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김승업 교수팀, 국건영 활용해 비만 여부 따른 ASCVD 위험 분석
ASCVD 위험도 점수·고위험 ASCVD 비율, 비만하지 않은 환자군에서 높아
김승업 교수 "NAFLD 환자 비만 여부 관계없이 체중 감량 중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는 심혈관질환과 독립적으로 연관된 위험인자다. 또 NAFLD와 비만은 밀접한 연관을 보이며 비만은 NAFLD 위험인자로도 잘 알려졌다.

그런데 비만하지 않은(lean) 성인에서도 NAFLD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비만한 환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승업 교수(소화기내과)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비만 여부에 따른 NAFLD 환자의 죽상경화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을 비교했다. 

최종 결과,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의 ASCVD 위험도 점수와 고위험 ASCVD(위험도 10% 초과)를 보인 비율이 비만한 환자보다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이번 결과에 따라 NAFLD 환자는 비만하지 않더라도 ASCVD 발생에 주의해야 하고 적절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 결과는 Gut and Liver 7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 세계 비만하지 않은 NAFLD 유병률 5.1%

전 세계적으로 비만하지 않은 NAFLD 유병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된다. 지난해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 의하면, 전 세계 NAFLD 유병률은 비만하지 않은 인구에서 5.1%였다(Lancet Gastroenterol Hepatol 2020;5(8):739~752).

올해 대한간학회가 발표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비비만(non-obese) 인구의 NAFLD 유병률은 평균 18.8%라고 언급됐다. 이에 대한간학회는 비비만 성인의 지방간질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 체중 정상이어도 대사적 비만?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는 체중이 정상일지라도 대사적 비만으로 간주할 수 있다. 비만한 환자와 마찬가지로 공복혈당장애, 인슐린저항성, 지질 또는 혈압 이상 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업 교수는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에서 내장지방 증가, 피하지방량 감소, 인슐린분비 감소에 의한 지방 저장 메커니즘 손상, 근육량 감소 등이 특징적으로 관찰된다"며 "높은 과당 및 콜레스테롤 식이 섭취, PNPLA3, TM6SF2 등의 유전자 변형,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 변화와 같은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단,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와 비만한 환자의 병태생리 차이는 아직 규명 단계다. 

비만하지 않은 환자 2명 중 1명, ASCVD 위험 10% 초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와 비만한 환자의 ASCVD 위험을 비교한 연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만하지 않은 환자가 더 위험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2008~2011년 국건영 데이터베이스에서 40세 이상 성인 4786명을 대상으로 NAFLD가 없는 군(62.4%), 비만한 NAFLD군(26.6%), 비만하지 않은 NAFLD군(11.0%)의 ASCVD 위험을 평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준으로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했다. 

NAFLD는 지방증을 진단하는 비침습적 검사인 comprehensive NAFLD score(CNS)가 40점 이상 또는 liver fat score(LFS)가 -0.640점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ASCVD 위험은 2013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ASCVD 10년 위험도를 활용해 평가했으며, 위험도가 10%를 초과하면 ASCVD 발생 고위험군으로 정의했다.

최종 결과, 평균 ASCVD 위험도 점수는 비만하지 않은 NAFLD군이 15.6점으로 비만한 군(11.2점), NAFLD가 없는 군(7.9점)과 비교해 유의하게 높았다.

고위험 ASCVD를 보인 비율은 비만하지 않은 NAFLD군이 51.6%로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반면 비만한 군은 39.8%, NAFLD가 없는 군은 25.5%로 비만하지 않은 NAFLD군보다 낮게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CNS를 기반으로 NAFLD를 진단했을 때 △고혈압 △당뇨병 △저HLD-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단백뇨 등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발생 가능성은 비만하지 않은 NAFLD군이 비만한 군보다 컸다.

이어 NAFLD 환자의 간섬유화 진행이 ASCVD 위험 증가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간섬유화가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하위분석을 진행, 비만 여부에 따른 ASCVD 위험을 평가했다.

간섬유화가 없는 NAFLD군과 비교한 결과, 유의한 간섬유화가 있는 비만하지 않은 군의 ASCVD 위험은 2.60배, 비만한 군은 1.9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의한 간섬유화가 있는 NAFLD 환자라면 비만하지 않은 군이 비만한 군보다 ASCVD 발생에 주의가 필요했다.

연구에서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의 ASCVD 위험이 비만한 환자보다 높았던 이유는 비만하지 않은 환자가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 증가와 연관된 인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는 내장지방 증가, 피하지방량 감소, 인슐린분비 감소, 근육량 감소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는 모두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 증가와 연관된 인자"라며 "또 유전적 요인도 비만하지 않은 NAFLD군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NAFLD 정의에 다양한 지방증 진단 모델을 이용했으나 초음파 또는 조직검사를 활용하지 않았으며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직접 추적관찰하지 않고 위험도만 계산했다는 한계점이 있다"며 "향후 NAFLD와 비만,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 간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잘 설계된 전향적 종단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만하지 않은 환자도 3~5% 체중 감량으로 간 내 지방량 호전"

대한간학회 김승업 간행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승업 교수(소화기내과).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의 ASCVD 위험이 확인됨에 따라 관리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과체중 또는 비만한 NAFLD 환자의 치료전략의 경우, 대한간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5% 이상의 체중 감량이 간 내 지방량을 감소시키며 간 내 염증 및 간섬유화 개선을 위해 7~10% 이상의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도 비만한 환자처럼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즉, NAFLD 환자의 체중 조절은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주요 치료전략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NAFLD 환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동반질환을 관리·치료하는 것이 주요 치료전략"이라며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도 3~5% 체중 감량으로 간 내 지방량이 호전된다고 보고된다. 체중 감량은 NAFLD 환자의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가 비만한 환자보다 ASCVD 위험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임상에서는 비만하지 않은 성인에게 NAFLD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선별검사를 적극 시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간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지속적 간효소수치 상승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NAFLD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비만하지 않은 성인에서도 지속적 간효소수치 상승이 있거나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 또는 NAFLD 발생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가이드라인대로 NAFLD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선별검사를 적극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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