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학회서 TriMASTER-GRADE 연구결과 발표…맞춤의료 가능성 제시
“맞춤의료 실현하려면 진료환경과 약제 접근성에 대한 개선 필요“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올해 유럽당뇨병학회(EASD)와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대회에선 TriMASTER 및 GRADE 연구 결과가 발표돼 큰 관심을 받았다.

두 연구는 메트포르민의 파트너 약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특정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제를 제시하며 맞춤의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전문가는 "모든 환자에게 좋은 약은 없지만 개별 환자에게 좋은 약은 있다"며 맞춤의료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에서 맞춤의료를 실현하려면 진료 환경과 약제 접근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BMI·eGFR에 따라 최적의 치료제 달라질 수 있어

TriMASTER 연구는 2형 당뇨병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환자들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또는 메트포르민·설포닐유레아를 통한 치료에도 당화혈색소(A1C)가 58~110mmol/mol(7.5~12.2%)에 머문 상태였다.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메트포르민 혹은 메트포르민·설포닐유레아에 더해 TZD 계열인 피오글리타존 또는 DPP-4 억제제 계열인 시타글립틴 또는 SGLT-2 억제제 계열인 카나글리플로진을 16주간 순차적으로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A1C의 변화였다.

그 결과 평균 A1C는 피오글리타존 투약군 59.6mmol/mol, 시타글립틴 투약군 60mmol/mol, 카나글리플로진 투약군 60.6mmol/mol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체질량지수(BMI)·추정사구체여과율(eGFR)에 따른 분석에선 치료제별 효능 차이가 나타났다.

BMI 30kg/㎡ 이하인 환자군에서 시타글립틴 투약군은 피오글리타존 투약군에 견줘 A1C가 1.48mmol/mol 낮았고 BMI 30kg/㎡ 초과인 환자군에서 피오글리타존 투약군은 시타글립틴 투약군보다 A1C가 1.44mmol/mol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eGFR 60~90mL/min/1.73㎡인 환자군에 시타글립틴 투약군은 카나글리플로진 투약군 대비 A1C가 1.74mmol/mol 낮았으며 eGFR 90mL/min/1.73㎡ 초과인 환자군에서 카나글리플로진 투약군은 시타글립틴 투약군과 비교해 A1C가 1.08mmol/mol 낮았다.

환자들이 밝힌 선호도는 피오글리타존 26%, 시타글립틴 35%, 카나글리플로진 39% 등으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통해 환자의 BMI·eGFR에 따라 최적의 치료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메트포르민 최적의 파트너 리라글루타이드·인슐린

GRADE 연구에는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 환자 5000여 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의 평균 A1C는 7.5%, eGFR은 95ml/min/1.73㎡ 등으로 진단됐다.

연구에서 참여자들을 메트포르민과 함께 설포닐유레아 계열 글리메피리드 또는 GLP-1 제제 리라글루타이드 또는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 또는 인슐린 글라진을 병용했다.

1차 목표점은 A1C 7% 이상 기록하는 데 걸린 기간이었다.

평균 4년 추적관찰 결과, 1차 목표점 도달까지 걸린 기간은 시타글립틴 투약군 697일, 글리메피리드 투약군 809일, 인슐린 글라진 투여군 861일, 리라글루타이드 투여군 882일로 분석됐다.

평균 5년 추적관찰 결과,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계사망(MACE), 심부전에 의한 입원 등 모든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 투여군 6.6%, 인슐린 글라진 투여군 8.9%, 글리메피리드 투약군 9.2%, 시타글립틴 투약군 9.5%로 집계됐다.

이 결과는 메트포르민의 파트너 약제로 리라글루타이드 또는 인슐린 글라진을 선택할 경우 A1C 7%를 기록하는 시점을 더 늦출 수 있고 나아가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TriMASTER-GRADE 연구, 적용 가능한 대안 제시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는 두 연구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TriMASTER 연구는 특정 환자에게 어떤 약이 더 좋을지 등 가설에 기반한 맞춤의료형 임상시험”이라며 “환자의 선호도를 평가했다는 점이 인상깊고 시험약 간 선호도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GRADE 연구는 엄밀히 따져 맞춤의료보단 치료전략에 관한 것”이라며 “메트포르민 이후 인슐린 등 고전적인 약제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흥미로운 연구로 특정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가 더 좋을지에 대해선 후속 데이터를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연구는 ‘특정 치료가 어떤 환자에게 더 반응이 있을까’에 주목한 측면에서 닮은 점이 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비용 부담이 큰 오믹스·유전자데이터가 아닌 관련 부담이 적은 환자의 특성, 선호도, 경제·교육 수준 등에 기반했기에 현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환자의 특성, 선호도 등은 현 상황에서 더 강조해야 할 맞춤의료이라는 점도 두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이런 요소들에 따라 임상현장의 치료방향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어울리는 좋은 약은 없지만 개별환자에게 어울리는 좋은 약은 있다는 말이 있다”며 “현장에서 만나는 개별 환자의 치료의지, 순응도, 선호도, 당뇨병에 대한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약제 선택이 결정될 수 있고 이런 요소는 고전적인 정밀의료가 아니어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진료환경·약제 급여에 대한 개선 필요

그러나 국내 임상현장에선 개개인에 맞춘 치료전략을 짜기 힘든 상황이다.  

김 교수는 “환자의 특성 및 경제수준 등을 다 살펴보는 것은 결국 진료시간과 관련있다”며 “국내 의료체계는 수가에 진료시간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선 시간과 교육이라는 변수가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재정을 들이지 않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당뇨병의 합병증 예방과 맞춤형 약제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약제의 접근성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급여와 관련해 경구제 병용에 제한이 뒤따르고 있으며 허가 사항과 보험적용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라벨을 받으면 보험을 적용해줘야 약제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며 “혈당 조절을 위해 불필요한 약을 더 사용하지 않을텐데, 유독 당뇨병에 대해선 병용요법에 엄격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병용요법의 효능을 검증하려는 시도가 지속 이뤄지는 만큼 관련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

TriMASTER-GRADE 연구가 근거를 보탰고 국내에서도 TRIPLE-AXEL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다파글리플로진)·DPP-4 억제제(삭사글립틴) 3제 요법에 대한 효과를 평가 중이다.

TRIPLE-AXEL 연구에 참여 중인 김 교수는 “해당 3제 요법은 저혈당 및 체중증가에 대한 위험을 줄여 효능·안전성에서 우월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7월 연구가 끝나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레이존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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