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2022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 발표
SGLT-2 억제제, 박출률 무관하게 심부전 입원 위험 줄여 'Class I' 등급 획득

▲대한심부전학회는 '2022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 발표 기자간담회'를 22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좌부터) 학회 조현재 진료지침이사, 강석민 회장, 최진오 총무이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대한심부전학회는 '2022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 발표 기자간담회'를 22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좌부터) 학회 조현재 진료지침이사, 강석민 회장, 최진오 총무이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가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에서 박출률과 무관하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SGLT-2 억제제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근거로 전체 박출률 범위(spectrum)에서 심부전에 의한 입원 위험을 유의하게 낮춰 가장 높은 권고등급인 Class I을 획득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2022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을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다.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은 2016년 만성 심부전, 2017년 급성 심부전 진료지침을 시작으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부분 업데이트 이후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LVEF 41~49%, '경계형→경도 감소' 심부전 변경

진료지침에서는 심부전을 좌심실 박출률(LVEF)에 따라 △LVEF 40% 이하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41~49%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 △50% 이상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LVEF 41~49%는 이전에 경계형 박출률 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d-range EF)으로 분류해 HFpEF와 가까운 질환으로 이해했다. 

이후 해당 환자군에서 HFrEF의 약물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보고돼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HFrEF에 좀 더 가까운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ldly reduced EF)로 분류를 변경했다.

HFrEF 1차 표준치료 네 가지 'ARNI·BB·MRA·SGLT-2I'

개정된 진료지침은 심부전 분류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과 치료에 맞는 약제를 권고했다. 기존 진료지침과 비교해 가장 크게 바뀐 권고안 중 하나가 HFrEF 1차 표준치료다. SGLT-2 억제제를 1차 표준치료로 새로 추가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이에 따라 진료지침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 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내약성이 없다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SGLT-2 억제제 등 네 가지를 HFrEF 1차 표준치료로 제시했다.

학회 조현재 진료지침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네 가지 중 특정 약제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 네 가지를 동시에 1차 표준치료로 고려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약제를 전체 용량(full dose)까지 사용하고 두 번째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전통적 방법"이라면서도 "최근 추세는 1차 표준치료 네 가지를 작은 용량이라도 처음부터 병용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다. 약제 용량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표준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있으면서 박출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면 심율동전환 제세동기(ICD) 또는 심장재동기화치료(CRT)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1차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이바브라딘 △베리시구앗 △디곡신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ACEI·ARB 복용 환자, ARNI 교체 사용해야

이에 따른 심부전 치료제의 역할 변화도 진료지침에 담았다. 

ARNI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HFrEF 환자의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감소시키기 위한 표준치료로 권고했다(Class I). ARNI에 내약성이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 ACEI를, ARNI 또는 ACEI에 내약성이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 ARB를 대체제로 권고했다(Class I).

ACEI나 ARB를 이미 투약 중인 심부전 환자도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추가로 감소시키기 위해 ARNI로 교체해 사용하도록 주문했다(Class I). 

급성 악화로 입원한 HFrEF 환자는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이후 ACEI 또는 ARB 대신 ARNI 치료 시작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Class IIa). 

이와 함께 SGLT-2 억제제인 자디앙과 포시가는 그동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당뇨병 동반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여하도록 권고했다(Class I).

우리나라에서 SGLT-2 억제제는 항당뇨병제로서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하도록 허가받았지만, 심부전 환자의 예후 개선에 탁월한 성적을 보여 이를 진료지침에 반영했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이어 HFrEF 환자는 표준약물 치료 후 심부전 증상이 개선되고 LVEF가 40% 이상으로 향상됐어도 표준약물 치료를 유지하도록 권고했다(Class I). 

자디앙·포시가, HFmrEF 치료제로 가장 높은 권고등급

LVEF가 41% 이상인 심부전 환자 치료는 HFmrEF와 HFpEF로 나눠 제시했다.

HFmrEF 환자에게는 이뇨제를 권고하면서 SGLT-2 억제제인 자디앙과 포시가를 새롭게 Class I으로 제시했다. 자디앙과 포시가는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약하도록 명시했다.

ARNI는 Class IIa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ARNI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줄이기 위해 투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Class IIa).

포시가 DELIVER 전체 결과 발표 전…HFpEF 치료제 권고 이유는?

HFpEF 치료는 HFmrEF와 비슷하면서도 환자의 동반질환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했다. 

진료지침에서는 HFpEF 환자는 고혈압, 심방세동 등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신부전 등 비심혈관계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에 대한 선별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Class I). 이어 울혈 증상이 있다면 이뇨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Class I).

SGLT-2 억제제인 자디앙과 포시가는 HFpEF 환자의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여하도록 권고했다(Class I). 

지난 4월 발표된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심부전학회(ACC·AHA·HFSA)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 억제제를 Class IIa로 권고한 것과 비교하면 권고등급이 높다. 

주목할 점은 HFpEF 치료제로서 포시가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 DELIVER 임상3상 전체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포시가를 가장 높은 등급으로 제시한 것이다. 

포시가와 달리 자디앙은 HFpEF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21% 유의하게 낮췄다는 EMPEROR-Preserved 임상3상 결과가 지난해 발표됐다.

이에 자디앙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박출률과 무관하게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조 이사는 "포시가를 권고할지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며 "DELIVER 임상3상 전체 결과가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막는 데 있어 포시가가 유의한 결과를 얻었음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지침이 5~6년 주기로 개정되고 연구자들이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포시가에 대한 권고를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여러 번 토론을 거쳐 자디앙에 더해 포시가를 HFpEF 치료제로서 같은 등급으로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RNI는 다른 국가의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줄이기 위해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 제시했다(Class IIa).

"진료현장에 진료지침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한편 이번 진료지침은 300여 쪽, 64개 챕터로 구성됐다. 

▲(좌부터) 학회 조현재 진료지침이사, 강석민 회장, 최진오 총무이사.
▲(좌부터) 학회 조현재 진료지침이사, 강석민 회장, 최진오 총무이사.

주요 개정 내용은 △심부전의 정의와 분류 △심부전의 진단 알고리듬 △박출률 감소 심부전의 치료 △심부전 약제들의 역할 변화 △호전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 △박출률 경도 감소 및 박출률 보존 심부전 치료 △심부전 환자의 동반질환 치료 △심장 아밀로이드증 진단과 치료 △상급병원 전원 및 심부전 전문가 의뢰 시기 △급성 심부전 환자와 중증 심부전의 치료 등으로 나눠 업데이트됐다. 

학회 강석민 회장(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아무리 좋은 진료지침이라도 진료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진료지침을 실제 진료현장에 잘 전달하는 것도 학회 의무"라며 "개원가와 종합병원 의료진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진료지침이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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