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팀 리얼월드 연구결과 Diabetes Care에 게재
SGLT-2억제제 처방군, 기타 혈당강하제 처방군 대비 관련 위험 26%↑
“해당 계열 약제가 초래하는 탈수, 잠재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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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SGLT-2 억제제를 처방받은 국내 2형 당뇨병 환자는 망막정맥폐쇄(RVO)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관련 위험은 60세 이상 환자와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는 SGLT-2 억제제가 유발하는 탈수 현상이 잠재적 원인일 것으로 평가했다.

RVO 발병 위험은 SGLT-2 억제제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 SGLT-2 억제제는 심장·신장 보호에 기여하는 등 장점이 많기에 이번 연구결과의 확대 해석에 주의를 요구했다.

명지병원 이민경 교수(내분비내과)·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 교수(내분비내과)·노영정 교수(안과)팀은 SGLT-2 억제제 사용과 RVO 발병 간 연관성을 분석한 리얼월드 연구결과를 지난 7월 22일 미국당뇨병학회(ADA) 공식저널 Diabetes Care에 게재했다.

RVO는 시력 상실을 초래하는 주범 중 하나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발병률이 높다. 말초폐쇄성질환에 속하며 주요 위험 인자는 당뇨병 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죽상경화증, 비만 등이다.  

SGLT-2 억제제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강하에 사용된다. 일부 약제는 혈당 조절을 넘어 신장과 심장을 보호하는 효능까지 입증했다.

지금껏 해당 약제와 RVO 발병 간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상관관계를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 연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당뇨병 약제를 처방 받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보험 데이터에 기반했다. 1대1 성향점수매칭(PSM) 과정을 거쳐 SGLT-2 억제제 신규 처방군 4만 7369명과 기타 혈당강하제 처방군 4만 7369명이 선별됐다.

SGLT-2 억제제 처방군은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콕스 비례위험모형을 통해 두 군의 RVO 발생률을 비교했다.

평균 2.57년 추적관찰결과 RVO 발생 건수는 SGLT-2 억제제 처방군 248건, 기타 혈당하제 처방군 232건으로 집계됐다.

1000인년 당 RVO 발생률은 SGLT-2 억제제 처방군 2.19, 기타 혈당강하제 처방군 1.79로 분석됐다. 이는 SGLT-2 억제제 처방군이 기타 혈당강하제 처방군에 견줘 RVO 발병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HR=1.264).

SGLT-2 억제제 처방군 내에서도 RVO 발생률은 차이를 보였다. RVO 발생률은 60세 이상이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이 60mL/min/1.73㎡ 미만인 환자에서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내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결과에서 SGLT-2 억제제가 2형 당뇨병 환자의 RVO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SGLT-2 억제제 사용 시 RVO 위험에 유의해야 하고 특히 신기능이 저하된 고령환자는 관련 위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SGLT-2 억제제가 초래하는 탈수 현상, RVO 발병과 연관성 추정”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이민경 교수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이민경 교수

이민경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SGLT-2 억제제의 기전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소변을 통해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유도하는 약제로 혈당·체중 조절 그리고 심혈관계에 이점이 있고 안전성에 우수한 면모를 보였다”며 “그러나 삼투성 이뇨를 유발하기에 소변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탈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VO는 혈액의 과다점도(hyperviscosity)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SGLT-2 억제제 복용 후 탈수현상이 일어나면서 혈액 점도가 증가돼 RVO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부연했다.

관련 위험은 SGLT-2 억제제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실제로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 등 3개 약제 투약군 사이에 RVO 발병 위험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SGLT-2 억제제 사용에 따른 RVO 발병 위험이 인종을 초월한 이슈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효과 및 부작용이 인종별로 차이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RVO 발병 위험 역시 그럴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지만 결국 추가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확대 해석보단 신중한 접근 필요”

이번 연구는 2형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SGLT-2 억제제의 RVO 발병 위험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 

Diabetes Care 논문심사자는 여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RVO는 흔치 않은 질환으로 대규모 무작위 대조연구를 시행하더라도 확인하기 어렵기에 이번 빅데이터기반 연구결과가 보다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품평이었다.

SGLT-2 억제제는 RVO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옵션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심장·신장 보호효과와 더불어 사망률 감소 등에 기여한 장점이 큰 약제”라며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를 확대 해석하기 보단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당뇨병 유병률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매년 늘고 있다”며 “당뇨병 역학 연구를 통해 해당 질환의 예방 및 합병증 치료에 지속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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