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신속허가트랙 의약품 허가율 50% 밑돌아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도 난항...업계 "부처 칸막이 없애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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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신속심사 적용 기준을 개정하고 나섰지만, 허가로까지 이어진 비율은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급여까지 이어지는 비중은 더 낮아 실상 환자 접근성은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신속심사제도 개선...허가율은 절반 이하

최근 식약처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의 신속한 치료 기회 보장을 위한 취지로 지난해 '의약품의 신속심사 적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 개정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 규제기관의 심사기준을 반영, 조건부 허가 항암제의 임상3상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환자나 내성 또는 바른 진행으로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3상 완료 전이라도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식약처는 202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신속심사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신속심사 대상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제 △혁신의료기기·희소의료기기 등이다.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우선적으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고 일반적으로 120일이 소요되는 심사 기간을 90일로 단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속심사제도는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제 조건으로 신속심사 대상에 지정된 품목은 총 11개 품목이다. 

그러나 허가 품목은 △아스트라제네카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 △부광약품 부광프레토마니드(프레토마니드) △얀센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릴리 레테브모(셀퍼카티닙) △암젠 루마크라스(소토라십) 등 5개에 불과하다.

미국·유럽도 운영 중...미허가 이유는 한국과 달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의 일환으로 신속심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1988년부터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자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신속한 개발 및 시판허가를 위해 FTD(Fast Track Designation)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성과 유료성에 대한 개선이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허가심사기간을 단축하는 PRD(Priority Review Designation)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보다 효과적인 치료제에 허가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대체지표를 기반으로 심사하는 AA(Accelerated Approval)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95년 MAEC(Marketing Authorization under Exceptional Circumstances) 제도가 신속심사를 위해 처음 시작됐다. 희귀질환 치료제이나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근거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 시판허가를 내주기 위한 취지다. 2006년부터는 CMA(Conditional Marketing Authorization)이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공중보건 위급 상황, 희귀질환 의약품을 대상으로 시판 후 추가적인 확증임상을 조건으로 시판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2016년부터는 미충족 수요 해결을 위해 혁신 의약품 개발과 허가를 지원하는 PRIME(PRlority MEdicine)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시판허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우 BTD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418건의 의약품이 지정됐지만, 190건만 허가됐다. 유럽에서도 PRIME 제도가 시행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84건의 의약품이 지정됐지만 허가된 의약품은 12건에 불과했다.

이유는 개발 단계에서는 혁신 의약품으로 평가됐지만 개발이 지연됐거나, 실제 의료현장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허가 받아도 급여까지는 하세월..."환자 접근성 높여야"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를 받았다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실제로 식약처가 신속심사제도를 운영한 이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제 조건으로 허가된 5개 품목 중 건강보험 급여까지 이어진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다.

신속심사제도가 실시되고 처음으로 지정된 품목인 코셀루고는 난치성 희귀질환인 신경섬유종증을 타깃한 점을 인정받아 2021년 5월 허가를 획득했지만, 올해 3월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리브리반트와 레테브모도 급여에 도전했지만 두 품목 모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리브리반트는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한 표적항암제로, 기존 항암요법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약물로 기대를 받았다. 레테브모 역시 RET 변이 비소세포폐암, 갑상선 수질암 등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유의미한 임상적 효과를 보였지만, 급여 소식은 늦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속심사제도는 사용이 시급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심사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하지만 건보 급여 적용까지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환자 접근성 확대가 이뤄지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급여 적정성 평가도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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