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파글리플로진∙피네레논 2형 당뇨병 만성콩팥병 치료에 허가
ADA 가이드라인 반영으로 기대감 ↑
“작용기전 달라 시너지 효과 가능성…적응증 중첩 예상”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올해 미국에선 2형 당뇨병 관련 만성콩팥병 치료제 2개가 탄생했다.

바로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과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 길항제(MRA) ‘피네레논’이다.

다파글리플로진과 피네레논은 표준치료의 부족함을 보완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 나란히 반영됐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

향후 두 약물이 만들어낼 구도는 관전포인트다. 국내전문가는 다파글리플로진과 피네레논의 관계를 상생과 경쟁 사이로 봤다. 기전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적응증과 관련해선 또 다시 맞닥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파글리플로진∙피네레논, 중증 환자군 대상 효능 입증

다파글리플로진은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해 심부전과 만성콩팥병으로 치료영역을 넓혔다. 후속 적응증 2개는 모두 2형 당뇨병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다.

만성콩팥병 적응증은 임상3상 DAPA-CKD 연구에 근거했다. 해당 연구는 만성콩팥병 2~4기 성인 환자 43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포함 기준은 추정사구체여과율(eGFR) 25~75mL/min/1.73㎡, 요알부민-크레아티닌비(UACR) 200~5000mg/g이었다. 전체 참여자의 67%는 2형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다.

1차 목표점은 eGFR 50% 이상 감소∙말기신질환 발병∙신장 또는 심혈관계사망 등 발생률이었다. 2차 목표점은 eGFR 50% 이상 감소∙말기신질환 발병∙신장 관련 사망 등 주요 신장 사건 발생률이었다.

결과를 보면 다파글리플로진(+ACE 억제제 또는 ARB 제제 등 표준치료) 투약군은 위약군(+표준치료)보다 1차 목표점 발생률이 39% 낮았다. 2차 목표점 발생률은 44% 줄었고 심혈관계사망∙심부전 입원 등 심장 관련 사건 위험은 29%,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31% 감소했다.

다파글리플로진의 효과는 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피네레논은 3세대 MRA다. 앞선 스피로노락톤, 에프레레논과 비교해 비스테로이성이며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해 성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피네레논은 혈압약으로 개발됐으나 상용화를 이룬 적응증은 2형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이다.

관련 효능은 임상3상 FIDELIO-DKD 연구결과에서 증명됐다. 이 연구는 만성콩팥병을 보유한 성인 2형 당뇨병 환자 5734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참여자들의 eGFR은 25~60mL/min/1.73㎡, UACR은 30~300mg/g 수준이었다. 일부는 eGFR 60mL/min/1.73㎡ 이상 및 UACR 300mg/g 이상으로 진단됐다.

1차 목표점은 신부전∙eGFR 40% 감소∙신장 관련 사망 등 발생율이었다. 2차 목표점은 심혈관계사망∙비치명적 심혈관계사건 등 발생율이었다.

연구 결과, 피네레논(+표준치료) 투약군은 위약군(+표준치료)보다 1차 목표점 발생률이 18% 감소했다. 2차 목표점 발생률은 14% 줄었다.

ADA는 두 약물의 연구결과를 당뇨병 진료지침에 반영했다. DAPA-CKD 연구는 섹션11. 미세혈관 합병증과 발관리 하위섹션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당강하제 선택’에 포함시켰다. FIDELIO-DKD 연구는 섹션11 하위섹션 ‘당뇨병성 신질환 환자에서 MRA의 신장 및 심혈관계 결과’에 소개했다.

“새 치료옵션 환영…기전 달라 시너지 기대, 적응증 중첩 예상”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는 다파글리플로진과 피네레논의 등장을 반겼다. 표준치료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 진행을 예방하기 힘들었던 상황인 만큼 새 약물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두 약물은 상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작용기전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 적응증 측면에선 중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두 약물이 등장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성 만성콩팥병 진행을 완벽히 예방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DAPA-CKD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표준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이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은 당뇨병성 만성콩팥병과 더불어 비당뇨병성 만성콩팥병 진행 예방을 도왔고 나아가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입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도 혜택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FIDELIO-DKD 연구의 국내 임상을 주도한 김 교수는 피네레논이 '준수한 효능'을 가졌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SGLT-2 억제제에 견줘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연구에는 뉴욕 심장협회(NYHA) 기준 2등급 이상 심부전 환자가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피네레논은 2차 목표점인 심부전을 제외한 심혈관계 사건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관련 효과는 임상3상 FIGARO-DKD 연구에서 확증됐다.

하지만 피네레논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나 심혈관계 사망률은 줄이지 못했다. 여기서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CKD 결과와 차이가 드러난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김 교수는 “다파글리플로진은 신장에 문제가 있고 심부전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피네레논은 FIDELIO-DKD와 FIGARO-DKD 연구에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에 대한 효과가 좋았고 심부전 입원율을 제외한 심혈관계 사건을 줄이는 효능이 일관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DAPA-CKD와 FIDELIO-DKD는 모두 만성콩팥병이 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경증 환자에 대한 효과는 지켜볼 사안”이라며 “SGLT-2 억제제의 경우 많은 연구를 통해 비교적 경증 환자에서도 만성콩팥병 진행을 막는 효능을 보인 바 있다”고 소개했다.

향후 다파글리플로진과 피네레논이 형성할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두 약물지만 적응증 측면에서 접점을 또 한 번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상이한 작용기전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 풀이됐다. 

김 교수는 “하나는 당뇨병약, 또 다른 하나는 혈압약으로 시작해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이라는 공통점을 만들었다”며 “심부전에 대해선 다파글리플로진이 효과적이지만 전세대 MRA가 남긴 임상 결과를 참고하면 피네레논 역시 해당 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적응증과 관련해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며 “두 약제의 병용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으나 매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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