(BLA)에 대한 논의나 확증적 임상 자료를 생성하기 위한 피보탈 코호트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엔허투가 HER2 양성 고형암에서 다양한 효과를 보이고 있어 ADC 및 HER2 바이오마커 변이에 대한 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며 “PD-1/PDL-1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와 같이 ADC는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어, 상용화만 된다면 하나의 약물개발을 통해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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