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SGLT-2i, 심부전 치료에 우선 사용할 수 있지만 환자 특징 고려해야"

▲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됐던 SGLT-2 억제제는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긍정적 연구 결과에 따라 '심부전 치료제'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게다가 국내외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 억제제를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뿐 아니라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치료제로 권고하며, 박출률과 관계없이 전체 심부전을 아우르는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에 임상에서는 자디앙 또는 포시가 등 심부전 치료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초기 약제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2)에서 공개된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이 갖는 의미와 함께 심부전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1> SGLT-2 억제제 '꿈은 이루어진다'…심부전 치료 '양강 구도' 형성

<2> "SGLT-2 억제제, 급여 적용되면 심부전 초기 사용 늘 것"

-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이 갖는 의미는?

그동안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을 포함해 HFpEF 치료제로 허가된 약제가 없던 상황에서 지난해 자디앙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체 심부전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에 더해 포시가도 DELIVER를 통해 HFmrEF·HFpEF 치료에 긍정적 혜택을 확인했다.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에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DELIVER는 좌심실 박출률(LVEF) 40% 이상인 모든 환자를 분석하고 40~60%와 60% 이상인 환자에 대해서만 다시 분석했다. 자디앙의 EMPEROR-Preserved에서 LVEF가 60% 이상이면 효과가 감소하는 신호가 있어, DELIVER에서 LVEF 60% 이상인 환자라면 1차 목표점에 대한 결과가 다를지 확인하고자 했다.

물론 DELIVER에는 LVEF가 40% 이하였지만 개선된 환자가 포함되는 등 두 연구에 모집된 환자군 차이가 있었으나 LVEF 범위는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LVEF와 관계없이 포시가의 치료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HFpEF 환자 대상의 EMPEROR-Preserved와 DELIVER를 함께 분석했을 때 SGLT-2 억제제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SGLT-2 억제제, 특히 자디앙과 포시가가 HFpEF 치료제라는 근거를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SGLT-2 억제제는 항당뇨병제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심부전 치료제로 봐야 한다. 

- 심부전 치료 효과는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라고 할 수 있나?

두 가지 약제만 심부전 치료 효과를 확인했기에 SGLT-2 억제제 계열효과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계열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들은 심부전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된 이후 진행을 막는 등 비슷한 효과를 보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부전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가 없는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가 있는 만큼, 개별 약제마다 효과 차이는 있을 것으로 본다. 

- 심부전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해야 하나?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할 수 있겠지만, 결국 환자별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예로 심부전 환자에게 숨이 찬 증상이 있다면 지금은 푸로세마이드, 스피로노락톤 등 이뇨제를 먼저 처방한다. 앞으로는 이뇨제 용량을 줄이고 자디앙이나 포시가를 함께 시작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예방부터 치료까지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당뇨병 환자라면 심부전 예방을 위해, 당뇨병이 없다면 심부전 치료를 위해 SGLT-2 억제제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본다.

ⓒ메디칼업저버.
▲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 RAAS 억제제, MRA, 베타차단제, SGLT-2 억제제 등 심부전 치료제 4가지를 동시에 시작해야 할까?

최근에는 심부전 치료제 4가지를 동시에 투약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심부전 환자가 힘들어하기에 한 번에 모두 사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심부전 증상으로 처음 내원했을 때 몇 가지 심부전 치료제를 병용하고 짧은 시간 이내에 그다음 단계로 4가지 약제를 동시 투약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렇지 않으면 4가지 심부전 치료제를 모두 사용하기 힘들다. 이때 최선의 치료 결정을 위해 모니터링이 중요한 만큼 환자는 초반에 병원에 자주 내원해야 한다. 

최근에는 심부전 치료제도 한 알에 여러 가지 성분을 담은 복합제로 만들어 처방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심부전 치료제는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약제를 조절해야 하므로 복합제 유용성에는 한계가 있다.

- 국내 심부전 처방 영역에서 SGLT-2 억제제는 비급여다. 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면?

자디앙과 포시가는 미국에서 한 알에 1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급여일지라도 한 달에 약 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정도에 그친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SGLT-2 억제제 처방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비급여일지라도 임상에서는 많은 심부전 환자에게 자디앙과 포시가를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 간 경제력 차이가 있어, 3명 중 1명은 자디앙이나 포시가를 처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SGLT-2 억제제를 제외하면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심부전에 SGLT-2 억제제의 보험급여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두 치료제 모두 전체 심부전에서 경과가 좋았기 때문에 보험급여 적용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앞으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나?

자디앙과 포시가에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면 심부전 초기 약제로 SGLT-2 억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자디앙과 포시가는 환자가 많은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아 ACEI나 베타차단제 등 다른 심부전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에 향후 보험급여가 이뤄진다면 초기부터 자디앙이나 포시가를 투약하는 심부전 환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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