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계,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 낮춰
SGLT-2 억제제, 韓·美서 심부전 치료제로 주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22년 임인년은 국내외 의학계가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분주했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COVID-19) 극복에 이목이 쏠려 주요 가이드라인 변화가 거의 없었다면, 올해는 굵직한 개정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특히 국내 학계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대대적 변화를 줬고 국외 가이드라인보다 한발 앞선 권고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올 한해 변화된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을 조명했다.

[송년특집] 의학계에 불어온 가이드라인 개정 바람-①

[송년특집] 국내 학계, 세계적 흐름 따라 치료목표 강하-②

당뇨병이 MZ세대 위협한다

2022년 가이드라인 개정문을 연 주인공은 미국당뇨병학회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를 45세에서 35세로 낮추며 젊은 성인도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당뇨병이 더 이상 노인질환이 아니라는 데 학계 중지가 모인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는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 젊은 성인에서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고 판단해, 비만 등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모든 성인에게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선별검사를 35세에 시작하도록 권했다. 선별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최소 3년 간격으로 검사를 반복하도록 했다. 단, 증상이 발생하거나 체중 증가 등 위험요인에 변화가 있다면 검사를 더 자주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이 같은 대대적 변화는 국내 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우리나라도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낮춰 젊은 당뇨병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국내 30대 당뇨병 유병률은 남성 3.1%, 여성 2.1%였고 2018년에는 각 3.7%와 2.7%로 2014년 대비 증가했다.

젊은 당뇨병 발생기전은 고령과 비슷하지만, 인슐린 저항성 및 베타세포 기능부전이 심하고 빠르게 악화된다. 게다가 젊은 당뇨병 환자는 질환을 앓고 살아야 할 유병기간이 길어 고령보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미국 기준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했고, 35세부터 선별검사를 시작했을 때 당뇨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40대 이상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선별진료지침에서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기존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낮추고, 당뇨병 위험인자가 있는 30세 이상 성인에게 당뇨병 선별검사를 적극 권했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가 권고 나이를 20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심부전 가이드라인서 입지 다진 'SGLT-2 억제제'

국내외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제로 입지를 강화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심부전학회(ACC·AHA·HFSA)는 9년 만에 전체 개정한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지난 4월 공개하며,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제로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베타차단제, MRA, ARNi 등 네 가지 계열 약물을 권고했다. 네 가지 약물의 치료 순서는 두지 않고 병인, 동반질환, 환자 선호도 등을 고려해 시작 순서를 개별화하도록 주문했다. 

또 박출률이 약간 감소한 심부전(HFmrEF) 환자에게 이뇨제와 함께 필요시 SGLT-2 억제제를 우선 권고했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 MRA, ARNi 치료를 주문하는 새로운 권고안을 마련했다. 특히 LVEF가 HFpEF 범위(spectrum)의 가장 하단에 있는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한심부전학회도 심부전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 역할에 주목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지난 7월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을 발표하며 SGLT-2 억제제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를 박출률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SGLT-2 억제제를 HFrEF 1차 표준치료로 추가했고, HFmrEF 환자에게 이뇨제를 권고하면서 SGLT-2 억제제인 자디앙과 포시가를 새롭게 Class I으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자디앙과 포시가를 HFpEF 환자의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여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는 미국 심장학계의 권고등급보다 높았고, 포시가의 DELIVER 임상3상 전체 결과가 발표되기 전 내린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학회는 진료지침이 5~6년 주기로 개정되고 연구자들이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포시가 권고를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해, HFpEF 치료제로서 자디앙과 함께 포시가를 같은 등급으로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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