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춘추전국시대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OT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선택지가 많아지자 이용자는 비싼 구독료 대비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판단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OTT를 구독한다.

하지만 OTT마다 각양각색의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최적 OTT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인터넷에는 OTT별 특징을 비교하고 선택 기준을 정리한 글이 인기를 끌며 이용자의 결정을 돕는다. 

최근 심부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늘었다. SGLT-2 억제제는 대규모 무작위 연구를 통해 심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히면서 유럽에 이어 미국 그리고 국내 심부전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세 국가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1차 표준치료로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 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내약성이 없다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SGLT-2 억제제 등 네 가지를 제시하며 4대 심부전 치료제 체제를 구축했다. 또 네 가지 치료제를 동시에 1차 표준치료로 고려하도록 했다.

OTT에 견줄 정도의 선택 가짓수는 아니지만 네 가지 심부전 치료제가 같은 수준으로 권고되면서 임상에서는 환자에 따라 어떤 치료제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인, 동반질환, 환자 선호도 등에 더해 치료경험에 따라 치료제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 최적인지 그리고 동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유럽심장학회(ESC) 심부전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을 당시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ESC 가이드라인은 네 가지 1차 표준치료 중 하나만 선택할지 또는 모두 투약할지를 처방자가 환자 상태를 보고 판단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의 맹점"이라며 "처방자가 경험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은 무성의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지를 정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부전 환자를 위한 치료옵션이 늘어난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이에 따른 치료제 선택 또는 치료전략 결정은 많은 심부전 환자가 내원해 치료경험이 풍부한 대형병원 의료진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병원보다 치료경험이 적은 개원가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제 학계는 치료 선택권을 의료진에게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환자별 최적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진료현장에서의 치료경험을 토대로 전향적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선택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임상에서 최선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학계가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