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레테브모 등 표적 항암제를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레테브모 등 표적 항암제를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비소세포폐암에서 RET 유전자 변이는 국가별, 검사 시기에 따라 1~6%로 보고된다. RET 유전자 변이는 선암과 60세 미만 젊은 연령, 비흡연자에게서 흔하게 발생한다.

RET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비율로 보면 적어 보이지만, 2020년을 기준으로 최근 2년 동안 국내에서 약 2만 9000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RET 변이 환자의 비율은 적은 수치는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폐암은 뇌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특히 RET 유전자 변이가 있는 4기 폐암 환자의 뇌전이 발생률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확인된 뇌전이 발생률보다 2배 이상 높지만, 표적 치료옵션 부재로 일반적 치료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릴리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가 등장하면서 RET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RET 변이 표적 치료제 레테브모는 환자 생존율을 '퀀텀 점프'를 하게 할 수 있는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 레테브모 등장 이전 RET 변이 환자 치료를 어떻게 이뤄졌나.

국내 첫 RET 변이 환자가 발견됐을 때 관련 연구에 참여했었다. 당시 총 17명 환자 중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는 3명뿐이었고, 기존 치료옵션의 객관적반응률(ORR)은 18%에 그치면서 표적 치료제 개발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

현재는 레테브모라는 치료옵션이 있고 이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없는 RET 융합-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ORR이 85%에 달한다. 특히 뇌전이 동반 환자서도 치료 반응이 확인됐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임상연구에 참여하지 못하는 환자는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된다. 경험상 기존 옵션으로 치료 받으면 생존기간 1년을 넘기기 어렵고, 넘겨도 2년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 표적이 발견되도 제대로 된 약을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 허가 근거인 LIBRETTO-001 연구에서 레테브모의 OS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레테브모의 2년 전체생존(OS) 결과는 69%로 개인적으로 생존율이 2년 이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지면 생존율 곡선이 완만해지는 만큼 OS 3년을을 넘기는 게 관건이다. 3년을 넘기면 5년 생존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레테브모는 상용화가 얼마 지나지 않았고, RET 변이 표적 치료제의 첫 단추인 만큼 OS 데이터가 3년이 넘길 바라고 있다. 

- 연구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레테브모는 이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있는 경우 무진행생존(PFS) 중앙값이 24.9개월, 없으면 22.0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뇌전이 환자의 데이터가 유의미하다고 본다. 레테브모는 RET 변이 표적 치료제로 처음 허가된 약물임에도 뇌전이 환자의 PFS 중앙값이 19.4개월을 기록하며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 유전자 변이 표적 치료제의 급여가 늦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다. 예측 가능성이 높으면 급여가 늦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허가만 진행하고 급여 절차에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허가 전부터 임상연구 디자인을 서로 논의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허가와 급여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 환자에게 빠르게 약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합리적 절차라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은 허가와 급여 절차가 별개로 진행돼 신속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논의가 부정 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허가 절차가 진행되기에 속도가 더디다.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신속하게 약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허가와 급여 절차를 일원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은 FDA와 달리 전문가의 결정 이후에도 비전문가의 검증을 거치는 절차로 인해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일 것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급여가 1년 늦어질수록 그동안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밀의료 환경 마련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암 이외에도 많은 질환에 정밀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진국은 인재를 충원하고, 진단이나 의료 시스템을 중앙화하거나 소수가 책임지고 공동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진단도 병원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 소외되는 환자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특히 폐암은 희귀질환에 비해 흔한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면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런 환자들을 포함해 정밀의료에 있어 소외되는 환자가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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